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첫 필사노트 : 그립은 흘긴 눈 ㅣ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5
윤동주.현진건.홍사용 지음 / 새봄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한동안 컬러링 북의 열풍이 불었다. 손에 색연필을 잡아 쥐고 색칠삼매경에 빠지며 마음의 치유를 경험했다. 어느덧 그 열풍은 '필사'로 향했다. 직접 펜을 쥐고 천천히 글자를 적어나가다보면, 눈으로 흘려읽는 것보다도 더 깊게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천천히 글자를 적다보면 마음에 새기듯 하나하나 음미하며 읊어보게 되니 저절로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된다. 특히 요즘처럼 지치고 힘든 때에는 마음에 새길 문장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황폐하니까.
자괴감의 시대, 나를 치유하는 필사의 힘

이 책은 '나의 첫 필사노트' 시리즈의 세 번째 책《그립은 흘긴 눈》이다. 윤동주와 홍사용의 시, 현진건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은 현진건의 <그립은 흘긴 눈>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책의 띠지를 보면 눈에 띄는 글이 있다.

필사를 꼼꼼히 모두 마친 후, 이 책을 출판사로 보내면
당신이 원하는 날짜와 장소로 이 책을 다시 보내드립니다.
30일 후, 100일 후, 1년 후의 나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자녀에게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선물하세요
누군가가 필사 내용을 보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이 보지 않게 하려면 종이포장 후, 소포 박스에 넣어 보내면 된다고 하니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어느 것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의미가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사용법대로 앞부분을 채워놓고 시작하면 된다. 이 책의 저자로서 책표지 날개에 사진을 붙이고, 소개글을 쓰며 시작한다. '내가 쓰는 책의 서문'에는 나의 마음가짐을 담아 서문을 쓰고, 앞부분에 있는 편지지에는 나 또는 당신에게 보내는 글로 채운다. 필사를 모두 마치고 나면 '내가 쓰는 책의 후기'로 마무리한다.


이 책에는 윤동주 <병원>, 현진건 <그립은 흘긴 눈>,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세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차례에 보면 필사노트, 필사를 위한 몇 가지 도움말,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직접 본문 필사로 먼저 들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작품인지 의미를 알고 필사를 시작하고 싶다면 '필사를 위한 몇 가지 도움말'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순서와는 반대로 전문을 먼저 읽고, 도움말을 읽은 후에 필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는 독자의 마음대로 하면 될 것이다. 어짜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은 잃어버린 감성을 복원하고, 지치고 상처받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윤동주의 시 '병원', 현진건의 단편소설 '그립은 흘긴 눈', 홍사용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모두 인간의 슬픔과 고뇌에 대하여 해석하거나 속단하려 들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들이다. 그리하여 그것의 근원을 독자 스스로가 심도 있게 파헤칠 수 있도록 돕는, 문학의 순기능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편집자가 쓰는 책의 후기 中)
이 책은 큰 틀이고 뼈대인 셈이다. 독자가 이 책에 숨결을 불어넣고 정성을 다해 채워나가면서 빛을 발하고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완성되는 것이다. 필사하며 읽는 한국현대문학 시리즈 5권인 이 책을 통해 윤동주, 현진건, 홍사용의 작품을 필사하며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