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인연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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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트릭이 뛰어난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죽음의 인연>은 만족스럽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붉은 박물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로, 여섯 편의 단편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펼쳐지는데, 각 작품마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정교한 트릭이 숨어 있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이렇게도 속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범인의 논리를 따라 추리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듯한 본격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죽음의 인연 줄거리


수사1과 형사였던 사토시는 한 번의 큰 실수로 '범죄 자료관'으로 좌천된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붉은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곳에는 형사 사건의 유류품, 증거품, 수사 서류가 고스란히 보관된 공간디아.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데라다 사토시는 이곳에서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잊힌 진실을 파헤친다.

p.219 서로 관계없는 사이였던 두 남자가 죽음이라는 인연으로 영원히 이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15년 전, 하천부지의 허름한 판자집에서 노숙자와 현직 국회의원이 함께 타살된 채 발견된다. 서로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안겼고 당시 3만 명에 달하는 수사관이 투입됐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히이로 사에코는 사소한 물증과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이어가며 사건을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을 이어주는 숨겨진 인연과 범행의 진짜 동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15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인 본격 미스터리 소설


처음에는 오래된 미제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가 봤던 단서들은 하나씩 다른 뜻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사건을 보는 내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작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추리하도록 이끌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반전을 준비해 둔다. 억지스럽게 놀라게 하는 전개가 아니라, 모든 단서가 하나의 진실을 향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놀라움이 상당했다.

<죽음의 인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사소해 보였던 물증과 대화 한마디까지 마지막에 모두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된 후 '이 장면이 그래서 필요했구나'하는 생각에 다시 앞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반전도 훌륭했지만 그 반전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는 논리와 트릭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치밀한 추리와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만으로 끝까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왜 오야마 세이이치로가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주관적인 감상평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죽음의 인연>은 명탐정 코난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소한 단서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물증들이 하나둘 이어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혹시 범인이 아닐까?', '이 단서가 중요한 걸까?' 하며 자연스럽게 추리하게 되었고,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더욱 몰입하게 됐다. 무엇보다 억지스러운 전개 없이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를 쓰며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인상 깊게 읽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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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帛書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이상훈 지음 / 책마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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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책에서 짧게 지나가는 사건과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다.

이상훈 작가의 장편소설 <백서>도 그런 기대를 안고 펼쳐 들었다.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역사보다 한 편의 삶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l  백서 줄거리


《백서》는 1801년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조선 천주교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된 황사영 백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역사소설이다.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 권력을 잡은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천주교를 강하게 탄압한다. 신자였던 황사영은 박해를 피해 충북 제천 배론의 토굴에 몸을 숨기고, 조선 교회가 겪은 참혹한 현실과 순교자들의 희생, 앞으로의 대책을 흰 비단에 적어 북경교구의 주교에게 보내려 한다.

황사영은 백서에 조선 천주교의 현실을 자세히 기록하고, 신앙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한다. 그러나 백서는 전달되기 전에 발각되고, 그는 대역죄인으로 몰려 처형된다. 이후 조선 정부는 백서의 내용을 일부 왜곡한 '가백서'를 만들어 황사영을 역적으로 규정하며 오랜 논란의 시작을 만든다.

소설은 황사영의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아내 정명련 마리아와 사촌처남 정하상을 비롯한 가족과 신앙 공동체가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고, 무너진 조선 교회를 다시 세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 담아낸다.



l  황사영에게 천주교는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는 초반에는 황사영이 왜 목숨까지 걸면서 천주교를 지키려 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천주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사상으로 여겨졌고, 그의 선택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큰 희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황사영에게 천주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신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과 계급을 넘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가르침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었을 것이고, 황사영 역시 그 믿음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황사영이 백서를 남긴 이유도 자신의 안위를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신앙을 지키고 공동체를 살리고 싶은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을테다. 물론 그가 제시한 방법까지 모두 옳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극심한 박해 속에서 어떤 현실과 두려움을 마주했는지 먼저 이해하려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황사영을 단순히 역적이나 순교자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역사 속 한 인물의 삶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소설이었다.





