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시청자들이 만든 다큐멘타리가 나오는 지방방송을 봅니다.보면 화면구성이라든가 편집은 그럭저럭 봐줄 만합니다만, 역시 문제는 나레이션입니다.한국사람이니 한국말을 다 기본으로야 하겠지만 방송을 통해 들리는 발음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을 하게 됩니다.당연히 아마추어들의 발음은 듣기 힘들죠.웅얼웅얼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를 지경입니다.마치 외국어 듣기 평가 때 듣는 것처럼 주의해야 겨우 알아듣는 단어가 몇 개 나오지요.그래서 방송인들의 발음을 아무나 흉내내는 게 아니로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예전엔 사투리를 못고치는 사람은 방송진행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강호동 씨는 그 시절엔 결코 진행자가 될 수 없었겠지요.단어나 발음 고치기보다 더 힘든 것은 억양입니다.김제동 씨는 발음은 표준말 발음을 하지만 고향 억양은 못고치더군요.강호동 씨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억양은 그렇다치고 아직도 발음을 못고치는 단어가 있습니다.바로 '나오다'발음을 못하는  것입니다.이것은 전에 '무릎팍 도사'에 나온 어떤 남자 연예인이 "아직도 나오다를 너오다로 발음하네요" 하고 지적할 때 알았는데 그 뒤로 유심히 강호동 씨가 진행하는 프로를 보니 정말 나오다 발음을 못하고 전부 너오다로 발음하는 것입니다.그래서 한바탕 웃었지요. 

  호남출신 연예인들은 비교적 표준말연습을 열심히 했는지 방송에서 정확히 말하는 편입니다.한지혜,문근영,구하라,이현 등...미쓰에이의 수지 양은 여고생인데도 혹독한 훈련을 했는지 표준말을 정확히 잘합니다.어떤 이는 호남출신들은 표준말 배우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내가 호남 사람이라 아는데 호남억양을 고친다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표준말 발음은 비교적 쉽게 익혀도 호남 특유의 억양을 영화대사나 방송에 맞게 고치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요. 

 사투리와 무관하지만, 전화를 통한 대화에서 발음을 애매하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식당에서 음식배달하는 사람들이 곤란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발음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할 때 주문받는 사람 처지에선 애가 탈 노릇이지요.또 발음이 비슷해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어떤 아름다운 여인이 "나는 계곡이 좋더라, 특히 여름엔 계곡이 최고지!" 하고 이야기했는데 "계곡이 최고지" 하는 발음이 "개고기 최고지"하는 발음과  비슷해서 졸지에 개고기 좋아하는 여인이 되고 말았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습니다.이럴 땐 그냥 "골짜기가 좋더라"하고 말하면 되었을텐데 괜히 발음 때문에 보신탕녀가 되고 만 경우지요. 

  호평과 혹평은 글로 쓰면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만, 발음으로는 이 둘을 구분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호평이 혹평처럼 들리고 혹평이 호평처럼 들리니까요.우리 모두 아나운서나 연예인 같은 발음을 구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말할 땐 듣는 사람이 구별하기 좋으라고 좋은 평, 나쁜 평 정도로 풀어 말하면 간단할 것입니다. 

 끝으로 연예인들 발음이 아무리 좋아도 아나운서 만큼은 안 된다는 예로 드는 발음이 있습니다.국어시간에 정확히 배우면 누구나 다 아는 발음이지만 실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죠.'빚을 지다' '볕을 쬐다' '끝을 보고야 말았다' 등입니다.소리나는 대로 써보라고 하면 특히 ㅌ 발음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한국인 중에도 거의 없습니다.차라리 외국인들 중 한국어발음을 꼼꼼이 하는 사람들이 더 잘합니다.정답은 '비즐 지다' '벼틀 쬐다' '끄틀 보고야 말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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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1-08-0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나 틀렸군요. '끄틀' 이었군요. 전 '끄츨'인 줄 알았어요. 히. 노이에자이트님 덕분에 하나 배웠습니당~
요새는 아나운서들이 하는 발음교정을 일반인들도 많이들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조카도 혀가 짧으면서 발음이 부정확해서 다음에 발음교정을 시킬 생각인데요. 발음이 정확하면 아무래도 듣는 쪽에서도 편하지만, 본인의 자신감 상승에도 도움이 될 듯 하더라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8-06 21:58   좋아요 0 | URL
'같을' 발음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가츨'이라고 발음하진 않죠.ㅌ발음은 뒤에 '이'가 붙을 때엔 ㅊ발음이 납니다.'같이'를 '가치'로 발음하듯이...'볕이'는 '벼치'로 발음하게 되지요.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정도가 심한 사람들의 고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합니다.아무래도 정확한 발음은 듣는 사람에게도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cyrus 2011-08-0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부터 독서모임차 자주 서울에 왕래하면서 표준말 쓰는데 어려워서 난감했어요.
군 복무 시절 때 서울이나 경기도 출신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그 때부터 표준말을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특히 제일 힘든 부분이 노자님이 말씀하시는대로 억양입니다. 참고로 저는 대구 출신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8-07 14:37   좋아요 0 | URL
지방출신들이 연극부에 들어가면 제일 고생하는 게 억양 고치는 것입니다.발음 고치기보다 더 힘들죠.

비로그인 2011-08-07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에 있을 때 각도 사투리를 한 자리에서 접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철책선을 지키는 부대에 저 마라도에서 올라온 친구도 있었으니까요. 후임들이야 대놓고 사투리를 쓸 수 없지만 그래도 말씀하신 대로 억양만큼은 어쩌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 억양이 참 좋았습니다. 말의 억양일 뿐 아니라 감정의 억양이기도 해서 밋밋한 서울말에 비하면 정감있기도 하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8-07 14:39   좋아요 0 | URL
서울말도 밋밋하다고 하기엔 나름대로 색깔이 있죠.방송에서 요구되는 표준말은 또 다르고요.

2011-08-08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8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08-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준어 정말 어렵더라구요...한글 맞춤법과 띄어 쓰기는 공부를 해도 헷갈립니다..ㅎ

노이에자이트 2011-08-14 21:34   좋아요 0 | URL
어떤 언어든지, 그것이 모국어라 할지라도 제대로 구사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늘 갈고 닦아야죠.

페크pek0501 2011-08-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아는 척해도 되겠죠?

연음법칙에 따라
책 + 이 → [채기]
옷 + 을 → [오슬]
낮 + 에 → [나제] - 이렇게 밑의 받침을 다음 글자에 이동하여 발음합니다. 단 예외가 있는데, ㄷ은 ㅈ으로, ㅌ은과 ㅊ으로 소리내는 게 있습니다. 굳이(구지) 같이(가치) 등입니다.

연예인들에 대한 좋은 관찰력이 좋은 글을 탄생시켰군요. (우리 모두 관찰력을 키웁시다)

'A.B.앨콧'에 의하면 책보다는 관찰이 더 훌륭한 스승이라고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19 16:42   좋아요 0 | URL
깔끔한 정리입니다.특히 ㅌ 받침이 나올 때 발음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저야 워낙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