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혁명을 옹호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한때는 유럽이나 미국의 지식인 중에도 옹호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는데 이젠 찾아보기 힘듭니다.문화혁명은 재앙이었고 지식인들의 지옥이었으며 중국 현대사에서 잊어버리고 싶은 시기였다고 중국인들 스스로가 이야기합니다.더군다나 최근에 중화사상으로 새로운 무장을 하고 있는 중국정부는 공자 살리기에 열중하고 있으니 당연히 반 공자 캠페인이 절정에 달했던 문혁시기는 덮어버리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제대로된 문혁평가는 시작해보지도 않은 것 아닌가요? 지금처럼 문혁을 매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관제해석을 지나치게 추종하는 분위기에 묻힌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요즘 우리나라에도 알려지고 있는 한사오궁은 "문혁은 극단적인 폭력도 있었지만 당과 간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는 기층민의 해방운동의 성격도 있었다"했습니다.당시 세계를 휩쓸던 68혁명의 한자락을 차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게 만드는 말입니다.특히 문혁을 계기로 중국에선 큰 절하는 풍습이 없어졌다고 합니다.예전 뉴스에서 보았습니다만 등소평이 살아 있을 때 큰 홍수가 진 마을을 친히 방문했는데 현지 주민 그 누구도 등소평과 악수하면서 두 손을 잡거나, 악수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사람을 볼 수 없었습니다.제가 이런 모습을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합니다.권위주의 관행이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좋겠죠.

  지금 문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책들은 소설이든 역사책이든 모두 문혁은 지옥같은 수난의 시대였다는 평가 일색입니다.해리슨 솔즈베리<새로운 황제>에 나오는 주덕이나 류소기의 수난을 읽다 보면 그들이 불쌍해서 눈물까지 날 지경입니다.주덕은 미국의 아그네스 스메들리가 높이 평가한 남자 아닙니까.그녀의 주덕 전기인 <위대한 길>은 구식 군벌이 공산주의형 인간으로 변해 어떻게 새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기였는데...그 주덕이 홍위병들에게 조리돌림을 당하고 두들겨 맞고...류소기와 그의 부인 왕광미의 수난도 유명하지요.역시 주자파로 몰린 등소평은 그 가족들까지 고난을 당해 그의 딸이 결국 불구의 몸이 되고 말기도 하구요.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신영복 씨가 번역한 <시인의 죽음>,<사람아 아.사람아> 역시 문혁 당시의 어두운 모습을 그린 책입니다.영어권에 널리 알렬진 니엔 쳉<생과 사>역시 문혁당시의 악몽같은 생활을 그린 자서전적인 이야기지요.패어뱅크스의 <중국사>엔 이 <생과 사>가 문혁 당시의 상황을 잘 묘사했다고 참고문헌으로도 나와 있습니다.연변 지식인중에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김학철 씨가 자신이 문혁 때 당한 수난을 그린 <20세기의 신화>역시 문혁은 광기어린 소동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여하간 문혁은 괴로운 시기였다는 책은 차고 넘칩니다.

 문혁 비판은 반드시 4인방 비판을 동반합니다.특히 강청은 못된 여자의 상징처럼 등장하지요.그런 강청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펴낸 것이 록산 위트케<강청>입니다.30년 전에 태창문화사에서 펴냈습니다.예전 광주에 미국 문화원이 있을 때 거기서 이 책의 원저를 봤는데 저자인 록산 위트케의 사진이 뒷표지에 한가득 있었습니다,굉장한 미인이었죠.미모자랑을 하고 싶어서 그런 사진을 책표지에 실었을까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이젠 할머니가 되었겠지요. 에드가 스노가 모택동을 만나 인터뷰하여 1930년대의 고전인 중국의 붉은 별을 썼듯이 위트케 자신은 강청을 인터뷰하여 불후의 명저를  남기려는 야심이 있었다고 합니다.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은 것 같군요.이 책은 강청의 전기이긴 하지만 문혁의 정당성을 논리적으로 밀고 나가는 책은 아닙니다.강청의 입을 빌린 일종의 해명이라는 성격은 있지만.

