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나와 내 돈, 내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률 지식
임호균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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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을 칠십 년 넘게 살아오면서 수많은 변화를 목격했다. 가난했지만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던 시절부터,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천지개벽을 이뤄냈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의 화려함 뒤 그늘은 생각보다 깊고 어둡다. 임호균의 <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부끄럽고도 서글픈 자화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법과 정의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남용의 실태를 파헤치며,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얼마나 삭막해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경고한다.

 

돌이켜보면 과거 우리 사회를 지탱하던 가장 큰 힘은 학습된 법이 아니라 체득된 도리였다. 이웃 간에 작은 다툼이나 오해가 생기면 막걸리 한 잔 나누며 미안함을 전하거나, 마을 어른의 중재를 통해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며 갈등을 풀곤 했다. 그것은 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공동체를 지키려는 지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사소한 시비조차 말과 대화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곧장 법의 심판대로 가져간다. 저자가 지적하듯,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고소·고발 건수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소송 만능주의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이러한 고소 남용이 단순히 법적 제도의 허점 때문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각박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타인에 대한 역지사지의 마음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의 이익과 분노만을 앞세우는 이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서로를 감시하고 꼬투리를 잡는 일은 더욱 쉬워졌다. 이웃은 이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가 아니라, 언제 나를 해칠지 모르는 잠재적 가해자이자 감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서로를 믿지 못해 모든 대화를 녹음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과 함께 기성세대로서의 깊은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도덕과 윤리, 상식이 작동하지 않을 때 비로소 개입해야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모든 인간관계를 법이라는 차가운 잣대로만 재단하려 든다. 법이 상식과 정()의 자리를 대체하는 순간, 공동체는 해체되고 인간의 품격은 땅에 떨어진다. 저자가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너진 사회적 자본,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남은 날들을 생각할 때,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다. 비록 세상이 야박하게 변해갈지라도, 나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대화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갈등을 부추기는 거대한 고소 공화국의 흐름 속에서, 인간다움의 가치와 품격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화두를 던져주는 묵직한 책이다.

 

이 책은 수많은 민사·형사 사건을 처리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가장 현실적인 생활 법률 안내서로 사회초년생, 직장인, 자영업자, 투자자, 예비 창업자, 그리고 가족의 미래를 지키고 싶은 분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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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나를 설계하다 - 여러 나라를 지나 바이오더마에 닿기까지의 여정
하주현 지음 / 예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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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보면, 삶은 결국 수많은 선택의 점들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하나의 선과 같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의 물줄기를 마주한다. 하주현의 <국경을 넘어, 나를 설계하다>를 읽으며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남은 시간의 의미를 깊이 곱씹어보게 된 것은, 이 책이 단순히 한 기업가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삶의 궤도를 스스로 수정하고 개척해 나간 한 인간의 치열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칠십 고개를 넘은 이들에게 내려놓음이나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은 다소 멀게 느껴질지 모른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보다 가진 것을 지키고 정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어 통번역사라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커리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프랑스어를 전혀 쓰지 않는 베네수엘라로 떠난다. 남편을 따라 떠난 길이었다고는 하나, 평생을 바쳐 이룩한 자신의 전문성을 단숨에 포기해야 하는 순간의 두려움과 막막함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나 역시 살면서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내려놓아야 했던 순간들의 기억이 겹쳐지며, 저자의 첫 발걸음에 깊은 공감이 가닿았다.

 

저자는 낯선 언어와 문화가 지배하는 국경 너머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그녀는 자신을 원망하거나 과거에 머무는 대신 나를 다시 설계하는길을 택한다. 여러 나라와 문화를 거치며 끊임없이 자신을 리모델링해 나간 과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흔히 젊은 날의 도전만을 가치 있게 여기는 세상이지만, 진정한 용기는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 익숙한 안락함을 깨고 나올 때 발휘되는 법이다.

 

