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장르의 소설을 두루 읽는 편인데 역시 19금이라면 군인들이 많이 나오는 전쟁소설입니다.그냥 포르노 소설이나 연쇄살인범 다루는 소설보다도 더 수위가 높지요.전투장면을 실감나게 그리는 작품 중에서는 살점이 튀고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되기도 합니다.하지만 해학을 섞었기 때문에 즐겁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역시 음담패설이지요.어떤 때는 "여자들도 이런 소설을 보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최근에는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안정효<하얀 전쟁>,박영한<머나먼 쏭바강>,황석영<무기의 그늘>이 그것입니다.원래는 황석영 것을 먼저 읽으려 했는데 분량이 만만치 않아서 뒤로 돌리고 우선 안정효 것을 읽었지요.꽤 오랜만에 읽었습니다.이 소설은 전투장면의 잔인한 묘사때문에 구역질이 났다는 독자들까지 있었지요.그래도 병사들이 모여서 주고받는 음담패설은 재미있습니다.그 주요장면들... 

  사이공의 사창가에 대해서 한마디 하는 어느 병사 왈,"여기 터키탕에서는 돈만 주면 막 빨아준대.서울에도 삼각지에 가면 한국년들이 외국놈들 빨아주는 터키탕이 있다는데,세상이란 서로 빨다 보면 끝나는 거야." 

  수수께끼를 내는데...털달린 막대기가 들락날락하면 구멍에서 허연 물이 나오는 게 뭐냐? 칫솔질이지...

  "양평선 좋았는데" 민상병이 씩 웃었다."술집엘 가면 계집년들 파월 장병 되게 좋아했지.월남 간다면 말짱한 여자들도 껌뻑  죽었으니까.처음 만난 사이라도 열심히 잘들 벌렸어."    "좋은 시절이었지"  "여자가 미국유학을 떠나기 전이나 남자가 입대하기 전에는 여자들이 옷을 잘 벗는다는 얘긴 들었지만 이건 월남 간다니까 달라 소리 안해도 짝짝 벌리는 거야"  "너도 환송씹깨나 했지? "  "말마.양평 여관엔 내 단골 방이 따로 있었으니까.여섯 년이나 해치웠지.알아? 양평 여관은 밤낮 계집년들을 공격하는 용사들 때문에  되게 시끄러웠어.아유유유유...아유유유유." 

  베트남전을 그린 국내소설엔 당시 위문공연 오는 연예인들 이야기가 꼭 나오는데,그중에는 모 여자 연예인이 헤펐다더라...하는 이야기기 있습니다.물론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요.주로 자주 오는 연예인은 양훈 양석천 콤비,오천평,김세레나 등등...당시 최고 인기는 정훈희였다네요. 

 베트남전 당시 군인들이 성병에 옮아서 한국에 퍼뜨릴까봐 따로 102병원이라는 데에서 성병보균 병사를 모아 수용소처럼 해놓고 치료를 하게 했다는데, 박영한<머나먼 쏭바강>은 아예 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당히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위의 세작가는 다 베트남전 체험이 있구요...그런데 그 중 제일 젊은 박영한이 이제 저 세상 사람입니다.2006년이었죠.환갑도 못채우고, 너무 일찍 가버렸습니다.<머나먼 쏭바강>이 그의 출세작이지요.드라마로도 만들어져 박중훈,이영경이 나왔던 게 기억납니다.요즘 모 케이블에서 오랜만에 해주더라구요.

 안정효 것과 황석영 것은 지금은 서점에서 구하기 힘들고 헌책방에는 비교적 나오는 편입니다.박영한 것은 2004년에 다시  나왔지만 그다지 잘 팔리지는 않은 것 같구요.요즘은 이런 소재의 소설이 그다지 잘 안 팔리는 게 사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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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0-23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나먼 쏭바강의 저자가 벌써 돌아가셨군요.요건 소설로 아직 못 읽고 요즘 케이블 TV로 열심히 보고 있읍니다.안정효의 하얀전쟁은 한권인줄 알았더니 이후 3편인지 4편인지까지 나왔더군요.이건 박스 어딘가에 있을텐데 한번 찾아서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월남전을 다룬 3편은 모두 좀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선지 요즘에는 잘 읽히지 않은 편이지요.요즘은 전쟁 소설하면 아마 테크노계열의 책들이 주로 읽힐 겁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24 00:07   좋아요 0 | URL
머나먼 쏭바강은 소설과 드라마가 아주 다릅니다.
하얀전쟁 속편은 그다지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못해서인지 헌책방에도 드뭅니다
위 세 편은 내용이 어렵다거나 하지는 않은데,아무래도 우리나라 독서시장의 가장 큰 구매자인 여성들이 잘 안 읽는 장르라서...그리고 소재 자체가 젊은층의 마음을 끌지 못하지요.

