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르꾸아 빠 무아! - 한국인 입양아 프랑스 장관 되기까지
장-뱅상 플라세.로돌프 게슬레르 지음, 김용채 옮김 / 리에종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뿌르꾸아 빠 무아!'는 프랑스어로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은 장-뱅상 플라세의 자서전이다. 한국인 입양아가 프랑스 장관이 되기까지 그 자신이 지나온 길에 대한 기록과 소신을 담아낸 책이다. 장-뱅상 플라세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면 옮긴이의 글을 먼저 보면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 세계 70개 회원국 대통령과 수상 등을 포함한 4천여 명의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 즉 '열린 정부 파트너쉽' 연례 정상회담과 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정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11년 발족한 이 국제기구의 전년도 의장국은 미국이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의장을 지냈는데, 2016년에는 프랑스가 그 역할을 맡아 장-뱅상 플라세 국가개혁장관이 행사를 주관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자신에게 넘어온 이 자리를 굳이 플라세 장관에게 맡긴 것은 대통령 본인의 일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녹색당 출신으로 프랑스 국가개혁을 이끌고 있는 플라세 장관의 평소 이미지와 역할 자체가 OGP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리라는 것은 쉽사리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쯤되면 장-뱅상 플라세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증대하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장-뱅상 플라세. 1968년 서울 출생. 수원 고아원에 맡겨져 지내다 일곱 살 때인 1975년 7월 프랑스 캉의 플라세 가정에 입양되었다. 한국 이름은 권오복. 변호사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를 둔 가족의 막내로 자라면서 "추기경 아니면 장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키우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좌파급진당 소속 라 로셸 시장 국회의원인 미셸 크레포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녹색당에 입당하여서는 의원연수원장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특히 좌파에서 인정하는 '협상 전문가'로 활약하며 당의 발전을 이끌었다. 2011년 파리 근교 에손 도의 상원의원에 당선되었고, 녹색당 상원 초대 원내대표를 지냈다. 2016년 2월 개각 때에 좌파 연합내각의 국가개혁장관으로 발탁되어 행정 간소화와 전산첨단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국제 기구 '열린 정부 파트너쉽' 즉 OGP 행사를 주관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다', 2부 '나를 만드는 시간들', 3부 '정치에 입문하다', 4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꿈꾸며', 5부 '상원 입성에서 장관이 되기까지'로 나뉜다. 입양아 출신 장-뱅상 플라세의 어린시절과 정치에 입문한 계기, 녹색당에서의 첫걸음, 상원의원이 되고, 장관이 된 이야기, 첫 번째 한국 귀환과 고아원에서의 감동적인 재회까지 다룬다.

 

오랫동안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았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인지 한국에서 지낸 세월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렸다. 하지만 입양으로 그는 인생에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두 번째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의 불행한 과거와 정체성의 혼동, 프랑스에서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넉 달 만에 프랑스 말을 완전히 배운 일 등 남들과 다른 그의 인생을 초반부터 집중해서 읽어나간다. 그의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응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입양 가정의 가정교육과 기다려주는 마음을 보며 생각이 많아진다.

 

2014년 가을 내가 마침내 이 자서전 집필을 시작하려고 작정했을 때, 가까운 친구들이 내게 이런 말을 던졌다. "아! 사람들 심금을 울리려고…." 그들의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난 이런 반응을 접하고 나는 내가 하려는 일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인생 초창기의 역경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나를 못말리는 낙천주의자로 만들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좋지 않은 기억은 덮어 버리는 법을 배웠다.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돌이켜 보면, 내가 자라면서 다부지고 적극적이었던 것은 고아들을 위한 양육기관을 거쳐 온 덕분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가끔은 운명을 극복할 수 있으며, 남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193쪽)

입양아 출신 장-뱅상 플라세가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담아낸 책이다. 삶의 과정을 보여주며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그 길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상황이 폭넓게 보인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극복하며 자라왔고, 정치적 입지를 굳히며, 그런 입지를 토대로 프랑스의 국가개혁장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현재를 있게 한 과거, 과거의 이야기가 있기에 더욱 돋보이는 현재를 보게 된다. '내가 못 할 이유는 없다!' 고 자신만만하게 외치는 장-뱅상 플라세를 만나보게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