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유리하다 - AI 시대,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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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나 SNS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기술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다 조만간 내 일자리도 사라지는 게 아닐까?"하는 문득 드는 불안감을 한 번쯤 느껴본 적이 있을거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김용섭 저자의 <인간이 유리하다>는 이러한 시대적 불안 속에서 "AI시대를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명쾌한 통찰을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영역'이 무엇인지 파헤치며 우리가 가져야 할 진짜 경쟁력을 제시한다.



* AI 시대 본질은 '대체'가 아닌 '격차'다


저자는 AI 시대의 본질이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진짜 핵심은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사람과 변화를 외면하는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격차다. 똑같은 기술을 마주하더라도 누구는 업무 속도를 몇 배로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누구는 익숙한 옛 방식만 고집하다 뒤처진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AI가 인간을 이길까?"가 아니라, "나는 이 강력한 도구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가?"다. AI는 나를 대체하는 위협이 아니라 내 능력치를 극대화해 줄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다. 


기술의 발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도구를 기꺼이 배우고 내 삶에 적용하려는 유연한 태도야말로, 다가오는 시대에 개인의 경쟁력과 생존을 결정짓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될 것이다.


"AI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AI를 활용하는 사람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모두 AI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강연에서 남긴 이 말을 접하며, 지금까지 가졌던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프레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것이 아니라,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내 손에 쥐느냐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AI 시대의 필요한 새로운 역량 

휴먼 인텔리전스와 휴먼 스킬 그리고 '인간력'


  • 휴먼 인텔리전스 : 인지, 학습, 추론능력

  • 휴먼 스킬 : 팀워크, 소통, 협력 등 대인관계 역량

  • 인간력 :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자립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총합적인 힘' (휴먼 인텔리전스 , 휴먼스킬이 포함된 개념)



AI 가 시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를 보며 인간의 입지가 줄어든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 고유의 역량인 '인간력'이 더욱 압도적인 무기가 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정보 탐색이나 반복적인 업무는 이미 AI가 인간을 훨씬 앞서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공감, 복잡한 맥락 속에서의 판단력, 진정성 있는 관계 형성 능력은 결코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단순한 지식의 양이 아니라, 그 기술을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제 해결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이다. AI라는 유능한 조력자를 옆에 두고, 우리는 더욱 인간다운 고민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 핵심이다. 


* 스펙보다 경험 중심의 교육과 조직으로


저자는 이제 정량적인 '스펙'의 시대가 저물고, 직접 부딪히며 쌓은 '경험'의 시대가 왔다고 한다. 과거에는 학벌이나 자격증이 능력을 증명하는 기준이었지만, 지식을 초고속으로 처리하는 AI 시대에 단편적인 스펙의 가치는 점차 희미해진다. 이제 진짜 경쟁력은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 타인과 유연하게 협업해 본 경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사유의 깊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학교와 기업, 일하는 방식의 시스템 자체가 재편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처럼 정답을 암기하고 스펙으로 줄을 세우던 낡은 교육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실행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기업 역시 관습을 깨고 유연한 문화로 개선해야 된다. 


AI 시대의 핵심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을 가진 '사람의 역량'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인재를 제대로 키워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 AI시대 꼭 읽어야 할 경제경영 신간도서 


<인간이 유리하다>는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직업이 사라지는 이유가 AI 자체 때문이 아니라, AI를 더 잘 활용하는 인간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라 더욱 오래 남았다.


이 책을 통해 AI를 무조건 두려워하기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AI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어 활용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대학생 아이를 둔 부모로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대학이 자칫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 있게 보내느냐일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강점을 찾고 AI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AI를 두려워하며 뒤처질 것인지, 아니면 AI를 똑똑한 내 편으로 만들어 함께 성장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차가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사람만이 가진 따뜻한 인간력이다. 나 역시 아이와 함께 AI를 배우고 활용하며, 기술과 인간다움을 함께 키워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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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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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64>를 읽기 전에는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전 미해결 사건을 다시 추적하며 범인을 찾아가는 이야기 정도로 예상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이 작품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과 조직의 모습을 훨씬 깊이 들여다보는 소설이었다.

제목이 왜 '64'인지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쇼와 64년에 발생한 한 유괴살인 사건이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의 삶과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오래된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와 조직의 논리를 함께 그려낸 작품이었다.


** 64 줄거리


이야기는 쇼와 64년에 발생한 소녀 유괴살인 사건에서 시작된다.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세월 속으로 묻히고, 피해자 가족은 오랜 시간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던 중 공소시효를 1년 앞둔 시점에서 본청 고즈카 청장 64 시찰 이유로 D현경에 방문한다는 공지가 내려오고 그 과정에서 경찰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이 하나둘 드러난다.

p.180 고즈카 청장 시찰의 배경에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아카마에게 들은 시찰 목적과는 별도로, 숨겨진 또 하나의 이유가 존재한다. 진짜 목적.