현재 나오스 코리아의 대표로 서 있는 저자의 모습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매 순간 닥쳐온 변화를 피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재정의하고 확장해 온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는 흔히 은퇴를 하거나 나이가 들면 내 역할은 끝났다고 선을 긋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국경이나 환경, 심지어 나이조차도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절대적인 한계가 될 수 없음을 나지막이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고, 스스로를 새로이 설계해 나가는 의지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힌트는 선택과 도전에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다. 안정을 버리는 것은 퇴보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진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칠십 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여전히 넓고, 내가 채워 넣을 수 있는 삶의 여백은 남아있다. 비록 젊은이들처럼 세계를 무대로 뛰지는 못할지라도,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것 또한 나만의 작은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닐까.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아야 했던 절망적인 순간을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은 저자의 기록은, 삶의 막바지 여정을 걷고 있는 나에게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인생은 완성된 도면대로 지어지는 건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하고 보수하며 만들어가는 미완의 작품이다. 낡은 고정관념의 국경을 넘어, 남은 생의 시간 동안 나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설계해 나갈 것인가. 책을 덮으며, 거울 속에 비친 내 희끗희끗한 머리칼 뒤로 새로운 여정을 꿈꾸는 청년의 눈빛을 가만히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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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시대 현명한 투자법
박정호 지음 / 스마트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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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종이신문 활자에 익숙했던 우리 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손바닥만 한 화면 속 동영상으로 세상만사를 배운다. 경제와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지하철을 타면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갓 사회에 나온 청년까지 저마다 유튜브를 보며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바야흐로 유튜브 투자 시대. 하지만 정보가 차고 넘치는 이 풍요 속에서 왜 사람들은 여전히 투자에 실패하고 눈물짓는가. MBC 손에 잡히는 경제 플러스의 진행자 박정호 교수가 쓴 <유튜브 시대 현명한 투자법>은 바로 그 본질적인 의문에 현명한 답을 내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거듭 실패하는 이유가 결코 지식이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문제는 오히려 정보의 과부하와 이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구조에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우리가 보고 싶어 하고, 우리 입맛에 단 정보만을 지속해서 배달한다. 이른바 반향실 효과. 내가 믿고 있는 투자 방향을 지지하는 영상만 반복해 보다 보면, 인간의 뇌는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착각하게 된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조회수를 노린 통계의 눈속임은 투자자의 이성을 흐리게 만든다. 이 책은 그러한 매체의 생리를 날카롭게 파헤치며, 낚시성 정보와 거짓 통계를 걷어내는 22가지의 경제 독법을 차분하게 제시한다.

 

70대의 관점에서 이 책이 유독 깊게 와 닿은 이유는, 인생을 살며 겪은 수많은 쏠림의 역사가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객장에 모여 묻지마 투자를 하던 시절이나, 지금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알고리즘에 이끌려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것이나 본질은 같다. 다만 지금의 유튜브는 그 전파 속도와 중독성이 비교할 수 없이 강할 뿐이다. 저자는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내 귀에 달콤한 이야기만 들릴 때라고 경고한다. 오히려 내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 내 판단의 허점을 찔러주는 거슬리는 목소리를 곁에 두어야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은 투자를 넘어 인생 전반에도 통용되는 대단한 지혜다.

 

책은 단순히 현상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법을 안내한다. 기업의 공시 문장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고 문맥과 행간을 읽는 법, 숫자가 가진 함정을 파악하는 법 등을 사례와 근거를 들어 조근조근 설명한다. 마치 대학 강의실에서 노교수가 제자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안목을 길러주듯 문체가 친절하면서도 정교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고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를 키우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재산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임을 깨닫게 한다.

 

평생을 살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정보도 과하면 독이 된다. 유튜브 속 자칭 전문가들의 화려한 언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확고한 기준을 세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주식 계좌의 숫자를 늘리는 기술적인 방법보다, 세상을 넓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을 길러주는 책이다. 유튜브를 보고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20대 청년, 퇴직금 운용을 앞둔 50대 부부, 부동산과 주식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30~40대 직장인, 자산의 방어와 성장을 동시에 고민하는 동년배 노년층은 반드시 정독해 보기를 바란다. 썸네일 뒤에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는 순간, 비로소 시장을 다스리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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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라이팅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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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점점 아득해지는 것을 느낀다. 바깥세상의 소음은 요란한데, 정작 내 귀를 잡아끄는 것은 내 안에서 나직하게 울리는 정체 모를 떨림이다. 살면서 쌓인 무수한 기억과 감정,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 회한과 기쁨이 뒤섞여 내면에서 끊임없이 파동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이 나이가 되면 그저 지나온 삶을 조용히 정리하며 침묵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준연의 <바이브 라이팅>을 읽으며, 내 안의 그 미세한 떨림이 바로 글쓰기의 시작이자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이 책은 기교나 형식을 가르치는 무미건조한 작법서가 아니다. 내면의 고유한 주파수, 바이브를 포착해 그것을 날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길어 올리는 정신적 해방의 과정을 담은 아주 다정한 안내서다.

 

흔히 글쓰기라고 하면 머리싸움을 먼저 떠올린다. 앞뒤 문맥이 맞는지, 단어 선택이 고급스러운지, 남들이 읽기에 그럴듯한 형식을 갖추었는지를 따지느라 첫 문장조차 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우리 세대는 격식과 규범을 중시하는 교육을 받아왔기에, 내 생각을 글로 옮길 때 검열관처럼 스스로를 옥죄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는 이러한 고정관념의 벽을 단숨에 허문다. 글은 머리로 짜내는 논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내면의 진동을 그대로 받아 적는 행위라는 것이다. 매끄럽지만 영혼이 없는 백 줄의 글보다, 서툴러도 자신의 투박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멋진 포장지를 두르려 하지 말고, 내면에서 일어나는 최초의 감각과 울림에 집중하여 거침없이 써 내려갈 때 비로소 살아있는 글이 탄생한다.

