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던 그림책에 '오스트라리아 비행기'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국민학교에 들어간 뒤로 지도책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오스트리아는 있어도 오스트라리아는 없었습니다.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인고...하고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죠.오스트라리아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일본인들이 가타카나로 표기한 것임을.우리나라엔 일본어 중역판이 많아서 그런 표기가 상당히 많았지요.요즘 우리나라에선 발음하기 편해서 그런지 오스트레일리아를 호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만.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발음이 비슷해서 생긴 오해가 신화처럼 된 사례가 한국전쟁 때의 '호주기'입니다.당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군이 참전했는데 사람들은 그 비행기를 일컬어 간단히 호주기라고 했지요.하지만 호주기가 온 사연에 대해 퍼진 이야기는 좀 엉뚱합니다.지금엔 거의 잊혀진 인물이 되었지만 프란체스카 여사( 이승만 대통령 영부인)가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구별하지 못한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란체스카 여사가 노력해서 조국 오스트레일리아에 간청해서 호주기가 왔다...그런 이야기였지요.사실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전혀 다른 나라고 그 거리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를 호주라고 하는 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지만 오스트리아와 헛갈리는 경우는 아직도 있나 봅니다.이번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열고 있는 세계 등축제에는 G20 정상들의 인형을 전시했는데 호주의 줄리아 길라드 총리의 인형에 엉뚱하게도 오스트리아 전통복을 입혀놔서 이 사실이 호주 언론에 실렸고, 호주 정부는 서울시에 공식항의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결국 오스트리아 옷을 벗기고 제대로 옷을 입혀 사태는 수습되었지요.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할 때는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불편한 일이 생기진 않습니다.하지만 이번 등축제 사건은 좀 당혹스런 사건이지요.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나라 지도자의 인형이 엉뚱한 나라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외교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서양인들은 동양인을 구별하지 못해서 일본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보고서 "야...한국의 옷은 정말 아름답군요." 하는 일도 있었다지만,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는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한 경우지요.
호주기 이야기는 60년 전이라 어수룩한 시절 이야기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세련된 대도시 서울시에서도 저런 일이 일어났으니 어수룩한 실무진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요.호주정부의 항의를 듣고 서울시 관계자들이 땀깨나 흘렸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