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가 1991년에 쓴 <대통령들의 초상-우리의 역사를 위한 변명>(서당1991)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논한 일종의 역사평론 같은 저술인데 이승만,전두환은 비교적 평가가 후하고 박정희는 굉장히 평가가 박합니다.특히 이 책에선 전두환을 옹호하는 것이 두드러집니다.꽤 긴 글이므로 주요골자가 나와 있는 부분만 발췌합니다. 번호는 제가 임의로 붙였습니다. 

 1.거듭 말하거니와 그에겐 당초 정권을 잡겠다는 야심은 아예 없었다.상황의 전개 과정에서 주변의 인사들이 그런 권유를 했을지도 모르고 그의 부하 가운데선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 자신은 결단코 정권에 야심을 품고 상황을 조작하지도 않았고 사실 조작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본인의 말도 그러하거니와 상황 자체를 검토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2.그는 어떤 상황에 처했어도 맡은 바 과업을 최선의 효과를 노려 최선의 방책으로 최선의 능력을 다했을 뿐이다.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전두환 장군은 최규하 대통령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어려운 난제를 앞두고 최 대통령은 자기가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이 사람이면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전 장군을 신뢰한 까닭에 그 막중한 대업을 그에게 승계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3.전두환이 야심이 없었다면 왜 정보부장 서리까지 맡았는가.국보위의 상임위원장이 되었겠는가,하는 반문이 있겠지만 아까 말한 대로 당시의 정세 속에서 최선을 다하려니까 결과가 그렇게 되었을 것이란 대답 이외엔 할 말이 없다.또 이런 반문이 있을 것을 예상한다.3김씨를 정치의 마당에서 퇴장시킨 5,17조치는 확실히 그의 야심이 묻어 있는 행위가 아니었던가 하고.이에 대해선 노태우 대통령이 민정당 대표위원 시절에 한 말을 대치할 수 밖에 없다.나라를 누란의 위기에까지 몰리게 한 정국과 사회정세가 정돈되길 백년하청 기다리듯 기다릴 수는 없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3김씨 또는 재야세력은 그냥 두어도 어떤 해결이 날 것인데 괜한 짓을 했다는 괘씸한 생각이 들겠지만 호전적인 북한을 옆에 둔 상태에서 국가안보를 우선하는 의식에 철저한 군인들이 그처럼 유장할 순 없는 것이다. 

 4.그리고 5,17조치는 전두환 일개인의 의사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현 대통령 노태우를 비롯하여 전체 군인의 의사가 집약된 처사이며 신중한 최규하 대통령의 의사도 보태진 결단이었다.당시 북한이 남한 땅에 뿌린 불온문서가 수천만 장에 이른다는 신문기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5,17초치가 바람직스럽다고까진 말하지 못해도 불가피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5.광주사태는 전국민이 통탄할 일이고 걱정해야 할 일이어서 어느 정권 어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해서 될 일이 아니다.광주사태가 민주화 운동으로 해석된 오늘에 와서는 규탄될 문제가 한두가지에 끝날 일은 아니지만 그것을 진압할 당시  군 지휘관이나 병사들은 그 당시 그것이 민주화 운동이란 의식을 가졌을 까닭이 없다.과잉진압 수단을 방지하기 위해선 당국의 성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란 앞으로의 경각이 요망될 뿐이다. 

   전두환 집권 직후 그의 전기인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쓴 작가 천금성은 나중에 그 당시 전기 쓴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지만 이병주는 전두환이 몰락한 이후에도 끝까지 이런 글을 남긴 것을 보면 거의 확신을 가지고 작심하면서 글을 쓴 것 같습니다.아마 더 오래 살았더라도 이 신념은 변치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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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9-03-11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16 쿠테타때 전두환 전대통령이 육사생도 쿠테타 찬성 행진을 주도한 것을 알고 있는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3-11 21:51   좋아요 0 | URL
5,16초창기에는 사상계 인맥 상당수가 박정희를 지지했습니다.함석헌이나 장준하까지도요.리영희,임헌영 대화에도 나와 있는 이야기지요 .전두환이 행진 주도한 것도 사실입니다.이 당시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지금과는 달랐습니다.

비로그인 2009-03-1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식으로 하자면 히틀러에게도 당시 정권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겠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03-11 21:52   좋아요 0 | URL
박정희의 매카시즘을 그렇게도 비판하는 사람이 전두환에겐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바람돌이 2009-03-1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두환이 직접 쓰도 저것보단 못쓰겠네요. 개인의 신념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03-12 22:41   좋아요 0 | URL
백담사 가기 전에 전두환이 발표한 글도 이병주가 써줬습니다.

2009-03-11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2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9-03-1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사태는 전국민이 통탄할 일이고 걱정해야 할 일이어서 어느 정권 어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해서 될 일이 아니다." 창의적인데요! -_-

노이에자이트 2009-03-12 22:42   좋아요 0 | URL
진정으로 통탄해야 한다는 느낌보다는 논점 흐리기의 전형적인 사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