중심에는 경찰 홍보담당관 미카미 요시노부가 있다. 그는 수사를 직접 담당하는 형사는 아니지만, 조직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위치에서 여러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유족을 만나고, 과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경찰이 감추고 싶어 했던 진실의 흔적을 조금씩 발견한다.

여기에 또 다른 유괴 사건까지 발생하며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고 사건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데...


** 일본최고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64>와 같은 사회파 미스터리는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데서 끝나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배경에 어떤 사회적 문제와 인간의 갈등이 숨어 있는지 조명한다. 요코야마 히데오의 <64>는 이 장르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은 공소 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미제 유괴 사건 '육사(64)'를 다룬다. 하지만 이야기는 화려한 탐정이 아닌, 경찰 내부의 권력 다툼과 언론과의 갈등 사이에 끼어있는 '홍보관' 미카미에게 맞춰져 있다. 조직의 이기주의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관료제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기력해지고 고통받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단순히 사건을 푸는 쾌감이 아니라, 거대한 조직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왜 이 작품이 일본 최고 사회파 미스터리로 손꼽히는지 납득하게 된다.



** 감상평 


좋아하는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6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받아 들었을 때는 완독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그런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홍보담당관 미카미를 따라가며 사건의 흐름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책장은 빠르게 넘어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한 경찰 조직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졌다.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숨겨진 의도들이 드러날수록 이야기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왜 그들은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걸까?', '미카미는 왜 이 사건에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라는 질문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만큼 <64>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사건을 단순히 명쾌하게 해결하는 방식의 미스터리가 아니어도 이렇게 깊은 재미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범인을 찾는 과정 뿐 아니라 진실을 둘러싼 인간과 조직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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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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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제공 솔직리뷰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유난히 마음이 지치는 날이 있다. 세상일이 내 마음 같지 않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묵직하게 어깨를 누를 때면 '다 내려놓고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유튜버 '덕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박보미 작가의 첫 장편소설, <그루잠>은 깨었다가 다시 드는 잠을 뜻하는 예쁜 순 우리말이다. 지독한 현실에서 도망쳐 겨우 눈을 감았지만 결국 다시 깨어 마주해야 하는 또 다른 세계를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방송에서 늘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던 작가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책에 담아냈을지 무척 궁금하다. 주인공 윤설이 안내하는 기묘하고도 몽환적인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어가본다.




* 줄거리 



윤설의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혹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여의었고 홀로 남은 아버지에게조차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자라났다. 가정에서의 결핍은 학교로까지 이어져 늘 무리 속에 섞이지 못하는 외톨이로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다. 외로움이 일상이었던 윤설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차갑고 아득한 곳이었다.


윤설은 포기하지 않았다. 치열한 노력 끝에 공기업에 합격했을 때, 마침내 자신의 삶에도 평온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어렵게 들어간 직장은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이었다. 윤설은 그곳에서 부당한 대우와 직장 상사의 무자비한 갑질을 마주한다. 용기를 내어 이에 맞서 보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외면과 동료들의 배신, 그리고 조작된 거짓 증언들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켜켜이 쌓아온 상처 위에 현실의 배신까지 더해지며 윤설의 삶은 결국 산산조각이 난다. 홀로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는 과정에서 윤설의 시공간은 기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 우리는 왜 선하게 살아야만 하는가



박보미의 장편소설 <그루잠>을 읽으며 '우리는 왜 선하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착하게 산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고, 나쁜 사람이 반드시 벌을 받는 것도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져보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한 선함은 단순히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며,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그런 작은 선택들이 결국 한 사람을 지켜주고, 또 나 자신도 지켜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선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크게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다운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 감상평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세상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살다 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루잠> 역시 그런 현실을 닮아 있었다. 주인공 윤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과 상처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전개가 이어져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것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어떤 사건이 생기면 이유를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곤 한다. 하지만 살아보니 모든 일에 명확한 이유나 답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래도 나는 계속 선하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세상에 지고 싶지 않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버텨보려 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한 가지는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이기려고 애쓰는 것보다, 때로는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용기라는 것을 말이다. <그루잠>은 답을 찾지 못하는 시간마저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사실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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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인연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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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트릭이 뛰어난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죽음의 인연>은 만족스럽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붉은 박물관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로, 여섯 편의 단편이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펼쳐지는데, 각 작품마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정교한 트릭이 숨어 있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이렇게도 속을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범인의 논리를 따라 추리하는 재미도 상당했다.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듯한 본격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죽음의 인연 줄거리


