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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정주영 사람을 보는 지혜 -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과 현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송동윤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긴 세월을 지나 인생의 황혼녘에 이르러 주변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삶의 궤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힘이 무엇인지 깊이 실감하게 된다. 그것은 재물도, 화려한 스펙도 아니요 결국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품어 안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흥망성쇠는 물론이거니와 한 시대의 흐름까지도 바뀐다. 송동윤 작가의 <이병철·정주영 사람을 보는 지혜>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끈 두 거목, 호암 이병철과 아산 정주영이라는 두 시대의 거인이 어떻게 사람을 발굴하고 곁에 두었으며 그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냈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해 주는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지나온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됨과 동시에, 리더란 과연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 깊은 묵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두 창업주의 서로 다른 경영 철학만큼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인재관’을 흥미롭게 대비시켜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 철저한 완벽주의와 치밀한 사전 준비를 바탕으로 인재를 검증하고 중용했던 이병철 회장의 행보는 마치 세밀한 지도를 펼쳐놓고 길을 찾는 사색가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직원의 작은 결점조차 놓치지 않는 예리한 안목을 지녔으되, 일단 능력을 인정하고 자리를 맡기면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반면, 거칠 것이 없는 불도저식 도전 정신으로 무장했던 정주영 회장은 학벌이나 경력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대신, 그 사람이 지닌 ‘담력’과 ‘실행력’, 그리고 눈빛 속의 불꽃을 보았다. “임자, 해보기나 했어?”라는 유명한 일화처럼, 정 회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움을 찾는 투지의 사람들을 곁에 두었다.

이 두 사람의 전혀 다른 리더십 스타일은 70 평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세상 이치와도 일맥상통한다. 세상에는 정답만 찾아가는 모범생 같은 길도 필요하고, 가로막힌 장벽을 맨몸으로 뛰어넘는 개척자의 길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두 거장 모두 사람을 보는 눈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사람을 단순히 부속품으로 대하지 않고, 기업의 흥망을 짊어질 동반자이자 미래로 보았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란 결국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진정성과 가능성을 꿰뚫어 보는 통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두 사람의 생애는 웅변하고 있다.

은퇴 이후 조용한 서재에 앉아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내 곁을 스쳐 갔던 수많은 인연들이 새삼 고맙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젊은 날에는 나 자신의 성공과 앞날을 쫓느라 타인의 진가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고,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마음의 여유를 얻고 보니,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느냐가 아니라 내 주변에 어떤 품성 좋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었는지로 완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비즈니스나 경영의 영역을 넘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타인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로운 지침서가 되어준다. 남의 단점과 허물을 들추기보다는 그가 지닌 잠재력과 선한 의지를 발견해 주고, 지친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을 지닌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한다.
인생의 오후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리더로서 혹은 한 가정의 가장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권하고 싶다. 두 거인이 남긴 치열한 흔적 속에서, 우리는 결국 ‘사람이 답이다’라는 변치 않는 진리를 다시금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