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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전도서 - 마흔, 이제 무엇을 붙들고 살아갈 것인가
양형주 지음 / 브니엘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기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이란 참으로 손에 쥐었던 모래알처럼 빠져나간 세월의 연속이었다. 치열하게 달렸던 목회의 현장에서 물러나 고요히 서재에 앉아 있노라면, 한때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그 수많은 염려와 열정이 과연 무엇이었나 싶어 아득해질 때가 있다. 전도서의 기자가 외쳤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고백은 젊은 시절에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탄식으로 들렸으나, 머리에 서리가 내린 지금에 이르러서야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가장 솔직하고도 숭고한 고백으로 다가온다.
양형주 목사의 <마흔에 읽는 전도서>는 바로 이 전도서의 깊은 지혜를 인생의 중간 지점이라 할 수 있는 ‘마흔’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마흔이라는 나이를 치열했던 청년의 열정이 지나가고, 성취의 조급함과 한계의 자각이 교차하는 마디로 바라본다. 이 책은 단순히 성경 구절을 강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인이 마흔의 고개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타인과의 비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전도서의 핵심 메세지와 정교하게 직조해 낸다.

은퇴한 늙은 목회자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공감했던 대목은 ‘허무’를 바라보는 저자의 전향적인 태도다. 흔히 전도서가 말하는 허무를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로 오해하기 쉽지만, 저자는 ‘헛되다’는 히브리어 ‘헤벨(바람, 숨결)’의 본래 의미를 상기시킨다. 인생은 우리가 통제하거나 움켜쥘 수 있는 단단한 실체가 아니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것이다. 이 통제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역설적으로 참된 자유와 신앙의 깊이가 시작된다.

젊은 날의 나 역시 교회를 세우고 성도들을 양육하며 사역의 성과와 인간적인 평가에 연연했던 적이 있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어 내겠다는 열심은 때로 거룩한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으나, 돌이켜보면 그것 역시 바람을 잡으려는 손짓에 불과했다. 저자는 마흔이라는 시점이 바로 이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를 내려놓고, 하나님이 거저 주신 선물로서의 삶을 재발견해야 할 때라고 나지막이 권면한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일상의 기쁨’과 ‘현재에의 충실’은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전도서는 허무로 시작하지만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이 허락하신 매일의 밥상, 소소한 노동, 사랑하는 이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 내재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흔의 길목에서 과도한 욕망의 짐을 덜어내고,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를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야말로 전도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최고의 지혜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히 마흔을 지난 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마흔이라는 인생의 반환점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며, 이미 그 고개를 한참 지나온 노년층에게는 지나온 삶을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해석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지친 이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아 실망한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허무함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크심을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은혜의 시작점이다. 그 명징한 진리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