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고등학교 교칙 중 희한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같은 학교에선 이성 교제를 못하게 하는 곳도 있어서 참....별 짓을 다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그게 뭐 자랑이라고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랑하는 교장도 봤다.참 나이값도 못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그래서 학생들을 시험 잘 보게 한다 이거지...학부모들도 원한다고...하기야 교사와 학부모가 굳게 연대해서 학생들을 쥐어짜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참고서 문제집 달달 외우게 해야지...감히 무슨 이성교제야!어린 것들이 건전치 못하게...이런 거룩하신 제자 사랑,자식 사랑이렷다.눈물겹다.

   성적올리기 위해선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니 학생커플을 용납 못하는 사고방식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공부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다.성적만이 지상가치라고 세뇌받아온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 틀을 못 벗어난다.이래서야 학력 콤플렉스가 독선적 종교보다도 더 해악스럽다.청소년 보호라는 명분하에 온갖 규제와 통제가 횡행한다.그리면서 어린이나 청소년은 순수해야 한단다.순수해야 할 아해들?(서른이 갓 넘을까 말까 한 젊은 기자가 고교생이 나오는 기사를 방송하면서 우리 아이란다)이 무슨 사랑이고 이별이냐 하는 사고방식은 어린이나 청소년도 나름대로의 인생 희로애락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눈을 감는다.그래서 그들을 위한 책도 순수!!!해야 하니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박홍규 씨를 또 등장시켜야겠다.이 양반은 전기작가이기도 한데 독일의 소설가인 에리히 케스트너 전기도 썼다.케스트너는 교사생활도 해본 작가이다.그래서 학교를 다룬 작품도 장기인데 역시 국내에도 제일 많이 알려진 작품은 <하늘을 나는 교실>이다.국내엔 머리말이 있는 번역본과 없는 번역본이 있는데 있는 것이 좋다.왜냐면 머리말 두 개 중 두번 째 것이 주옥같은 내용이라서.그는 어느 작가가 어린이용이라며 쓴 작품을 보내준 것을 읽다가 중도에 못 읽고 팽개치는데 그 이유를 든다.인용해보자.

  ...그 작가는 자기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란 늘 명랑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기만 한 존재라고 믿게끔한다.그 엉터리 작가는 어린 시절이 최상급 케이크 반죽으로 구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글을 쓰고 있다.왜 어른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고 어린이들도 때로 슬픔과 불행을느끼기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를까? 이 참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건대,여러분은 절대로 어린 시절을 잊지 말기를! 나와 약속! 맹세하죠?   망가진 인형때문에 흘리는 눈물과,좀 더 자라서 친구를 잃고 흘리는 눈물은 둘 다 차이가 없다.무엇때문에 슬퍼하든,우리 인생에선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중요한 것은 얼마나 슬퍼하는가이다.하느님께 맹세컨대,어린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결코 어른이 흘리는 눈물보다 작지도 않거니와 때로는 어른들이 흘리는 눈물보다 훨씬 무겁다.그렇다고 오해는 말기를! 우리는 쓸 데 없이 나약하게 굴어서는 안된다.내 뜻은 다만 슬퍼할 때도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철두철미하게 정직해야 한다..... 

   어린이들도 이럴 진대, 중고교생들에게 "어린 것들이 무슨 사랑이야!! 그런 쓸 데 없는 짓할 시간에 영어단어라도 한 개 더 외워라! "하는 잔소리나 할 줄 아는 어른들은 필히 읽어보면 좋을 글이다.하기야 개구리의 특권은 올챙이 시절을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당당히 외치는 인간들에겐 이런 글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이 머리말만 봐도 박홍규 씨가 왜 케스트너 전기를 썼는지 알 것이다.참고서와 문제집 푸는 것만 공부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라면 나보고 "왜 가만히 있는 애들에게 바람을 넣느냐!!!"면서 눈을 부릅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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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9-0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씨는 법대 교수님이 아니라 만물박사님이신듯.
이 분의 영역이 고전부터 정치, 경제, 철학, 사회, 교육...번역까지 마당발입니다.
최근에 니체 이야기인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를 또 내셨더군요.

'어린것들의 사랑 이야기'에 관한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 할아버지의 발언도 좀 재미나죠.
지난번 골든벨 퀴즈에서 어떤 학교 교장샘은 여학생들 가방색이 '빨강'은
선정적이라서 무조건 안된다는 말씀도 방송에서 하시더이다.ㅎㅎㅎ

저도 제 조카들 한 참 자랄 때 그 부모들(제 오라버니들)로부터
"바람넣지 마!"라는 경고를 들었습죠.
알라딘 선생님들이 이런 페이퍼에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는걸 좀 지켜보고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0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니체도...얼마 전 신간으로 토크빌을 내더니...이젠 19세기-20세기 사상사를 모두 다룰 듯 합니다.
예전 영화를 보면 미국 남부에선 최근까지 록음악을 금한 동네가 있더군요.골든벨을 보면 희한한 인간군상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모두 창피한 줄을 몰라요.
조카들에게 무슨 바람을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늘빵 2008-09-0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참 부끄럽고 미안해해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니 이건 뭐

노이에자이트 2008-09-0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인권침해라고 인정을 안 하니까요.

