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안이든 그 벽장에는 해골, 즉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라고 처음으로 말한 이가 영국인이었는지 프랑스인이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아는 게 많이 없어서.하지만 누가 말했든 이 말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정말로 딱 들어맞는 음울한 비유를 통해서 이 말은 놀라운 진실을 말하고 있다.우리 집안에도  벽장에 해골이 하나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그해골의 이름은 조지 삼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인 <집안의 비밀>(윌키 콜린스 지음) 첫머리입니다.사람은 욕심이 많고 남과 비교하기를 좋아합니다.특히 자기 가족들에게 불만이 있을 때 남의 가족의 화목함은 유독 돋보이기 마련입니다.그럴수록 자식은 부모탓을 하고, 남편은 아내 탓, 아내는 남편 탓을 하기 마련입니다.하지만 그렇게 좋아보이는 남의 집도 알고 보면 그 집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이고,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글에서도 보이지만 외국에도 숨기고 싶은 삼촌이 있나봅니다.모파상의 단편 <줄르 삼촌>에도 집안에서 숨기고 싶은 사람이 줄르라는 삼촌입니다.우리나라에도 일정한 직장 없이 젊은 시절을 방안에서 츄리닝 입고 만화책 보면서 지내다가 대낮에 가게에 라면 사러 가는 삼촌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집안이 있습니다.이런 것은 서양이나 한국이나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그러다 취직은 했는데 얼마 못가 때려치우고 그런 식으로 이 직장 저 직업을 여러번 바꿔서 마흔 되고 쉰이 되어도 장가 못가는 삼촌...

 

  사람이 사는 이치가 다 비슷하지요.비단 저런 삼촌이 아니라도 점잖은 집안에서는 남우세스런 집안 비밀은 동네 여기저기 나발 불지 않습니다.하지만 이제 인터넷을 비롯하여 SNS를 통해서 온갖 자기 사생활을 세계곳곳에 광고하는 시대입니다.재미있는 내용도 있지만 "뭐 이런 것까지..."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있고 심지어 "정말 경솔하구나...이런 걸 대놓고 퍼뜨리다니 제 정신인가?" 하고 양식을 의심하게 되는 내용도 있습니다.그러다 욕을 바가지로 먹고 사진이나 글을 내리지만 이미 널리널리 퍼진 다음이죠.

 

  자기 사생활에 대한 글이나 사진을 온라인에 올릴 때는 생각을 하고 올려야 하는데 온라인의 특성상 자기 편 들어주는 사람들이 떼지어 우쭈쭈 해주니 창피한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3자가 냉정하게 보기에는 정말 민망한데 정작 본인은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지도 모르니 뭐라고 말해주기도 뭣하고요. 정말 벽장에 깊숙히 숨겨놓아야 할 해골을 세계만방에 구경시키는 꼴입니다.

 

  자...그건 그렇고 영어공부나 합시다.

  어느 집안에나 그 벽장엔 해골이 있다___Every family has a skleton in its cupboard.

  딱 들어맞는 음울한 비유---apropriately grim metaphor

  웃음거리가 되다---make a fool of one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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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3-12-28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두 단편 재미있을거 같아요.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 벽장에 있어야 하는 것들 돌아다닌 것 있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영어 공부도 유익했어요^^

노이에자이트 2013-12-28 16:06   좋아요 0 | URL
예.단편 중에도 걸작으로 꼽힌답니다.
잊혀져야 할 권리라는 말도 있죠.홧김에 온라인에 퍼뜨려놨는데 나중에 지울 수가 없으면 곤란하고요.
이디엄으로 기억을 되살려보려 했어요.

transient-guest 2013-12-28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라인의 사생활 넋두리는 그 익명성에 특히 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저만해도, 알라딘 서재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이유가 그 익명성이거든요. 다만, 너무 깊은 이야기나 부끄러운 이야기를 네이버 톡처럼 마구 쏟아내면 민폐에 가깝다는 생각은 합니다. 그건 그렇고, 영국에서는 skeleton in the cupboard라고 하는군요. 미국영어에서는 skeleton in the closet이라는 말을 씁니다만..

노이에자이트 2013-12-28 16:08   좋아요 0 | URL
문제는 그게 부끄러운 것인줄 모르고 쏟아낸다는 거죠.나중에 깨닫고 지우려해봤자 이미 확산된 다음이고요...

해골을 숨겨야 한다는 점에선 영 미가 동일하군요.

쉽싸리 2013-12-2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세세한 집안사 같은 것은 좀 부담스러운거 같아요. 적당한 거리두기랄까, 그런게 필요치 않나 싶어요. 때론 가족끼리라도요. 조지 삼촌이 진짜 해골은 아니었겠죠? 영화 <숨바꼭질>생각나네요. 시체가 벽장에서 막 나오고 ㅎㅎ
현대인의 소외나 고독을 소재로 한거 같은데요, 여하튼 너무 친밀해도 탈인듯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3-12-28 16:16   좋아요 0 | URL
조지 삼촌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이 압권이죠.

결론은 과유불급입니다.너무하면 곤란하죠.

가연 2014-01-0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떼지어 우쭈쭈 해주는 것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저런 공간이 사람들에게 정말 개인적으로 느껴지는가 봅니다.. 최근에 들은 강연도 인터넷 공간이 사적으로 변화, 공적 영역의 축소.. 등의 말을 쓰는 것 같던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너무 늦게 이런 인사를...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4-01-05 10:56   좋아요 0 | URL
공적 영역 사적과 영역 구분이 점차 애매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인가 봅니다.

가연 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