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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프게 하는 말, 이렇게 바꿔요! - 제대로 알고 쓰는 말, 저절로 배우는 인권!
오승현 지음, 소복이 그림, 임정하 감수 / 토토북 / 2015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저절로 떠오르는 책은 김두식 교수가 쓴 ‘불편해도 괜찮아’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을 어린이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네 가지의 차별과 편견을 나누고 그 안에 구체적인 말이나 낱말의 사례를 들어서 우리또는 우리 사회가 차별과 편견에 물들어 있는지 깨치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남녀차별적인 말을 양성평등한 말로 바꾸어 사용하자고 한다. 그 중에 ‘독수리 오형제’라는 만화영화를 통해 말의 지배력을 살펴본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교사인 나도 여자가 있음에도 아무런 의식없이 ‘오형제’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린이를 위한 차별과 편견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도 어릴 때 흔히 들었던 말이고 가끔 내 아이에게 하는 말이기도 한 ‘아빠가 좋니? 엄마가 좋니?’라는 말이 가진 세상을 이분법적 사고로 보도록 하는 것의 위험성을 고등학교에서의 문이과 선택이나 뉴턴 등의 인물들, 현시대의 융합적 인재를 요구하는 다양한 실례를 통해 깨닫게 한다. 혹시 더 크고 무서운 위험성은 어쩌면 처음에 아기 때부터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게 되어 다른 차별과 편견이 태어나고 자란 것은 아닐까?
셋째는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못해서 생기는 차별과 편견들을 다룬다. 기억나는 한 가지는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착한 정도를 판단할 수도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되는 까닭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도 잘 아는 ‘슈렉’이라는 만화영화를 예로 들어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착한 몸매’라는 말이 몸으로 마음을 판단하는 얼마나 차별적이고 편견이 가득한 말인지 드러낸다.
넷째는 우리나라 사회가 특히 두드러진 신분, 지연, 혈연, 지역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고발한다. 여기서도 자기 소개를 할 때 나의 개성과 장점을 소개하기보다 집단을 소개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부분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이다. 아마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못쓰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스쳐갔다. 흔히 뉴스에서 보도되는 대입시험을 준비할 때 학원에서 과외를 받거나 대필하는 것이 그래서인가 하고 말이다. 집단을 우선시 하니 다름도 인정하지 못하고 차별하고 편견에 쌓였던 것은 아닐까?
각 사례나 실례 말미에 질문형식이나 보충자료를 통해 깨닫게 된 차별적인 사례나 편견을 좀 더 드러내어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한 가지 예로 비상구를 나타내는 픽토그램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생각해보고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바꾸어 보도록 노력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각 장이나 사례에서도 안내하거나 소개했지만, 이 책의 맨 뒤에도 차별적이거나 편견이 가득한 말 대신 사용하면 좋은 말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고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차별과 편견이 물들어 있었던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사람을 존중함으로써 다름을 서서히 젖어들게 하는 것 같았다. 안도현이 쓴 ‘연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닌 ‘옆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