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네 인생은 어느 순간, 뜻하지 않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어버리기도 한다. 나와
관련된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느 날 허리케인이 온 마을을 초토화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자연을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건 이후 집필한 이 책『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을 읽으며 그가 들려주는 자연의 속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이 책의 저자는 밥 버먼. 메리마운트대학교 천문학 교수이자 과학
칼럼니스트, 저술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과학 칼럼니스트이자 과학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뛰어난 입담과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다. 종종 일반인들을 이끌고 '일식 투어', '유성우 샤워', 알래스카 오로라 투어' 등에서 눈덮인 설원과 깜깜한 하늘과
끝없는 우주의 신비에 대해 과학적인 해설도 해주고 있다. 수많은 자연현상을 취재하며 그 모습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재치 넘치는 과학 기자인
밥 버먼은 어느 날 폭풍 때문에 집이 망가지는 사건을 겪는다. 그날 이후, 자연과 우주에서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들을 추적하기 위해 세계여행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기록한 여행기이자 세상의 거의 모든 움직임과 그 속도에 관한 탐험기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형태의 움직임과 그 속도에 관해 서술한 책이다. (6쪽_서문 中)
이 책은 총 2부 18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1부 '움직이는 것들 파악하기_기초편'에는 1장
'우주가 팽창하는가, 빈공간이 확장하는가', 2장 '얼마나 느린 것을 좋아하는가', 3장 '극점이 움직이는데 우리는 괜찮은 걸까', 4장
'모래를 사랑한 남자 그리고 아타카마 사막', 5장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적도', 6장 '겨울왕국에서 오로라 투어를 즐기는 방법', 7장
'봄이라는 동사의 비밀을 파헤치며'가 설명된다. 2부 '빨라지는 속도 이해하기_심화편'에는 8장 '공기와 바람의 신비를 밝힌 사람들', 9장
'바람은 얼마나 강력하게 몰아칠 수 있는가', 10장 '우리를 추락하게 만드는 힘을 찾아서', 11장 '인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속도', 12장
'개울과 강물 그리고 부서지는 파도', 13장 '우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존재들', 14장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다는 것', 15장 '소리를
가로막는 장벽과 빛에 대한 미스터리', 16장 '별똥별은 어떻게 운석이 되는가', 17장 '무한한 속도가 과연 있는가', 18장 '다시 우주 속
한적한 마을로'로 이어진다.
먼저 차례를 찬찬히 살펴보면 궁금해지는 제목이 눈에 띈다. 지구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곳, 봄이
오는 속도, 사람을 넘어뜨리는 바람의 속도, 두뇌 속의 움직임들 그리고 속도, 몸이 일으키는 가장 빠른 속도, 섬은 왜 파도에 깎이지 않을까,
무엇인지 모르지만 존재하는 물질, 성냥이 발화하는 속도와 온도, 운석 때문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 거대 유성의 충돌이 지구 멸망을 가져올까,
지구가 움직이는 속도, 무한대의 일부는 아무것도 아니다 등의 글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평범하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프롤로그 제목은 '폭풍에 망가진 집 때문에
세계여행을 나서다'이다. 허리케인이 온마을을 초토화시켰다. 이 일은 저자에게 어떤 면에서는 매우 아이러니한 사건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자연의
움직임에 대해 설명하면서 벌어들인 돈으로 집 할부금을 갚아나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도리어 그 자연의 움직임 때문에 집을 잃을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저자는 평생 하늘에 떠 있는 천체의 움직임에 집착해왔으나, 그 사건 이후로 사막 모래, 질병, 단풍나무 수액의 움직임으로 관심이
확장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 이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저절로
미소지어지는 책이라고나 할까. 특히 7장 '봄이라는 동사의 비밀을 파헤치며'에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냥 평범하게, 봄이구나, 좋다,
이런 느낌을 넘어서서 생각은 더욱 확장된다. '봄이라는 명사는 모든 것들이 터져나온다는 동사로도 사용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생각을 자극한다. 꽃이 얼마나 빨리 필까? 나무는 자랄까? 곤충은 날까? 수액이
흐를까?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151쪽)' 향기가 움직이는 속도에 대한 생각, 곤충도 종류별로 움직임이 다른 특징, 나무
수액의 속도 등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벌의 경우 보통 사람이 조깅하는 속도 정도로
움직인다. 시간당 12킬로미터 정도에 해당하는 빠르기다. 봄에 나타나는 곤충 중에서는 파리가 가장 빠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파리가 움직이는 속도는 시간당 16킬로미터 정도다. 파리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은 말파리다. 이것은 이 생명체를 피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해본
사람이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말파리는 시간당 24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엄청나게 빠른 육상선수만이 말파리와의 경주에서 이길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곤충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은 우리의 착한 친구 잠자리다. 잠자리는 지금까지 5,680종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비행 속도는
놀랍게도 시간당 64킬로미터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잠자리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모기이며, 모기를 힘 안들이고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스피드를 지녔다는 것이다. (157쪽)

당신은 친구에게
이야기한다.
"미안, 나 지금 바빠."
당신은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겠지만
실상 당신 몸을 기준으로 볼 때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당신의 몸 내부는 은하계처럼 바쁘기 때문이다. 우리가 쉬거나 백일몽을 꿀 때도 우리
신체 내부에서의 움직임은 멈추는 법이 없다. (229쪽)

관찰 대상을 확대(zoom
in)하거나 축소(zoom out)해서 설명하는 밥 버먼의 과학 해설 방법은 매우 흥미롭다. 과학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알고
있다.
_보스턴글로브
별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 주변의 과학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며
감탄하게 된다. '우와~!'라는 감탄사라 절로 나올 것이다.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과학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