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 딱 한 번 - 치매와 돌봄 사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장복순(흑진주) 지음 / 밀크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아득한 신기루 같으면서도, 문득문득 가슴 시리도록 생생한 기억들이 발목을 잡는다. 칠순을 넘어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고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참으로 거대한 기적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장복순 작가의 저서 <단 한 번, 딱 한 번>을 펼쳐 들고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내 마음은 어린 시절 고향 마을의 흙담벼락을 스치던 바람처럼 아련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은총의 바다에 잠긴 듯 뭉클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에게 허락된 ‘단 한 번, 딱 한 번’뿐인 인생의 소중함을 깊은 성찰의 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저자는 삶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가치들을 건져 올리며, 우리가 얼마나 눈부신 선물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용히 일깨워준다. 젊은 날에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줄 알았던 것들—아침에 눈을 떠 숨을 쉬고, 가족의 따뜻한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서며 마주하는 사소한 풍경들—이 얼마나 기적 같은 축복이었던가.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수많은 이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눈물과 기도를 곁에서 지켜봐 온 나로서는, 저자의 한 자 한 자가 더욱 깊은 공감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흔히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 착각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나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이 짧은 세상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세속적인 성취의 크기가 아니라, 오늘 내게 주어진 이 하루를 얼마나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지나간 후회에 매몰되지 말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오늘을 허비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오직 지금 이 순간, 내게 허락된 ‘단 한 번’의 시간 속에서 진정한 나와 만나고 이웃을 품으라는 것이다. 해가 저무는 노을빛을 바라보며 남은 인생의 여백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고민하는 나이 칠순의 독자에게, 이 책은 따뜻한 차 한 잔과 같은 위로이자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되어준다.

 

우리의 삶은 연습이 없다. 리허설 없이 무대에 올라 매일매일 초행길을 걸어가는 광대와 같다. 때로는 넘어지고 상처 입으며, 때로는 뜻밖의 환한 기쁨에 눈물짓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모든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모여 나만의 아름다운 인생 서사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단 한 번, 딱 한 번>을 덮으며, 남은 인생을 더 뜨겁게 사랑하고 더 깊이 감사함으로 채워야겠 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 하루,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인연과 소박한 풍경들에 마음을 다해 눈을 맞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유한한 삶을 가장 영원하고 아름답게 살아내는 지혜일 것이다. 저자의 진솔한 고백처럼, 우리 모두에게 허락된 이 단 한 번의 여정이 후회 없는 눈부신 은총의 길이기를 두 손 모아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스스로 일하는 GPT 아스트라 - 24시간 365일, 퇴근 없는 AI 직원 업무 무인화 52가지 활용법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녘에 접어들어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를 지켜보노라면, 참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젊은 날 땀 흘려 일하던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문명의 이기들이 이제는 일상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거세게 불어닥친 인공지능(AI)의 바람은 단순히 기술의 진보를 넘어 인간의 지적 활동 방식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젊은 세대야 이 새로운 디지털 도구들을 숨쉬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지만, 평생을 아날로그적 감성과 손때 묻은 활자 속에서 살아온 70대 은퇴자에게는 이 거대한 흐름이 때로는 아득한 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막연한 경외감과 호기심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을 때, 반병현 작가의 <스스로 일하는 GPT 아스트라>라는 책은 은비늘 같은 통찰을 건네며 조용히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

 

이 책은 단순히 최신 기술을 나열하는 설명서가 아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인공지능이 인간의 명령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일하고 고민하는 동반자로서 어떻게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친절하고도 깊이 있게 안내해 준다. 저자는 복잡하고 난해한 컴퓨터 용어의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비서를 부리듯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혜를 풀어놓는다. 책장을 넘기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인공지능이 단순히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생의 경륜을 쌓은 이들에게도 더없이 훌륭한 날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랜 세월 살아오며 머릿속에 축적된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과 삶의 경험들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자산이다. 하지만 그것을 글로 정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일에는 때로 물리적인 한계와 막막함이 따르기 마련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지능형 도구들은 바로 그 빈틈을 메워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 나의 투박한 생각에 숨결을 불어넣고, 정돈된 문장으로 다듬어 주며, 때로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건네주는 이 디지털 동반자는 늙어가는 지혜에 젊은 활력을 더해주는 신비로운 거울과도 같다. 기술은 결코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고유한 사유의 깊이를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가게 하는 도구라는 점을 이 책은 차분하게 일깨워준다.