 

이 제안은 나에게 큰 위로로 다가왔다. 맞춤법이 조금 틀리면 어떻고, 문장이 세련되지 못하면 어떠랴. 내 삶의 궤적이 담긴 고유한 주파수를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글은 제 몫을 다한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주변의 관계들이 정리되고 홀로 남겨지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외로움과 고독이 안개처럼 밀려올 때, <바이브라이팅>은 그 고독의 시간을 가장 창조적인 순간으로 전환하는 지혜를 빌려준다. 혼자만의 방에서 깊은 숨을 쉬며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바로 나만의 주파수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일이다.

 

책을 읽으며 내 삶의 바이브는 어떤 모양일지 가만히 더듬어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 풍파를 견뎌낸 뒤에 찾아온 잔잔한 호수 같은 평온함일 수도 있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삶의 수수께끼에 대한 나직한 탄식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내 안에 존재하는 고유한 결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작업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대면하고 치유하는 숭고한 의식과도 같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개인의 치유에 머물지 않고, 세대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바이브라는 말 자체가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감각적인 단어 아닌가. 처음에는 그저 철없는 유행어처럼 느껴졌던 이 단어가,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를 거치며 인간의 근원적인 예술적 충동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 격상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책을 덮으며, 책상 위에 놓인 빈 노트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내 손은 이제 거칠고 투박해졌으며, 펜을 쥔 손끝은 미세하게 떨린다. 하지만 그 떨림은 늙음의 징후가 아니라,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생의 에너지가 문장이 되고 싶어 보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다시 펜을 들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내 영혼의 울림이 이끄는 대로 손을 움직여보려 한다. 거친 종이 위로 내 삶의 주파수가 문장이 되어 새겨지는 그 경이로운 경험을 향해, 늙은 청년의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문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진동을 그저 정직하게 받아 적는 일. 그것이 이 찬란한 노년을 가장 품격 있게 살아내는 나만의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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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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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변화 속도가 아찔할 만큼 빠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원하는 정보가 쏟아지고,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두꺼운 책을 요약해 주고 글까지 대신 써주는 시대가 되었다. 바쁘고 효율적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젊은 세대에게 이는 축복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읽고 쓰는 수고로움을 기계가 대신해 주니, 인간은 그만큼 시간을 벌었다고 좋아할 만하다. 그러나 나오미 배런의 <읽지 않는 사람들>을 읽으며, 나는 그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덫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문명사적 위기를 직시하게 되었다. 저자가 경고하는 텍스트포칼립스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당도해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 세대에게 읽기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 그 이상이었다. 등잔 밑에서, 혹은 거친 종이 질감을 느끼며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읽던 그 시간은 온전히 나의 뇌를 깨우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며, 세상의 이치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던 단련의 시간이었다. 인간이 유일한 읽는 종으로 진화해 온 지난 5,000년의 역사는 바로 이 깊은 읽기를 통해 지적 문명의 기둥을 세워온 과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학생, 직장인, 연구자 할 것 없이 이 귀한 읽기의 권리를 기계에게 고스란히 양도하고 있다. 기계가 읽고 요약한 뼈대만 취하는 인간의 삶은 겉보기엔 스마트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텅 비어가기 마련이다.

 

저자는 ‘AI가 읽는 동안, 인간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나에게 생각의 외주화가 가져올 끔찍한 미래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읽지 않는 인간은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기계가 골라준 표준화된 언어와 정형화된 생각에 갇혀,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선이나 깊이 있는 성찰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뇌도 근육과 같아서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읽기를 포기하는 것은, 인류가 수천 년간 쌓아 올린 인지 능력의 핵심이자 지혜의 원천을 스스로 팽개치는 행위와 다름없다. 기계가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순간, 인간은 그저 기계가 생성한 텍스트의 수동적인 소비자로 전락하고 만다.

 

노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 책은 단순한 경고장을 넘어,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지적 선언문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왜 기계의 편리함에 저항하며 굳이 눈을 침침하게 해가면서까지 직접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명확히 밝혀주기 때문이다. 읽기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자 과정이다.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내는 그 지난한 여정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인내를 배우고, 맥락을 이해하며, 삶을 관조하는 지혜를 얻는다. AI가 아무리 완벽한 요약본을 제공한다 한들, 책장을 넘기며 멈춰 서서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감동하던 그 내밀한 정신적 고독과 충만함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말아야 할 본질이 있다. 읽기를 멈춘 사회는 깊이를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 화면의 짧은 글귀에 눈을 빼앗기고 AI에게 생각을 맡길 때, 기성세대로서 우리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명확하다. 서재의 불을 밝히고 묵묵히 책을 읽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깊은 사유와 공감 능력이 어디서 오는지를 삶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읽지 않는 사람들>은 편리함에 취해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가던 우리 모두에게 벼락같은 각성을 촉구한다. 기계가 판치는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욱 철저하게 읽는 인간으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이 텍스트포칼립스 시대를 주체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유일한 저항이자, 인간다운 삶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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