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에는 북미지역의 교수들까지 한국의 민주화를 염려하면서 시국선언을 했습니다.명단을 보니 한국인 교수가  많기는 하지만 외국인들도 있네요.그 중에서 제가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습니다.몇 명을 소개합니다. 

존 던컨-고려말에서 조선 초기의 왕조교체를 연구하는 학자.저서:The Origins of Chosun Dynasty 서양에서도 급격한 사회진보가 일어나지 않는데 조선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지적한다.조선을 건국한 이들은 나중에 수세기 동안 이어질 중앙 집권적인 관료정치구조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결론.  

도날드 베이커_조선시대 천주교 전래를 연구하면서 남인들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주목했다.당연히 정약용에 대한 연구도 했는데 그는 정약용이 천주교를 등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조선후기 유교와 천주교의 대립>(일조각)이라는 연구서가 있으나 지나치게 전문적이라고 생각되면 이인화 <영원한 제국> 뒤편에 실린 베이커의 서평을 볼 것.이문열의 서평과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남인을 보는 그 시각을 비교해 볼만 하다.정약용이 끝까지 신앙을 지켰다는 내용의 신앙소설로는 한무숙<만남>이 있다.

마이클 로빈슨-일제시대 특히 1919년 이후 우익 민족주의 운동을 연구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을 파헤쳤다.특히 문화 민족주의라는 개념으로 유명하여 브루스 커밍스도 <한국현대사>(창작과 비평)의 일제시대 서술에서 이 개념을 받아들였다.신기욱.마이클 로빈슨 엮음<한국의 식민지 근대성>(삼인)에도 그의 논문이 실려 있다.이 논문집은 식민지 유산을 특히 사상,문화,사회적 측면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을 축으로 하는 기존의 식민지 근대화론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문화 민족주의를 축으로 일제시대를 다룬 그의 연구서는 <일제하 문화 민족주의>(나남)

위 세 학자는 2006년에 작고한 시애틀 대학 교수 제임스 팔레의 제자들이다.팔레는 한국학을 연구했으며 숱한 미국인,한국인 학자들을 길러냈다(널리 알려진 그의 제자로는 브루스 커밍스가 있다).한국의 군사정권을  맹렬히 비난했으며,전두환 정권이 주는 연구비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했을 정도.한국인 제자로는 아무래도 한홍구 성공회대학 교수가 유명하다. 

에드워드 베이커_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머무르다가 삼선개헌을 경험하고 한국 민주화를  위한 운동에 뛰어들었다.75년의 동아,조선 투위운동에도 공감하여 해직기자들과도 친분을 맺었다.5공 때는 미국망명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과 활동하기도 했고 김근태 구명운동도 했다.한국이 민주화되려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국의 형법을 연구했으며 한국에 여러번 왕래했다.노무현 대통령 재직 때 그를 만나 국가 보안법 폐지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노마 필드-히로히토 천황 사망 전후 일본에 대한 책<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창작과 비평>의 저자.일본사,일본 문학을 연구했다.<교양,그 모든 것의 시작>(노마드 북스)에서는 가토 슈이치,서경식과 대담했다. 

조지 카치아피카스-68혁명 연구의 권위자.광주항쟁을  연구하기 위해 2006년부터 전남대에서 연구하고 있다.작년 촛불시위에 직접 참가해 광주 금남로 집회 단상에  올라가 엄청난 박수를 받은 인물.국내에는 <신좌파의 상상력-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이후)로 유명하다. 

백태웅-사로맹 사건으로 박노해와 함께 구속되었다.석방된 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현재 그 곳에서 교수로 있다.운동가일 때 이정로라는 필명으로 유명했던 인물. 

구해근-한국 노동운동을 연구했다.에드워드 톰슨<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을 연상케하는 <한국노동 계급의 형성>(창비)으로 유명하다.