 

비록 몸은 은퇴하여 한적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나, 마음만큼은 여전히 세상과 깊이 교감하고 배우고자 하는 노년의 사색가들에게 이 책은 더없이 반가운 안내서다. 새로운 시대의 기술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다정한 이웃으로 맞이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 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오후를 지나 해 질 녘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문명의 언어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 나의 삶과 생각을 기록한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다. 디지털의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하는 지혜로운 비서 아스트라의 손을 잡고, 서재에서 길어 올린 작은 샘물 같은 글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병철·정주영 사람을 보는 지혜 -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과 현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송동윤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세월을 지나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러 주변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힘이 무엇인지 깊이 실감하게 된다. 그것은 재물도, 화려한 스펙도 아니요 결국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품어 안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흥망성쇠는 물론이거니와 한 시대의 흐름까지도 바뀐다. 송동윤 작가의 <이병철·정주영 사람을 보는 지혜>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끈 두 거목, 호암 이병철과 아산 정주영이라는 두 시대의 거인이 어떻게 사람을 발굴하고 곁에 두었으며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해 주는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지나온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됨과 동시에, 리더란 과연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깊은 묵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두 창업주의 서로 다른 경영 철학만큼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인재관’을 흥미롭게 대비시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철저한 완벽주의와 치밀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인재를 검증하고 중용했던 이병철 회장의 행보는 마치 세밀한 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찾는 사색가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직원의 작은 결점조차 놓치지 않는 예리한 안목을 지녔으되, 일단 능력을 인정하고 자리를 맡기면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반면, 거칠 것이 없는 불도저식 도전 정신으로 무장했던 정주영 회장은 학벌이나 경력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대신, 그 사람이 지닌 ‘담력’과 ‘실행력’, 그리고 눈빛 속의 불꽃을 보았다. “임자, 해보기나 했어?”라는 유명한 일화처럼, 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움을 찾는 투지의 사람들을 곁에 두었다.

 

이 두 사람의 전혀 다른 리더십 스타일은 70 평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세상 이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세상에는 정답만 찾아가는 모범생 같은 길도 필요하고, 가로막힌 장벽을 맨몸으로 뛰어넘는 개척자의 길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두 거장 모두 사람을 보는 눈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사람을 단순히 부속품으로 대하지 않고, 기업의 흥망을 짊어질 동반자이자 미래로 보았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란 결국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진정성과 가능성을 꿰뚫어 보는 통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두 사람의 생애는 웅변하고 있다.

 

은퇴 이후 조용한 서재에 앉아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내 곁을 스쳐 갔던 수많은 인연들이 새삼 고맙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젊은 날에는 나 자신의 성공과 앞날을 쫓느라 타인의 진가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고,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마음의 여유를 얻고 보니,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내 주변에 어떤 품성 좋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었는지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비즈니스나 경영의 영역을 넘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타인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로운 지침서가 되어준다. 남의 단점과 허물을 들추기보다는 그가 지닌 잠재력과 선한 의지를 발견해 주고, 지친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을 지닌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한다.


인생의 오후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리더로서 혹은 한 가정의 가장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두 거인이 남긴 치열한 흔적 속에서, 우리는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변치 않는 진리를 다시금 발견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제 강점기 생활 탐구 - 삶을 이어가며 희망을 품다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33
송치중 외 지음, 역사교과서연구소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일제강점기라는 말은 늘 묵직한 부채감이자 가슴 한구석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어린 시절,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들었던 징용과 정신대의 비극, 창씨개명과 우리말 진압의 참상은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증언이었다. 교과서나 방송에서 다루는 일제강점기 역시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투쟁이나 일제의 잔혹한 수탈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그 시절은 온통 핏빛과 잿빛이 섞인 거대한 비극의 무대로만 기억되곤 했다. 그러나 송치중 외 9명의 사학자가 함께 쓴 일제강점기 생활 탐구는 그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보통 사람들의 진짜 삶’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이 책은 의열단의 투쟁이나 임시정부의 활동 대신, 그 시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민중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어떻게 여가를 보내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는지에 주목한다. 신작로를 달리는 모던Boy와 모던Girl의 풍경부터 찻집과 영화관의 등장, 전차와 기차를 타고 오가던 모던 도시의 그늘, 그리고 식민지 통제 속에서도 피어난 소소한 소비문화와 유행까지 다채롭게 짚어낸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일제의 잔혹한 수탈 속에서 ‘생활’과 ‘문화’를 말하는 것이 혹여 식민지 미화나 정당화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노년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것이 부질없는 걱정이었음을 깨달았다. 저자들은 신문물과 근대화라는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차별과 수탈의 구조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 모던한 카페와 백화점이 들어섰지만 그 이용자는 대부분 일본인이거나 극소수의 부유층이었고, 대다수 조선 민중은 식민지 지배라는 거대한 그늘 아래서 생존을 위한 고단한 노동을 이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주는 깊은 울림은, 아무리 가혹한 억압과 수탈 속에서도 인간의 삶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조선의 민중은 일제의 강요와 통제 속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고 저항하며 삶의 온기를 지켜냈다. 우리말을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기는 서러움 속에서도 음지에서 자식들을 가르치고, 일터에서 땀 흘리며, 소소한 소식과 노래로 서로를 위로했던 일상의 흔적들은 그 자체로 고요하고 끈질긴 저항이었다.