l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 역사소설 추천


처음 접한 한국 천주교 역사소설이었는데, 단순히 한 사건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천주교가 어떻게 조선에 들어오고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책에서는 짧게 지나쳤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신분과 계급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조선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의 선택을 무조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신념과 용기를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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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帛書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이상훈 지음 / 책마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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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압박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려 했던 한 인간의 고뇌와 진심을 마주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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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 - 5천만 원으로 17억 만든 수익 불패 황금 공식
파돌댁 지음 / 체인지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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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도 주식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특히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움의 시선을 받기도 한다. 나는 아직 주식을 적극적인 투자 수단이라기보다 연금을 활용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왔기에, 주식 투자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껴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개별 주식을 조금씩이라도 모아둘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를 만났다. 책 표지에 적힌 '5천만 원으로 17억 만든'이라는 문구는 '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직장인이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거치며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과연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주 투자를 했을까. 나 역시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투자에 대한 시야를 조금 더 넓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 내 안의 투자 그릇 확장하는 법



나의 투자 그릇이란, 단순히 수익률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와 변동성, 그리고 스스로 세운 원칙을 지키는 힘을 말한다. 이 그릇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같은 성장주라도 받아들이는 방식과 선택이 달라진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많은 재테크 서적이 권하는 분산 투자·ETF가 아니라 ‘집중 투자’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자산을 34배 가까이 키웠다는 결과만 보면 화려한 성공담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기업의 장기 성장성을 분석하고 자신만의 전략과 원칙을 세우는 오랜 과정이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누구나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성장주 집중투자의 장점


수익 폭을 키우기 좋다

관리가 단순하다

확신을 기반으로 한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성장주 집중투자의 위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심리적 압박이 강하다

리스크가 한 곳에 모인다


성장주 집중투자는 소수의 고성장 기업에 올인해 자산을 빠르게 키우려는 전략이다. 장점은 성공했을 때 수익률이 압도적이라는 점, 단점은 변동성과 심리적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점이다.


결국 성장주에 집중할 것인지의 문제는 ‘얼마나 벌고 싶은가’보다 먼저, ‘나는 어느 정도의 흔들림까지 견딜 수 있는 사람인가’를 스스로 생각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 생각에 답하는 과정 자체가 내 안의 투자 그릇을 조금씩 확장하는 첫 단계이다.



* 절약과 종잣돈 만들기



파돌댁이 재테크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손댄 것은 복잡한 투자 기술이 아니었다. 월급이 많지 않았던 공무원 시절, 그는 '소비를 줄이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 필요하지 않은 쇼핑을 막기 위해 아예 '정말 필요한 물건을 살 때만 쇼핑 앱을 연다'는 규칙을 정했고, 그 작은 습관 하나가 자연스럽게 지출을 줄이는 출발점이 된다.


가계부 작성: 의미 없는 소비를 걸러내는 장치


파돌댁의 절약 시작점은 가계부 작성이다.

저자는 가계부를 “의미 없는 소비를 목적 있는 소비로 바꿔주는 첫 번째 장치”라고 말한다(책 p.67)


가계부를 쓰면

내 돈이 어디로 새는지 보이고

반복되는 소비 패턴이 드러난다.


파돌댁은 최소 1년은 꾸준히 기록해 보라고 권한다.

그 기간 동안 데이터가 쌓여야

줄일 수 있는 소비

줄이기 어려운 필수 지출

을 현실적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는 ‘절약 그 자체’라기보다 종잣돈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얼마나 버는지, 어디에 쓰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얼마를 투자로 돌릴 수 있을지 계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주린이를 위한 재테크 설명서



파돌댁의 <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는 단순히 투자 성공담을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주식이 처음인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제경영서이자, 실천 가능한 방법을 담은 재테크설명서에 가깝다. 저자는 종잣돈을 모으는 과정부터 성장주를 선택하고 투자 원칙을 지키는 방법까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무조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성장주 투자의 가능성과 함께 변동성, 심리적 부담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덕분에 주린이도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꾸준한 기록과 원칙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또한 이 책은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투자길잡이가 되어 준다. 돈을 모으는 방법뿐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고 어떤 삶을 위해 자산을 늘려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성장주 투자로 40에 은퇴했다>는 단순한 투자 책이 아니라, 투자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투자나침반 같은 책이라고 느꼈다.



