얼마 전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한국 타이틀전이 두 개 열렸습니다.체육관에 링을 가설해서 진행되었지요. 라운드 걸이 다음 라운드를 알리는 판을 들고 한바퀴 도는 시간을 유심히 보았는데 라운드 숫자 밑에 '광천 김'이라고 쓰여 있어서 빙긋 웃었습니다.광천은 바닷가가 가까운데 예부터 김이 유명해서 전국으로 중계방송되는 기회에 라운드걸을 통해 홍보를 한 것이지요.또 시합이 끝나고 시상식을 하는데 마이크를 통해서 "승자에겐 홍성 한우를 드립니다"하고 울려퍼졌습니다.지방의 군 단위 지자체들 중에선 명칭이 비슷해서 타지역 사람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요.강원도엔 한우로 유명한 횡성이란 곳이 있는데 충남 홍성도 한우가 꽤 유명합니다.지방에서 벌어지는 씨름이나 복싱 경기엔 이런 식으로 특산물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전국 노래자랑과 비슷하지요.
티브이 리모콘을 돌리다가 '아빠 어디가' 재방송이 나왔습니다.여름 같은데 화순 동복에서 찍었더군요.화순은 광주 광역시 인접 지역이라 광주 사람들이 여름에 물놀이 들놀이를 많이 갑니다.그곳에서 어린이들이 농작물을 따러 가는데 토란이 나오자 어린이들의 아버지인 김성주, 성동일 등 제씨 모두 토란이 뭐지? 했습니다.여기서는 많이 먹는데 아직 중부지방에선 그다지 지명도가 높은 농작물이 아니구나 생각했습니다.쇠고기 썰어서 국물 자박하게 해먹으면 맛있거든요.오리탕엔 토란 줄기를 넣어 먹기도 합니다. 호남지역이 맛의 고장이다 보니 호남지역 농수산물은 꽤 널리 알려졌지만 토란은 그 정도로 알려지지는 않았나 봅니다.
토란을 처음 먹어보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특유의 포근포근하고 미끌미끌한 식감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못먹지요.미끈거리는 것 못먹는 사람들 중에는 무화과를 못먹는 이도 있습니다.무화과는 전남 영암에서 대량재배하는데 잼으로 나온 것은 먹어도 과일 상태로는 못먹겠다고 하는 것이지요.생김새도 이상하다고 찡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당연히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토란이나 무화과를 다 잘 먹는 것은 아닙니다.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못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남 고흥은 유자를 많이 재배하는데 석류도 많이 납니다.라디오에 고흥군 금산면에 사는 어떤 이장님이 나와서 석류에 대해 문제를 내는데 문자메시지로 온 정답 중에 인삼이라고 보낸 사람이 꽤 있었다네요.석류와 인삼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왜 인삼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을까 했는데 금산이라는 지명 때문이었더군요.충남 금산군이 인삼으로 유명하니까요.분명히 고흥 금산이라고 했는데 지명에 약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 이런 오답이 나오는 것입니다.강원도 횡성과 충남 홍성을 구분하지 못하듯이.
윗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물 중에 방아가 있습니다.잎파리를 데쳐 나물로 먹는데 이것도 특유의 향기가 있어서 못먹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식당에서는 초다짐(애피타이저의 순우리말)으로 방아잎을 전으로 부쳐 내놓기도 하는데 회식하러 함께 간 사람들 중에서도 못먹는 사람들이 있더군요.경상도 사람들도 방아잎을 먹는데 충청도부턴 안 먹는 것 같습니다.
아...그리고 홍어...국내에선 흑산 홍어가 유명한데 의외의 지역에서도 홍어가 잡힙니다.바로 북한 가까운 서해 북단에 있는 대청도입니다.흑산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홍어에 일가견이 있다는 사람들도 대청도에서 홍어가 잡힌다는 사실을 모르더군요.당연히 호남 사람 중에도 홍어 못먹는 사람들 있습니다.항구도시 출신이면서 생선회 못먹는 사람이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