 

칠십 년을 살아오며 깨달은 진리 중 하나는, 역사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은 몇몇 영웅의 결단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결국 그 역사를 견뎌내고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이름을 남기지 못한 무명 민중들의 질긴 삶이라는 점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우리 세대의 어버이들이 바로 그 일제강점기의 고초를 몸소 견뎌낸 주인공들이었다. 이 책에 기록된 의식주와 여가의 풍경 속에서, 어릴 적 부모님에게서 어렴풋이 들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가 생생한 현실로 다가와 가슴이 뭉클해졌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일제강점기를 그저 시험공부를 위해 외워야 하는 과거의 숫자와 사건으로만 기억하기 쉽다. 짧고 자극적인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백 년 전 선조들의 고단했던 일상을 이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책이 지닌 가치는 더욱 크다. 정치사와 제도사에 가려져 있던 ‘사람의 냄새’를 복원해 냄으로써, 역사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임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생활 탐구는 흘러간 과거를 되돌아보는 회고록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숭고함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지침서다. 암흑의 시대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루를 살아낸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며,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값진 희생과 인내 위에 놓여 있는지를 숙연하게 돌아보게 된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손주들을 곁에 앉혀두고, 거창한 역사 대신 이 책에 담긴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다. 빼앗긴 들에서도 들꽃처럼 피어났던 선조들의 질긴 생명력이야말로 우리가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흔에 읽는 전도서 - 마흔, 이제 무엇을 붙들고 살아갈 것인가
양형주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손에 쥐었던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세월의 연속이었다. 치열하게 달렸던 목회의 현장에서 물러나 고요히 서재에 앉아 있노라면, 한때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그 수많은 염려와 열정이 과연 무엇이었나 싶어 아득해질 때가 있다. 전도서의 기자가 외쳤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고백은 젊은 시절에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탄식으로 들렸으나, 머리에 서리가 내린 지금에 이르러서야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솔직하고도 숭고한 고백으로 다가온다.

 

양형주 목사의 <마흔에 읽는 전도서>는 바로 이 전도서의 깊은 지혜를 인생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마흔’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치열했던 청년의 열정이 지나가고, 성취의 조급함과 한계의 자각이 교차하는 마디로 바라본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 구절을 강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이 마흔의 고개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타인과의 비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전도서의 핵심 메세지와 정교하게 직조해 낸다.

 

은퇴한 늙은 목회자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대목은 ‘허무’를 바라보는 저자의 전향적인 태도다. 흔히 전도서가 말하는 허무를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오해하기 쉽지만, 저자는 ‘헛되다’는 히브리어 ‘헤벨(바람, 숨결)’의 본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인생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움켜쥘 수 있는 단단한 실체가 아니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것이다. 이 통제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역설적으로 참된 자유와 신앙의 깊이가 시작된다.

 

젊은 날의 나 역시 교회를 세우고 성도들을 양육하며 사역의 성과와 인간적인 평가에 연연했던 적이 있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겠다는 열심은 때로 거룩한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으나, 돌이켜보면 그것 역시 바람을 잡으려는 손짓에 불과했다. 저자는 마흔이라는 시점이 바로 이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를 내려놓고, 하나님이 거저 주신 선물로서의 삶을 재발견해야 할 때라고 나지막이 권면한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일상의 기쁨’과 ‘현재에의 충실’은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전도서는 허무로 시작하지만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허락하신 매일의 밥상, 소소한 노동,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내재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흔의 길목에서 과도한 욕망의 짐을 덜어내고,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전도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최고의 지혜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마흔을 지난 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마흔이라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며, 이미 그 고개를 한참 지나온 노년층에게는 지나온 삶을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해석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지친 이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아 실망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허무함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심을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은혜의 시작점이다. 그 명징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