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중 독일의 파울 하이제가 있다.우리나라엔 그다지 애호가도 없고 독일 문학사 책을 봐도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중단편이 재밌고 짜릿해서 잊을 만하면 펼쳐들어 그의 작품을 읽는다.그의 중편 중 <심장 피의 동화>가 있는데 주인공인 남자는 젊은 시인 지망생이다.어려서 시와 노래에 소질이 있어서 부모님 생신날 시도 지어서 기쁘게 해드리는 건 좋은데 이 친구가 고교생이 되어서 장래 무슨 대학 가서 무슨 직업을 얻겠느냐고 물으니 시인이 되겠다는 거다.걱정이 태산 같은 그의 아버지가 하는 충고.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얘야.시나 소설을 쓰겠다고 훌륭한 사람들이 결심했다가 굶은 경우가 많단다.그러자 이 소년 왈,아버지 괜찮아요.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게 아니잖아요.그리고 성경을 보면 뜰에 피는 백합까지도 하느님이 다 살 길을 마련해주신다 했으니 염려할 것 없어요....운운....

   이 소설의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 계속할 것은 없고 작가인 파울 하이제는 만년에 독일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타는 소설가가 되어 영예와 안락한 생활을 계속하며 천수를 누리다가 갔으니 행복하게 산 인생이라 하겠다.

   장흥이 낳은  유명 소설가 이청준과 한승원은 동향이다 뿐이지 소설의 성격은 다르다.한 씨가 훨씬 토속성이 짙다.직업을 전전한 과정도 다르다.이청준 씨는 거의 전업으로 소설을 썼지만 한승원 씨는 젊어서 교사 노릇을 꽤 했다.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한승원 씨는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을 선언한다.예나 지금이나 공무원과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힌다.며느리감 사위감으로도 점수가 높다.요즘 대학도서관과 동네 독서실 가보면 취직 준비하는 이들의 십중팔구는 공무원 시험 아니면 교원 임용고사 준비하는 이들이다.한승원 씨의 그 선언을 듣고 부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애들도 있고 한참 돈 들어 가는 때에....다행히 한 씨는 전업 소설가가 된 뒤에도 성공하여 이름을 남기고 있고 딸인 한강 씨도 유망한 젊은 소설가로 장래를 촉망받고 있으니 이 정도면 성공한 경우다.

   이제 이야기할 전우 씨는 비극적인 사례에 속한다.경기고와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그는 시를 좋아해서 작사가가 된다.이 쟁쟁한 학력.하지만 그가 활약하던 60년대 70년대엔 우리나라에 저작권이란 개념이 없던 시대였다.작사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숱한 히트곡을 작사한 그였지만-배호의 안녕,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누가 울어가 그의 작사다-늘 쪼들려 살았다.결국 아내와 별거하기에 이르른 그는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만다.그리고 그 충격이었는지 술에 절어 행려병자 신세가 되어 42세에 사망.그의 아내도 별로 오래 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만다.전우 씨 말년의 처절한 히트작 여보 정말인가요는 그가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가사라고 한다.노래는 남진과 함께 목포출신의 인기 가수였던 이수미 씨.나중에 강경화 씨가 리메이크했다.추천해 줬더니 인터넷을 통해 들은 20대들도 노래가 좋다고 하더구먼.

여보 정말인가요---작곡: 남국인, 작사: 전우, 노래: 이수미

여보 정말인가요.이렇게 떠나신다니 기적소리 구슬퍼 바람도 울며 섰는데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 못하고 그늘 뒤에 숨어서 혼자 깨무는 입술

여보 정말인가요 이렇게 떠나신다니.

# 아아...국문과,독문과,불문과,철학과가 없어지는 대학교라...정말인가요.이렇게 없애신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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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8-1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TL

노이에자이트 2008-08-1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또래들은 제가 이런 노래 부르는 걸 보면서 청승이다...그랬죠.제 또래들은 거의 모르는 노래거든요.문,사,철이 고개숙이는 시대라서 글 쓰다가 이 노래 생각이 나서요.

로쟈 2008-08-17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남 얘기가 아니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7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플 땐 아예 슬픈 노래를 들으면 후련해지지요.

BRINY 2008-08-1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문과를 한국어 문화학과, 문화컨텐츠학과..등으로 바꾸더라구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8 22:40   좋아요 0 | URL
오...요즘에는 콘텐츠라는 말을 남용하더라구요.

비로그인 2008-08-1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려서 그런말을 들었죠. 뭐가 되고 싶다 라고 입력하면 그런거해서 밥 먹고 살겠냐
라고 프로그래밍 된 듯한 반응이 출력되곤 했었죠. 결국 인생은 자기에게 달린 일이지만
자식의 꿈을 뭐든지 돈으로만 환산하려는 부모들의 태도는 지금도 마찬가지고 거기에 대해선
강한 반감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서평사이트 개설 축하드립니다 ㅅㅅ

노이에자이트 2008-08-18 23:21   좋아요 0 | URL
그래서 대학학과 정할 때 쯤에 부모와의 갈등이 평생을 가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아요.
자주 오셔서 좋은 글 남겨 주세요.

푸하 2008-08-1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봤습니다. 노래를 들어봤어요. http://blog.daum.net/risrister/5421461

노이에자이트 2008-08-18 23:22   좋아요 0 | URL
노래가 슬프죠...50-60대들이 좋아하는 노래예요.저는 몸매가 20대구요.목소리는 10대죠.다른 사람들은 이런 주장에 항의하는 이들도 있어요.

바람돌이 2008-08-1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노이에자이트님! 초면인데 닉네임이 너무 어려워요. ㅎㅎ
대학들이 정말 이제는 너무 심하게 가는군요. 기본학문이 경시되는 대학과 학문풍토라... 참 이건 분명히 아닌데도 모두들 눈이 멀어있는 현실이 슬프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8-18 22:45   좋아요 0 | URL
어려우면 그냥 노자라고 해도 좋고 노이에라고 해도 좋아요.대한상의에서는 자기들이 싫어하는 교수 강의 듣는 학생들의 명단을 확보해서 취직을 못하게 하겠다고 엄포도 놓고 무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