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 - 다채로운 말로 엮은, 어휘 산책집
권정희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일상의 말들이 잠시 발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곳, 그곳이
바로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다. 빠르게 소비되는 말 대신,
한 번쯤 마음으로 천천히 되새겨 보고 싶은 우리말들이 이 책 안에서 잔잔히 빛난다.
권정희 작가는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20여 년 동안 문학을 가르치며 수집한 단어들을 삶의 풍경과 마음의 곁에 포개어 보여주며, 잊고 지냈던 표현 속에 따뜻한 온기를 다시 일깨운다.
말은 곧 마음의 얼굴이라는 믿음처럼,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새 내 안의 조금 더 다정한 언어들이 낯선 듯 따스한 말들이 나에게 다가온다.

* 삶의 온도를 바꿔주는 어휘집
p.7 잘 모르고 있던 단어를 희미하게나마 알게 됨으로써 삶은 전보다 더 풍성한 색깔로 물들 것입니다.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우리말을 다시 불러내어, 그 속에 담긴 감정과 풍경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는 '어휘 산책집'이다.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말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내며, 한층 더 다정하고 섬세한 어휘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햇귀 [명사, 우리말]
: 해가 처음 솟을 때의 빛, 사방으로 뻗친 햇살
새벽녘, 긴 어둠을 지나 해가 막 뜨려고 할 때 서서히
몰려오는 환한 빛을 '햇귀'라고 한다. 보통 새벽 동이 틀 부렵을 '여명'이라고만
표현했는데, '갓밝이'라는 순우리말과 함께 '햇귀'라는 말까지 알게 되니 그 표현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자울자울 [부사, 우리말]
: 조는 모양을 흉내 낸 말
'자울자울 졸다'는 전라도 지방에서 쓰는 방언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졸고 있는 모습을 '꾸벅꾸벅'이라는 의태어를 쓰곤 하는데 '자울자울'이라는 모양도 소리도 예쁜 말을 알게 되서 나 또한 귀한 보물을 얻은 듯하다.

미쁘다 [형용사, 우리말]
: 어떤 사람 혹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믿고 의지할 수 있다
'미쁘다'는 믿음직하고 진실한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단어를 보고 가장 놀랐던 건, 내가 가끔 '미운데 예쁜 사람'을 표현할 때
'미쁘다'라고 썼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표현이
실제로 존재하는 우리말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해사하다 [형용사, 우리말]
: 표정, 웃음소리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
밝고 깨끗한 생김새나 표정을 표현할 때 쓰이는 단어다. 익숙한
말이지만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우리말이기에, 문장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쓰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한층 더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다.

* 선물하고 싶은 책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는
단순한 어휘집을 넘어 삶, 관계, 내면을 다정한 언어로 비추어주는
책이다. 친구에게는 따뜻한 소통의 길잡이가 되고, 연인에게는
낯설면서도 특별한 언어의 순간을 선물한다. 어휘의 의미와 경험을 담은 짧은 글들은 부담 없이 천천히
읽을 수 있어, 받는 이가 자기만의 속도로 말을 곱씹고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다채로운 어휘와 예쁜 문장들은 숲길을 거닐며 처음 보는 나무와 꽃을 만나든 듯 잊고 있던 언어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깨운다. 무심한 일상 속에서 다정한 말을 전하고 싶을 때,
이 책은 마음을 담은 선물로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
다채로운 말하기를 위하여
책을 덮고 나니,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의문이 들며 김이나 작가가 떠오른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가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듣다 보면, 상황에 적절한 비유와 풍부한 어휘가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귀가 열리고 가슴 한켠에
울림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말하지 못하던 것을 말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섬세해지고
삶은 풍요로워진다'는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하는 순간을 자신의 언어로 깊이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새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