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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어떤 물건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세상이 표현된다. 상상이 현실이 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데에는 실제 만들어진 물건이 영향을 준다. 그러면서 더 좋은 물건을 갖고 싶고 주변의 누군가가 새로운 물건을 장만하면 물욕이 강해진다. 이 책은
물건들에 대한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이
책《사물의 중력》을 읽으며 과거와 현재의 물건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이숙명. 영화지 <프리미어>, 여성지
<엘르>,<싱글즈>에서 일했으며 펴낸 책으로《어쨌거나 뉴욕》,《패션으로 영화읽기》,《혼자서 완전하게》등이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누사페니다에 머물며 이런저런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이 세상에 생겨나 나의 손을 거치고 어디론가
떠나간 사물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내가 소유했던 물건들에 대한 기록이자 내 삶의 인덱스 같은 것이다. 나를
붙들어준 정든 물건들이여, 안녕히. (9쪽_프롤로그 中)
이 책에는 잃어버린 애착인형, 나에게 주는 생일 선물, 완벽한 손톱깎이, 투자를 위한 소비, 샤넬
백과 에코백, 울부짖는 냉장고, 젓가락의 맛, 내 생애 가장 잘 산 물건, 당신의 지도에는 없는 사람, 취향 없는 사람, 물건은 사기보다
버리기가 어렵다, 쓰레기가 되지 않을 물건, 인생을 트렁크 하나에 담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없으면 모든 것이 새롭다, 완벽한 커피를 찾아서,
가난뱅이의 쇼핑, 개도 좋아하는 신발, 캐시미어의 힘, 이건 그냥 밥통이라고요, 왜 사는가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없으면 불편하고 있으면 편리한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그다지 큰 애착은 없더라도 일단 집이라는 공간에 있다보면 굳이 있는 물건을 없애기도 아깝다. 때로는 편리함에, 때로는 추억에,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물건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저자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물건을 볼 때의 감탄을 손톱깎이를 보면서 하게 되고, 물건과의
의리 따위로는 물욕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라는 것을 TV를 바꾸고는 깨달았다. 내 주변에 이런 물건들이 있었구나, 내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저자가 들려주는 물건들의 이야기에 집중해보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하는 물건에 대한 생각도 이렇지 않았을까. 적당히 표현된 내 마음을 보는 듯하다.
꼭 아끼는 물건이 아니어도, 돈을 좀 들였거나
아직 제 구실을 하는 물건을 처분할 때는 골치가 아프다. 끼고 살자니 공간이 부족하고, 버리기는 죄스럽고, 누굴 주자니 아깝고, 파는 건
귀찮다. (135쪽)


이 책을 읽으며 갖고 싶은 물건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필요없는 물건을 깔끔하게 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치우기 위해서는 보통 번거로운 것이 아닌데, 생각만으로 멈추지 말고 행동에 옮기고 싶다.
물건은 사기보다 버리기가 어렵다. 일단
마음먹기가 어렵고 마음을 먹었대도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 새 물건은 카드만 긁으면 집 안까지 배달된다. 덤도 끼워주고, 적립금도 주고,
야단법석을 떨면서 소비를 축하해준다. 하지만 처분할 때는 갖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쓰레기를 분리하고 배출하는 것도, 쓰레기장으로 들고 나르는
것도 모두 내가 직접 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버리는 데도 돈이 든다. 나는 이제 물건을 살 때 그것을 소유하고 즐기는 일 못지않게 버릴
일을 상상한다. 주기적으로 50리터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워 낑낑대며 쓰레기장으로 끌고 나가던 일, 중고거래를 하느라 시간 쓰고 스트레스 받던
일, 서울을 떠나기 전날 시간이 촉박해 공업용 쓰레기 포대에 부엌살림을 쓸어 담고 친구 차로 몇 번이나 쓰레기장을 왕복한 일.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사지 않거나, 쓰레기가 되지 않을 물건을 사거나. 버리고 버리다 얻은 교훈이다.
(145~146쪽)
취향은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쓰면 허영이
되고
남을 무시하기 위해 쓰면 폭력이 된다.
(115쪽)
이 책을 읽으며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또한 내 삶의 인덱스 같은 느낌으로
내가 소유했던 물건들을 떠올려본다. 차 한 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의 책이기에 함께 읽으며 물건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