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여행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윤용인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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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날씨 참 좋다. 날씨가 좋아지면 괜히 감성적이 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런 내 마음에 들어온 책이 있다. 제목이 확 와닿았다.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시가 있는 여행>.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했다. 읽다가 여행가겠다고 뛰쳐나갈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가기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며 책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책은 시와 사진, 글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단순히 여행 이야기만 담긴 것이 아니라 시와 함께하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시, 처음 보는 시, 다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시와 어울리는 여행지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내가 가보면 무미건조한 곳일지라도 일단 이 책 저자의 시선으로 담긴 그곳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그것이 시를 아는 사람들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느낌이 없는 곳도 한 번 더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이 책을 읽다가 박장대소하고 웃은 장면이 있다.

김두식 선생은 그의 책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선배의 말을 빌려 '지랄총량의 법칙'이라는 표현을 썼다. 사춘기가 되면서 속 썩이는 딸 때문에 고민할 때,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은 평생 동안 써야 할 지랄의 총량이 있어서 어느 사람은 그걸 일찍 다 소진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아주 늦게 병이 도지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쓰는 양은 똑같다." 그 말을 듣고 저자는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118p)

사춘기 자식에 고민이라면,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주변 사람때문에 고민이라면, 속썩이는 남편때문에 고민이라면, 이 생각을 하며 웃어 넘기면 어떨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도 한 때는 여행을 할 때 시집 한 권 들고 다닌 적이 있다. 무겁다는 이유에서이기도 했고, 여행지에서는 책을 읽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절제된 언어를 곱씹어보며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젋은 날의 감성이었던 것일까? 요즘은 그런 감성을 다 잊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느낌이다.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며 낭만을 찾으려한다. 모처럼 나의 감성을 깨우는 책을 읽었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여행지와 어울리는 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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