순오기 2008-09-0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요즘 남녀공학이라 공공연한 애정행각의 정도는 상상을 초월해요. 수준별 이동학습할 때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갈 수없을 정도로 찐한~~ 우리딸은 그걸 보는 걸 힘들어했어요.ㅜㅜ 그래서 어떤 학교는 애정표현의 수위를 조정하는 선으로 타협을 보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9-02 13:52   좋아요 0 | URL
하하하...수위조정안이 궁금합니다.가르쳐 주세요.

순오기 2008-09-07 11:19   좋아요 0 | URL
TV에서 100일 이벤트 같은 거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합니다. 그것도 강당에서 촛불로 하트를 만들어 놓고~ 수많은 학생들은 창문으로 구경하는 가운데 당당히 키스하는 고등학생. 우리딸 학교에서 학생회장녀석이 여친한테 해준 이벤트였어요. 그후~ 학교에센 공공연히 키스하지 못하게 했다는 후문이.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09-07 16:17   좋아요 0 | URL
공공연히 키스 못하게 하면 안 보이는 데서 하면 되죠.저는 국민학교 때 다 해봤답니다.전학을 자주 가서 이별도 많았죠.

비로그인 2008-09-0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니 어린왕자가 생각나네요.
모든 어른은 어린이었는데 멍청한 어른들은 그걸 모른다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02 14:18   좋아요 0 | URL
케스트너 책은 교실안 묘사가 정말 실감나지요.교사출신이라 그런가봐요.어린 왕자의 명문을 생각하며 읽으셔도 좋을 듯.

바람돌이 2008-09-02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칙이 저런식으로 황당하게 시대에 뒤떨어져있는 학교의 대부분은 아마도 사립인문계 고등학교가 대부분일듯해요. 사립들은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 것은 오로지 성적이다라는 일념으로 학부모들을 감동시키죠. 실제로 적어도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자식들이 고등학교 갈때 공립고등학교 선호하지 않습니다. 공립이 너무 느슨하다는 거죠.
제가 아는 한 대부분의 중학교에서는 저런 규정은 없는걸로 압니다. 혹시 있다 하더라도 유명무실하죠. 호르몬의 분비과다로 자신조차 제어못하는 피끓는 청춘의 연애일념을 무슨 규정으로 금지하겠어요. ㅎㅎ
아이들의 연애를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의외로 그렇게 편파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공립중학교에서는요) 연애를 하는 애들이 워낙에 많다보니 우리끼리 모여서 얘기할때는 어떤 커플은 참 예쁘고 잘 어울리는데 어떤 커플은 도대체 저녀석들은 어디가 이뻐서 연해을 하지? 한달에 한번씩 여자친구를 갈아치우는 녀석은 저게 뭐가 될려고 저러나? 뭐 사회에서 어른들이 연애를 하는걸 보는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진짜 미치게 하는건 있어요. 이른바 풍기문란이랄까? 수업시간 내내 둘이서 손을 만지작거리고 뺨을 쓰다듬고 이뻐 죽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녀석들을 보면 바로 자리 바꾸는 탄압에 들어갑니다. 이런 애들 많냐구요? 많습니다.
심한 녀석들 중에는 자기 여자친구가 모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주먹쥐고 부르르 뛰어와서 교무실에서 난동부리는 막나가는 놈도 있습니다. 이것보단 덜하지만 수학여행 가는데 반 바꿔서 여자친구랑 같은 차에 태워달라는 놈도 있구요. (지가 반장이면서 이런 말 하는 놈 보면 연애고 뭐고 확 깨버리고 싶은 욕구가 무럭 무럭 일어납니다)
청소년들의 연애. 인정하고 말고 할 것없이 그냥 현실입니다. 현실은 현실로 인정할 수 밖에 없고요. 다만 아이들이다보니 너무나 미숙하고 말도 안되는 짓도 저지르는 것도 사실이고요. 문제는 그에 대한 대처가 아무것도 없다는거겠죠? 전부 담임의 손에 달렸으니 담임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아이들의 연애 문제를 대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인겁니다. 이건 어쩌면 님이 지적하신대로 학생들의 연애도 학생인권의 문제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교육계의 현실에 근본 원인이 있는거겠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08-09-02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교육현장의 모습...실감납니다.케스트너 말마따나 어린이나 청소년들 사회도 어른들 사회의 축소판이니까 다양한 모습이 보일 겁니다.
설마 연애 깨버리고 싶은 욕구가 난다고 직접 실행에 들어가신 적은 없겠죠? 하하하...
성적지상주의에는 학부모들의 책임도 큽니다.성적 안 좋고 좋은 학력이 아니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을 어른들이 못하니 문제죠.
미모가 뛰어나고 몸매도 좋은 교복 연인들이 손을 다정히 잡고 걸어가는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입니다.
긴 댓글을 통해 생생한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쟈니 2008-09-05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침해를 그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묵인 조장하는게 걱정입니다. 청소년들의 최대 목표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인 시대라서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9-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교육을 받은 세대가 학부모가 되어 또 그걸 강요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