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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4년 5월
평점 :

이 책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 역시
각자 방식으로 생의 한계를 해석하고, 살아냈다.
교과서로 삼던, 반면교사로
삼던,
해석은 오롯이 독자들 몫이다.
프롤로그 中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은 독서인으로 30년 가까이 살아온 조이엘
작가가 퇴계 이황과 선조, 이괄, 허엽, 허난설헌, 광해군 등 역사의 언저리에서 그간 주목받지 못했거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오늘날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엮어냈다.
인문학 책이라고 했는데 왠지 가벼워 보이기 까지 하다. 음... 역사 속 이야기를 말하는 건지 현실의 이야기를 말하는 건지
분간할 수가 없다. 퇴계 선생이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간다. 이건
뭐지?!
과거와 현재가 배추에 양념 스며들듯 잘 버무려져 어느
순간 "과거에 이랬다고? 지금도 그런대?" 하며 웃음이 나온다.
짧고 간결한 문장 안에 묵직한 한 방이 곳곳에 담겨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능력은 없는데 자기주장 강한 사람이 상급자가 되어 열심까지 장착했는데 그 사람이 '왕'이라면 국가 비상사태다.
퇴계는 근정전 너머 푸른 하늘 바라보며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저런 왕이 등장하기 않기를.
제발 저런 대통령이 등장하기 않기를.
퇴계의 근심이 현 시대까지 들리는 듯 하다.
누군가 빌고 있으리.
퇴계와 같은 마음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반복된다.
p.365
기억하지 않은 역사, 청산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징글징글하게 반복된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를
깔끔히 청산해야
하는 이유는,
청산하지 않은
과거는 어지간하면
돌아오는데 더
나쁜 모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p.65
정약용은 서울이 좋았다.
서울에 살면서도 아웃 서울이 꿈이었던 퇴계와 달리 정약용에게 인 서울은 일종의 신앙이었다.
얘들아,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야 해.
벼슬에 오르면 지옥고라도 무조건 서울에서 살아라.
벼슬이 끊어져도 최대한 서울 가까이에 살아라.
무조건 서울에 집을 사야 해.
얼마 전 읽었던 '쏘쿨의
인서울 인강남 내집마련' 재테크 책이 생각난다. 2024년 8월에 개정되어 나온 책인데
150년 전 이미 정약용은 미래를 내다보고 인 서울을 하라고 자식들에게도 가르치다니... 놀라운 통찰력이다.
남양주 두물머리 근처에 정약용 생가를 가본 적이 있는데
정약용은 그토록 원하던 인 서울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p.129
누가 봐도 비리
몸통은 최고
권력자 이이첨이었고,
법무부 장관가지
불법을 저질렀지만
그냥 넘어갔다.
허균이 제일
만만해서 그랬다.
이 상황을 권필이
시를 지어
조롱했다.
허균만 죄를 덮어썼으니
이런 세상은 공정한가?
400년 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권필이 조롱한 것은
17세기 조선일까?
21세기 한국일까?
인문학 책을 많이 접해 본 건 아니지만 이런 독특한 인문학
책은 처음이다. MZ들의 위한 책 처럼 느껴진다. 작가님
나이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워낙 방대한 지식이 나와서 책을 모두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역사 속 인물들의 몰랐던 이면의 모습에 지루한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책이다.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나 새로운 인문학을 만나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아주 유쾌한 인문학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