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빤히 쳐다보는 고양이를 나도 빤히 쳐다보고 한마디 했습니다."자네는 나를 아는가?". 길가다 고개를 쳐드니 담장에 앉은 고양이가 나를 보고 있길래 말을 걸었습니다.고양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고...고양이들이 그렇게 빤히 보는 것도 익숙한 일이라서 그 친구를 이리저리 관찰하니 덩치가 꽤 크더군요.검은 얼룩무늬에 뭘 먹었는지 살도 포동포동하고...엉덩이도 펑퍼짐해서 좁은 담장 위가 불편한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면서도 계속 나를 관찰합니다.내가 담장 가까이 가자 약간 경계하는 듯 몸을 멈칫거려서 그냥 쳐다보기만 했습니다.3분 정도 그러고 있다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고 지나갔습니다.몇 걸음 가다가 뒤돌아 보니 고양이는 내겐 이제 관심 없다는 듯 다른 곳을 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길가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물론 고양이가 사람을 물어죽이는 일은 없습니다.하지만 고양이에 대해 무서움과 함께 혐오감을 지니는 사람도 있습니다.아마 미신 때문이겠죠.고양이가 쳐다보는 것이 기분나쁘네 재수없네 등의 편견을 지닌 사람도 있고요.번식기에 심야에 우는 고양이 울음이 싫다는 사람도 꽤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사람에게 욕을 퍼붓기도 하고, 행동파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먹이에 독약을 넣어 고양이를 몰살시키기도 합니다.
내가 동물을 좋아하는지 내 자신에게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길가다 남들이 데리고 나온 개나 고양이가 이쁘다고 쓰다듬거나 안아주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직접 동물을 기를 생각은 없습니다. "키우다 버리려거든 애초에 기르지 말자"는 게 소신이죠.동물 뒤치닥거리가 보통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거든요.내가 그 정도로 정성을 기울일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진 않습니다.하지만 고양이가 밤에 억 억 하고 운다고 해서 고양이를 죽여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도 아닙니다.밤에 조용한 게 좋긴 하지만 고양이도 번식은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정도로 체념하는 편이죠.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 산토리니 섬은 경치도 아름답지만 길고양이들이 많기로도 유명합니다.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작정한 모양입니다.상가 주변에 몰려들어 사람들에게서 먹을 것을 얻어가는 고양이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광광풍물의 하나가 되었습니다.굳이 관광상품으로 고양이를 활용하는 지혜 운운 하며 접근할 것도 없지요. 공존을 선택한 것도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고양이나 매미가 크게 울면 짜증도 나겠지만 그렇다고 고양이를 죽이려고 독약을 뿌린다거나 매미 죽이라고 농약살포해달라고 민원을 넣는 것도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세상 살다 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할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민족해방운동이나 민주화 투쟁하듯 비분강개할 일은 아니니까요.물론 조용하면 좋겠지만...
통영에 욕지도가 있습니다.최근 들어 방송을 많이 타서 관광객들이 많이 몰려드는 섬이죠.얼마 전 SBS 방송의 '동물농장'을 보니 욕지도 사람들이 길고양이와 함께 사는 모양이 나왔습니다.고양이가 양식장 생선도 물어가도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고양이도 먹고 살아야지 하는 반응이었습니다.그래서인지 고양이들도 사람을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줍니다.잘하면 산토리니 섬처럼 고양이를 보려고 욕지도에 오는 사람들도 생길 것 같습니다.
호남 사투리에 "엥간히 하시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고 적당히 하라는 뜻입니다.동물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병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에 대해서 지나친 예민함, 짜증, 혐오감을 품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을 듯합니다.저것들도 먹고 살아야지 하면서 적당히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굳이 동물을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