비로그인 2009-10-23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서나 친분관계에서도 서로 빨아주며 같은 편임을 확인하는 것 또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24 00:08   좋아요 0 | URL
노골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지요.옳다 그르다 따지지 말고 내 편이면 밀어주자 하는 사고방식이죠.

qualia 2009-10-24 21:12   좋아요 0 | URL
섣불리 말씀드리는 것 같아, 좀 저어되긴 합니다만, 리플리 님의 말씀/냉소/비판은 이 “알라딘 서재 마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알라딘 공동체에서도 사안의 옳고 그름, 양심/비양심, 정의/부정의, 떳떳함/비겁함 따위의 문제가 객관적 잣대, 세상의 상식, 원칙에 따라 판정나지는 않는 듯합니다. 일종의 패거리, 분파, 친목계 비스무리한 (알게 모르게 형성된; virtual) 모임, 떼거리 따위의 행동 양태가 고스란히 드러나더군요. 물론 이런 현상에는 분명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함께 하는 것이겠죠. 문제는 패거리/분파/떼거리의 집합적 행태가 부정적인 양상으로 드러나고 확산될 때일 것입니다. 이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특정한 패거리/분파/떼거리 속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침묵파들조차 그들 나름의 패/떼/무리를 형성합니다.

(참고로 저는 “패거리”나 “떼거리”라는 말을, 우리가 그 개념들에서 쉽게/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속된 느낌, 부정적인 느낌만을 염두에 두고 쓰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24 21:42   좋아요 0 | URL
친목을 도모하자고 하면 괜찮겠지요.그런데 사실상 댓글로 패싸움하는 모양새를 보면 은근히 재미도 있더라구요.자신들은 굉장히 멋진 미사여구를 쓰며 교양의 화신인 양 행세하지만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되게 웃기거든요.누군가와 사이가 틀어져서 마음이 상한 것을 금방 인터넷에 올리고,사실상 공해수준의 글들도 가끔 있구요.그래도 가만히 살펴보면 그런 거 관찰하는 재미도 꽤 짭짤하더라구요.인류학자나 사회학자의 기분으로 지켜보면서 여러가지로 생각도 해보구요.

qualia 2009-10-24 21:50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 님의 감칠맛나는 화법이 더 재미있는 듯합니다.^^

펠릭스 2009-10-2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생물학적인 면에서 보면 종족보존 본능이 있습니다.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려할때 생존에 대한 기념비적인 행위들(흔적)을
남겨두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이다' 라는 의미속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흔적을 퍼트리고 싶은 욕망이 있는듯 합니다.
자존에 흔적은 생명체의 영원한 기질인듯 합니다. 문학은 그것들을 기억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10-24 15:1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이 문제에 대해선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로베스피에르 2009-10-2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회적 관계라는 게 어떤 측면에서 보면 감옥이라고 생각하오. 누구도 그런 거미줄에서 자유롭지 않겠지.그런데 저 소설들은 베트남을 소재로 한 소설일 뿐이지 베트남에 대한 소설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어디까지나 베트남인들은 대상화된다고 할까 아니 병풍이라고 해야 하나.
황석영은 베트남전 참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더군요. 좋아한 적도 없지만 김지하와 더불어 갈수록 마음에 안 드는군요.
주인장 님 베트남 전쟁을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 같은 건 없소?
이런 얘기들은 대부분 남성들이 쓰기 때문에 여성들의 시선이 어떤지 궁금할 때가 많기 때문에 드리는 말이오. 혹시 알고 계시다면 국적에 관계없이 추천해 주시기 바라오.

노이에자이트 2009-10-26 16:52   좋아요 0 | URL
<무기의 그늘>에서는 베트남 민족해방전선에 가담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꽤 자세히 나오니 귀환병 소설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볼 수 있지요.
군수물자 빼돌리는 군인과 장사치들의 제휴도 나오고...

여성의 시선으로 그린 베트남전 소설은 나도 찾고 있는데...현재로선 못찾겠소.

로베스피에르 2009-10-27 18:3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역시 주인장 님의 레이더망에도 없군요. 이전에 봤던 것 중에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인도차이나> 같은 영화도 나쁘지는 않았소. 영화는 재미없지만 영화의 결말은 꽤 흥미로웠소. 그런데 문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거지. 어쨌든 고맙소. 주인장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