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씨는 1991~1996년에 미국 미시간 주에서 종교학,신화학을 연구했습니다.이때 방을 구하러 다니다가 아파트 관리실의 'Equal Opportunity For Housing'이라고 쓴 알림문의 뜻을 알게 됩니다. '방을 구하는 데 인종상 불이익이 없다'는 뜻이지요.미국에는 신상명세서에 인종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도 소개합니다.그는 또 미국생활 중 특별히 한국인이라는 이유로,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습니다.그러면서 대조적으로 자신이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이윤기는 젊은 시절인 60~70년대 전라도 출신의 친구들(이윤기 고향은 경북)이 서울에서 방을 얻기 힘들었던 일화를 들려줍니다.전라도 출신에겐 방을 안 빌려주는 셋집주인들 때문이지요.그래서 자기 친구들 중에서는 출신지방을 다른 곳으로 둘러대고 방을 얻는 데 성공한 사람도 있었다 합니다.그 생각을 하니 미국에서 관리실에서 본 구호와 견주게 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이윤기에게는 전남으로 시집 간 누나가 있습니다.매형과 누나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었지요.그 중 장녀가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시험을 치르는데 계속 낙방하는 겁니다.결국 조카딸(이윤기에겐 조카딸)은 오래지 않아 본적지를 대구로 옮기고 말았습니다.타지역 여성과 결혼한 전라도 남자들 중에서는 한때 자식들에게 불이익이 안 생기게 본적을 아내 지역으로 옮기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윤기는 자신이 미국을 미화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같은 민족인데도 지방이 다르다고 특정지역 사람들에게 상처 입히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다인종,다종교 국가인 미국의 공생윤리를 소개하고자 한 것이지요.이 수필의 제목이 '촌스러움에 대하여'입니다.여기서 이윤기가 말하는 촌스러움이란 지역차별,외국인 노동자 차별 등을 뜻하는 것이지 외모에서 풍기는 촌티가 아님은 이 수필을 읽어나가면 알게 됩니다(1997년 7월 '신동아'에 수록).
추신: 조카딸은 조카가 낳은 딸이 아닙니다.남자조카를 조카라고 하고 여자조카를 조카딸이라고 합니다.한자로는 각각 생질,생질녀입니다.이 정도 구분은 비교적 친족용어가 간단한 영어권에서도 합니다.민중서관에서 나온 영한사전에도 niece는 '생질녀,조카딸'로 풀이되어 있습니다.물론 한글인 조카딸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조카가 낳은 딸이라고 엉뚱하게 받아들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