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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질러, 운동장 ㅣ 창비아동문고 279
진형민 지음, 이한솔 그림 / 창비 / 2015년 5월
평점 :
진형민 작가의 책은 유쾌하고 재미가 있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이야기를 가져와서 어른들이나 사회의 모순을 지적한다.
‘소리 질러, 운동장’도 그렇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아엠스피크’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어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군 성노예를 고발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김동해는 야구시합에서 자기팀에 유리한 판정을 거부하고 정의(정직)를 외치다 야구부에서 쫓겨나고, 공희주는 여자라서 야구부에 들지 못하는 차별을 받는다. 막야구부를 만들어 야구부와 운동장 사용에 대한 갈등이 있지만, 막야구 시합으로 운동장 사용에 대한 예상치 못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이 막야구 시합 전에 과정에서 운동장 사용을 위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데, 지혜를 발휘하여 막야구할 수 있는 공간을 키우기 위해 공희주 아버지의 도움으로 얻게 된 수학문제로 아이들과 거래를 한다. 또 이 문제를 아이들과 같이 풀고 서로에게 가르쳐주는 진짜 협력학습이 이루어진다. 정당하게 말과 행동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아나가며 협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또, 이 기말고사 대비 수학문제 풀이 협력학습 해프닝(?)을 통해 현재 성적과 시험 위주에 학교나 사회 모습을 고발하며, 놀이 공간으로써의 운동장의 회복을 말하고 있다. 지금은 학교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에 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짓누르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나 사회에 대해 김동해나 공희주처럼 소리를 지르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놀 권리를 찾고,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이 모순을 깨뜨리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뭔가 이유를 대면서 화를 내지만, 일단 화를 냈다 하면 하나같이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가 되고 만다. 그래서 나중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계속 화를 내고, 더 화를 내고, 점점 더 화를 내가가 아아아악 자기 혼자 폭발을 한 다음에야 겨우 끝이 난다. 그러니 그 전에 빨리 도망치는 것이 살길이다.’
야구부 감독이 아이들에게 운동장 사용을 막야구부가 야구부를 위해 양보하라고 했을 때, 김동해와 아이들이 왜 그래야 하냐고 했다. 그 때 감독의 모습을 묘사한 것인데, 저를 비롯한 어른들의 모습이 많이 겹쳐진다.
따라서, 소리 지르는 것(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많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고,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김동해와 공희주를 비롯한 막야구부 아이들도 지혜를 발휘하고 협력하여 어떤 경우에는 ‘작전상 후퇴’도 하면서 돌파했다면, 지금 여기에 있는 아이들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