  문혁을 가장 옹호하는 책 중에 한수인<모택동 전기>김자동 역 일월서각 1986가 있습니다.우리나라에서 나온 모택동 전기 중엔 가장 두툼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죠.4권으로 나왔는데 전부 합해 1000쪽 가까이 됩니다.지금은 글씨를 크게 해서 쪽수를 늘리지만 이 책이 번역될 때만 해도 출판계에 아직 그런 잔머리가 없었을 때였죠.빽빽한 글이 박힌 자세한 전기입니다.몇 년전 나온 장융,존 홀리데이 공저의 모택동전도 한수인의 전기보단 얇습니다.한수인은 평소에도 모택동을 존경한다고 말했던 마오이스트.그런 그녀인만큼 모택동은 물론 문화혁명도 호의적으로 묘사했는데 특히 주자파를 냉혹하게 비판하고 4인방을 혁명의 옹호자라고 띄워주는 묘사를 책의 곳곳에 넣었습니다.게다가 티벳의 달라이라마가  CIA의 주구였던 사실도 간략하지만 지적했습니다.이건 사실이지만 달라이라마 열풍이 대단한 우리나라에선 혹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온통 문혁의 부정적인 면만 그린 책들의 홍수 속에서 한수인의 이 모택동 전기는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이 한수인이란 여성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전혀 생소한 인물은 아닙니다.옛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가가 쓴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하나를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지금은 저 세상 사람이 된 후라이 보이 곽규석 씨가 있었습니다.한때 전국 노래자랑 사회자이기도 했는데 이 분의 애창곡이 앤디 윌리엄즈의 사랑은 아름다워라입니다.이 노래는 영화<모정>1955 의 주제곡인데 이 영화가 한수인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겁니다.한수인 역은 톱스타인 제니퍼 존스가 맡았고 그녀의 애인은 역시 톱스타인 윌리엄 홀덴이 맡았습니다.홀덴은 수용소 영화의 고전인 <제 17포로수용소>의 주연을 하기도 했죠.한수인은 중국인 혼혈의 백인입니다.그의 애인은 영화에서 나왔듯이 한국전쟁 취재 중 전사하지요.영화 역시 그 애인의 전사 소식을 듣는 장면이 끝부분에 나옵니다.슬픔에 잠긴 제니퍼 존스가 언덕 위에서 애인을 그리는 장면에서 앤디 윌리엄즈의 노래가 나오지요. 재밌는 것은 한수인은 마오주의자인데 이 영화에서 중국 공산당원으로 나오는 이들은 불쾌한 인물로 그려진다는 것입니다.저 역시 한수인의 모택동 전기를 읽기 전엔 한수인이 반공주의자인지 알았습니다.장개석 지지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으니까요.그녀가 마오주의자인 걸 알고 난 뒤 그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케이블에서 가끔 방영합니다)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그 영화가 나올 때는 반공주의자였나? 하는 추측도 해봅니다만 글쎄요.알 길이 없네요.그녀의 또 한 작품은 역시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중공 30년>이 있습니다.중공이라는 명칭이 있던 80년대에 번역되었기 때문에 번역서 제목에 중공이 들어갑니다.국공내전 말기에서 문혁까지의 중국사를 그린 역사소설입니다.이 책은 절판되었고 저 역시 헌 책방에서 찾아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관제해석이 아닌 제대로 된 문혁평가를 한 번 해보고자 합니다.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 역시 문혁에 비판하는 책들이 대부분인데 다행히 한수인의 모택동 전기가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고 있습니다.최근 조반파 홍위병이었던 천이난이 <문화대혁명 또다른 기억>장윤미 역 그린비2008을 썼는데 홍위병에게도 할 말이 있다는 생각을 책으로 썼다고 하네요. 새로운 문혁해석의 문을 열 것도 같습니다.저는 전자우편 주소에 ZAOFANYOULI를 쓰고 있을 만큼 중국 문화대혁명을 비롯한 중국사에 관심이 많으니 예의 주시해 보겠습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쟈 2008-11-18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대혁명 또다른 기억>에 대한 서평자로서는 적임이신데요.^^ 기대해보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19 14:03   좋아요 0 | URL
먼저 우리나라의 문혁논쟁을 정리할까 생각중입니다.리영희의 문혁론을 둘러싼 논쟁이지요.제가 요즘 중국사 공부를 한지 오래되어 당장 문혁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선 상당한 준비운동이 필요할 거예요.

바람돌이 2008-11-18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시대를 평가한다는게 정말 어렵죠. 더더군다나 문혁처럼 모든 것이 뒤바뀌고 모든 가치관이 무너져 내린 시대란.... 뭔가를 이루기 위해 강박적으로 그것에 올인하는 유아적 혁명?? 지금은 워낙에 문화혁명의 비판적인 분위기가 강하고 소설이나 연구서들도 대부분 비판쪽에 몰려있죠. 그런 비판들이 또한 공감도 가고요. 하지만 노이에자이트님 말대로 분명히 다른 면도 있었을테고 그것을 살펴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겠죠? 이제쯤이면 그런 시도가 시작되어야 할 때라는 것도....

노이에자이트 2008-11-19 14:16   좋아요 0 | URL
문혁을 68혁명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제 시각입니다.한편 문혁 와중에도 여전히 중화주의 정책은 일관되었다고 봅니다.문혁당시 북한과 사이가 안 좋아진 사연도 자세히 탐구해 볼만합니다.바람돌이 님은 모정이란 영화를 알고 계시는지요?