수사1과 형사였던 사토시는 한 번의 큰 실수로 '범죄 자료관'으로 좌천된다. 붉은 벽돌로 지어져 '붉은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곳에는 형사 사건의 유류품, 증거품, 수사 서류가 고스란히 보관된 공간디아.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데라다 사토시는 이곳에서 미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잊힌 진실을 파헤친다.

p.219 서로 관계없는 사이였던 두 남자가 죽음이라는 인연으로 영원히 이어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15년 전, 하천부지의 허름한 판자집에서 노숙자와 현직 국회의원이 함께 타살된 채 발견된다. 서로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안겼고 당시 3만 명에 달하는 수사관이 투입됐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히이로 사에코는 사소한 물증과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이어가며 사건을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살인사건으로 보였던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을 이어주는 숨겨진 인연과 범행의 진짜 동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15년 동안 묻혀 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인 본격 미스터리 소설


처음에는 오래된 미제 사건의 진실을 밝혀가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내가 봤던 단서들은 하나씩 다른 뜻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사건을 보는 내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작가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추리하도록 이끌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상을 완전히 뒤집는 반전을 준비해 둔다. 억지스럽게 놀라게 하는 전개가 아니라, 모든 단서가 하나의 진실을 향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놀라움이 상당했다.

<죽음의 인연>에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사소해 보였던 물증과 대화 한마디까지 마지막에 모두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사건이 해결된 후 '이 장면이 그래서 필요했구나'하는 생각에 다시 앞부분을 떠올리게 된다.

반전도 훌륭했지만 그 반전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는 논리와 트릭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치밀한 추리와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과정만으로 끝까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왜 오야마 세이이치로가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 주관적인 감상평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죽음의 인연>은 명탐정 코난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사소한 단서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물증들이 하나둘 이어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

읽는 내내 '혹시 범인이 아닐까?', '이 단서가 중요한 걸까?' 하며 자연스럽게 추리하게 되었고,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더욱 몰입하게 됐다. 무엇보다 억지스러운 전개 없이 논리적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머리를 쓰며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설렘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인상 깊게 읽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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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 帛書 - 12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이상훈 지음 / 책마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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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책에서 짧게 지나가는 사건과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다가오기 때문인 것 같다.

이상훈 작가의 장편소설 <백서>도 그런 기대를 안고 펼쳐 들었다.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역사보다 한 편의 삶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이 어떻게 펼쳐질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l  백서 줄거리


《백서》는 1801년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조선 천주교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된 황사영 백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역사소설이다.

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 권력을 잡은 정순왕후와 노론 벽파는 천주교를 강하게 탄압한다. 신자였던 황사영은 박해를 피해 충북 제천 배론의 토굴에 몸을 숨기고, 조선 교회가 겪은 참혹한 현실과 순교자들의 희생, 앞으로의 대책을 흰 비단에 적어 북경교구의 주교에게 보내려 한다.

황사영은 백서에 조선 천주교의 현실을 자세히 기록하고, 신앙의 자유를 되찾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안한다. 그러나 백서는 전달되기 전에 발각되고, 그는 대역죄인으로 몰려 처형된다. 이후 조선 정부는 백서의 내용을 일부 왜곡한 '가백서'를 만들어 황사영을 역적으로 규정하며 오랜 논란의 시작을 만든다.

소설은 황사영의 죽음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아내 정명련 마리아와 사촌처남 정하상을 비롯한 가족과 신앙 공동체가 혹독한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고, 무너진 조선 교회를 다시 세워 나가는 과정을 함께 담아낸다.



l  황사영에게 천주교는 무엇이었을까?


책을 읽는 초반에는 황사영이 왜 목숨까지 걸면서 천주교를 지키려 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조선 사회에서 천주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기존 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사상으로 여겨졌고, 그의 선택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큰 희생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황사영에게 천주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신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분과 계급을 넘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가르침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었을 것이고, 황사영 역시 그 믿음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황사영이 백서를 남긴 이유도 자신의 안위를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신앙을 지키고 공동체를 살리고 싶은 절박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을테다. 물론 그가 제시한 방법까지 모두 옳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극심한 박해 속에서 어떤 현실과 두려움을 마주했는지 먼저 이해하려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황사영을 단순히 역적이나 순교자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역사 속 한 인물의 삶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소설이었다.





l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한국 역사소설 추천


처음 접한 한국 천주교 역사소설이었는데, 단순히 한 사건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천주교가 어떻게 조선에 들어오고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책에서는 짧게 지나쳤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면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사람들의 삶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신분과 계급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조선 사회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의 선택을 무조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신념과 용기를 이해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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