*미국과 캐나다의  한국학은 비마르크스 주의에 입각하며 한국사 특유의 자민족중심주의에 비판적입니다.내재적 발전론도 교조적이라고 규정하지요.마르크스 경제사의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교조적으로 적용한다는 이유때문입니다.해외 한국학에 대한 가장 좋은 자료는 역사비평 2002년 여름호의 특집논문이 좋습니다.미국내 한국사 교재,제임스 팔레,에드워드 와그너,카터 에커트에 관한 연구논문이 실려 있습니다. 

제임스 팔레의 학문세계를 제자의 입장에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쓴 글은 한홍구<한국현대사 다시 읽기>(노마드 북스)에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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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6-1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물들의 면면이 흥미롭네요. '공산화'를 막아주었다며 미군은 무슨 짓을 하든 ok이고 민주화를 위해 성원을 보내 준 미국인들은 별로 기억해주지 않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3 21:14   좋아요 0 | URL
군사정권 때 한국인권에 대해 미국의 성직자와 학자들이 문제제기하면 반한인사다,내정간섭이다 하면서 갑자기 민족주체성을 강조하던 이들이 있었지요.

어느멋진날 2009-06-13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하네요. 좋은 일은 아니겠지요? 외국인들까지 우리나라를 걱정해야 할 때라니요ㅠ 그래도 고마운 분들이네요. 외국인이기에 지금의 우리나라를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분들일 것 같네요. 하루 빨리 투표하는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하루하루 잊지 않을 겁니다 ㅠ

노이에자이트 2009-06-13 23:16   좋아요 0 | URL
군사정권 때 한국민주화를 촉구하던 에드워드 베이커 같은 인물이 이번에도 나섰다는 게 그만큼 우리 현실이 슬프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람혼 2009-06-14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치아피카스야 워낙 유명하지만, 저는 특히 노마 필드의 작업들을 오랜 시간 동안 흠모해 왔습니다. '국위선양' 따위의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어쨌거나 좋아하는 학자들의 반가운 면모를 보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4 14:38   좋아요 0 | URL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는 그다지 우리나라에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 같아요.저는 일본사를 좀 공부해서 그런지 노마 필드를 카치아피카스보다 먼저 알았습니다.
앰네스티에서 한국인권을 우려하는 보고서가 나오더니 이젠 외국의 석학들이 이런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국경을 초월하여 염려해주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인류애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물론 이런 서명조차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흥분하는 이들이 있어서 서글픕니다.

머큐리 2009-06-1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몇몇 분들 이름이나마 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요?..ㅎㅎ 백태웅씨는 미국에 갔군요...근황이 궁금했던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

노이에자이트 2009-06-14 15:38   좋아요 0 | URL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입니다.저도 미국에 컬럼비아 대학이 있기 때문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이 미국에 있는 줄 알았어요.그쪽이 영국과 지명이 똑같은 데가 많으니 브리티시가 붙어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백태웅 씨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고 하네요.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은 특히 아시아에서 유학생이 많이 간다고 합니다.도날드 베이커도 그 곳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지요.베이커는 한국말에 호남사투리 억양이 살짝...재밌더라구요.

[해이] 2009-06-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마필드의 교양, 모든 것의 시작 은 이미 절판된듯. 아쉽습니다. 아직 접해보지 못했는데;

노이에자이트 2009-06-14 23:49   좋아요 0 | URL
그 책은 아직 있을 걸요.나온지 2년 정도 밖에 안되었으니까요.도서관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을 거에요.<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는 20년 가까이 되지만...다시 확인해 보세요.

비로그인 2009-06-1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치아피카스가 전남대에 있군요!
게다가 촛불시위에서 단상에까지.
그가 광주항쟁에 관한 책을 낼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놀랍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4 23:23   좋아요 0 | URL
동네 여고생이 그 외국인 아저씨 누구냐고 질문하더라구요.그래서 알려주었지요.파리 코뮌과 광주항쟁을 비교하는 논문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6-16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분들이시군요. 신좌파의 상상력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6-16 18:06   좋아요 0 | URL
외국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지요.68혁명의 필독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