* 은퇴 후 자산 어떻게 바꿀까



조기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남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목표 자산을 만들고 난 뒤에는, 그 다음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파돌댁은 성장주 집중 투자로 자산을 키워 왔다. 하지만 은퇴 이후까지 같은 속도로, 같은 위험을 감수하며 가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생의 단계가 바뀌면, 자산이 맡아야 할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하는 은퇴 후 그림은 단순하다.


자산을 빠르게 불리는 역할은 여전히 성장주가 맡고,

대신 생활비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책임지는 자산은 배당주나 ETF 같은 보다 안정적인 쪽으로 옮겨 간다.


은퇴 이후에는 별도의 생활비 시스템을 만들어 "얼마나 오래, 안심하고 쓸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 나에게 적용할 점


✔ 통장 쪼개기로 돈의 흐름 관리하기


20년 넘게 가계부를 쓰며 지출을 기록하는 습관은 이미 갖추고 있지만 지출을 정리하는 데서 그치기보다, 통장 쪼개기를 통해 생활비·저축·투자 등 목적별로 자금을 미리 나누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 은퇴 후 배당금 현금흐름 준비하기


아직은 공격적인 성장주 투자보다 안정적인 투자가 더 잘 맞는다. 앞으로는 연금과 함께 배당금을 활용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은퇴 후에도 꾸준한 수입이 이어지는 자산 구조를 준비해 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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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무늬 모자
안 세르 지음, 송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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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세르 작가의 <호피무늬 모자>는 짧은 분량 안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기억과 끝내 다 이해하지 못한 타인을 어떻게 마음을 남길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다. 담담한 문장으로 글을 써내려갔지만 그 안에는 상실과 애도, 우정과 사랑이 촘촘하게 겹쳐 있다.



** 줄거리 



이야기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 친구 파니를 기억하는 화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화자는 파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화자는 파니를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 이해와 끝없는 사랑을 담은 소설


<호피무늬 모자>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은 다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야기한다.

화자가 파니를 떠올리는 장면들은 단순히 옛날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떠난 친구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 그리고 뒤늦게라도 그 사람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이 담겨 있다. 가까운 친구였지만 파니의 아픔을 모두 알 수는 없었고, 그래서 화자는 함께했던 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파니를 조금씩 이해해 간다.

우리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도 상대의 마음을 완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모든 것을 이해해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어도, 곁에 있었던 시간과 소중했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호피무늬 모자>는 슬픈 이별의 이야기이면서도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로 읽힌다. 누군가가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오래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나 역시 소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 감상평


이 책을 읽으며 작년 12월 세상을 떠난 우리 집 반려견 아롱이가 자주 떠올랐다.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아롱이를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함께했지만 아롱이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려준 적이 없다. 나는 그저 행동과 눈빛을 통해 짐작할 뿐이었다.


책 속 화자가 파니를 떠올리며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질문하는 모습은 떠난 아롱이를 생각하는 내 마음과도 닮아 있었다. 아롱이가 아팠던 순간들, 외로웠던 순간들, 혹은 행복했던 순간들을 나는 얼마나 제대로 알아차렸을까. 더 자주 안아줄 걸, 더 많이 함께할 걸 하는 후회도 함께 떠올랐다.


물론 사람을 잃는 슬픔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남겨진 사람이 품게 되는 그리움과 미안함, 그리고 끝내 다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도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랑은 가능하고, 오히려 그 이해할 수 없음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함께했던 시간과 사랑했던 마음은 분명 남는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참 동안 아롱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알 수 없는 마음들까지도 포함해, 그 아이를 사랑했던 시간을 고맙게 기억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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