파란여우 2008-11-19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청은 죄수복을 입고 법정에 선 사진으로 한국땅에 상륙했었죠. 그 때문에 모택동의 강청도 측천무후처럼 못되먹은 철의 여인으로 반공주의 시절에 각인된 경험이 있습니다만. 전 장개석과 그의 부인 일가가 저지른 부정부패가 더 악독하다고 보는 입장이긴 합니다. 민주라는 이름에 가리워진 고름이었지요. 그건 그렇고 곽규석과 모정, 윌리엄 홀덴, 한수인 등 정말 이 페이퍼는 시리즈로 기대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1-19 14:13   좋아요 0 | URL
제가 구입한 1977~1978년 주간조선에선 해외 넌픽션 물중 4인방 재판을 비롯한 문혁당시를 다룬 글이 꽤 많이 실렸습니다.그때가 세계언론의 주목이 강청을 비롯한 4인방에게 쏟아졌지요.
송씨일가를 다룬 넌픽션인 시그레이브<송씨왕조>는 장경국 총통 시절 대만에선 금서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장개석은 물론 손문까지 도마에 올려놓고 난도질했지요.시그레이브의 동북아 역사시리즈는 재미있지요.그와 그의 부인이 함께 쓴 <야마시다 골드>에는 박정희 시절 한일유착에 관계한 야쿠자들의 활약도 나옵니다.한 번 참고하시길.
나이답지 않게 옛날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많답니다.그래서 우리 어머니나 아버지도 가물가물한 연예비화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곽규석 씨는 말년에 목회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8-11-20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혁명과는 동떨어진 외람된 의문이 하나 있는데요. 국공내전과 중국혁명에 조선인들이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누군가는 중국혁명을 조선인들이 만들어주었다 - 여건을 조성해주었다는 정도로 이해됩니다 - 고도 하던데 저는 아리랑의 이미지 강하게 남아서인지 중국혁명하면 물속의 소금이란 말이 떠오르는데 중국혁명을 만들어주었다는 주장이 흥미롭기도 하고 국수주의적 시각인것은 아닌지 여러모로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9-12-26 21:40   좋아요 0 | URL
조중우호가 굳건했을 때는 중국인들도 그런 생각을 가졌겠지요.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겁니다.8,15직후 국공내전 참전 조선인들이 북한에 들어올 때 제지를 받은 적이 있지요.한국전쟁 때도 국공내전에 참여한 북한출신들은 초기에 꽤 강한 전투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북한이 유엔군에 몰릴 때에는 북한군이 만주 쪽으로 피신을 가기도 하지요.국공내전 때 조선사람들이 도와주었으니 우리도 도와준다는 의식이 당시 중국인들에겐 있었나 봅니다.한국전 때 만주의 조선족들이 대거 중공군으로 참전하기도 하고 그래서 전후 중국정부는 그 고마움에 연변 자치주 설립을 허가해주기도 합니다.
해방전 북한에 있던 친 중공 정파가 조선 신민당입니다.모택동의 신민주주의 혁명을 따서 신민당이지요.
국공내전 당시 조선인 운동가들 중 임시정부에 실망한 이들은 연안의 중공정권으로 많이 갔고 조선의용군들은 용맹을 떨치기도 했지요.김학철 씨가 조선의용군 출신입니다.
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이종석 씨는 김일성 연구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북한과 중국 관계를 깊이 연구했으니 그의 책을 보십시오.
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세현 씨는 모택동 국제정치사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요.저는 그 책을 제가 읽은 모택동 사상서 중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절판.
북한 정권 초기 중공 출신으로 가장 고위직에 오른 이는 무정인데 그는 대장정에도 참가한 역전의 용사입니다만 한국전쟁 중 작전에서 실패하고 처형당합니다.

쟈니 2008-11-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중국에서는 공자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태양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어요. 1980년대 이전에 쓰여졌던 중국철학책에서는 그야말로 신랄하게 공자를 비롯한 유가 사상을 비판했었는데. 시대가 요구하는 바일지도 모르죠..
문화혁명은 잘 아는게 없는데, 워낙 안좋은 쪽으로만 한국에서 이야기가 되어서 늘 그 이면이 궁금해요.

노이에자이트 2008-11-20 12:57   좋아요 0 | URL
문혁의 전과정을 알고 싶으면 산케이 신문 편<모택동 비록> 문학사상사 가 낫습니다.권력투쟁 위주의 서술이지만 우선은 그런 편에서 접근하는 게 손쉽지요.비교적 온건한 평가는 리영희<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을 보십시오.

에링 2008-11-23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역사에 관심을 하나씩 가져 보려고 하는 학생입니다. ^^
페이퍼를 읽다가 68혁명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알라딘에서 관련서적을 찾아보니까 잘 안찾아지네요. 혹시 68혁명에 대해 다룬 쉽고 좋은 책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 당시에 이러한 혁명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참 궁금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1-2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초여름 촛불 시위 광주집회 때 연사로 등장하여 인터넷에도 나온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쓴 <신좌파의 상상력>이 68혁명의 고전입니다.그외 1960년대 사회운동 전반을 다룬 것은 타리크 알리<1960년대 자서전>이 있습니다.68혁명의 배경설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프랑스에선 68혁명이 드골의 하야를 가져오는데 궁금하면 드골 전기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