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에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폴란드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투어 했다. 중년 여성인 폴란드 인 가이드는 여행객들을 작은 규모의 목재 창고로 인도하더니 “오늘 폴란드에서 천국과 지옥을 경험할 것이라”고 했다. 천국은 소금광산을 말하는 것이고, 지옥은 여기 아우슈비츠를 가리킨다.
‘아우슈비츠’의 폴란드 발음은 ‘오시비엥침’이란다. 아우슈비츠는 독일식 발음이다. 크라우프에서 서쪽으로 50km지점에 있다. 원래는 중화학공업도시였으나 1939년 나치 독일이 점령했다. 이 수용소는 1940년 정치범 수용소로 지어졌으나 후에 유태인, 집시, 소련군 포로 등을 수용하였다.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인원은 28개 민족 400여 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ARBEIT MACHT FREI’(노동은 자유를 만든다)는 구호가 적힌 아치형 수용소의 문이 보인다. 일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유태인들을 거침없이 몰아붙여 수용하였고 급기야 대량학살의 오명을 남긴 곳, 폐쇄적인 냄새가 확 풍긴다고나 할까? 세로무늬 짙은 갈색 목조건물, 그리고 위쪽으로는 망루가 설치되어 용도가 짐작이 되었다. 폴란드여행을 마치고 <쉰들러 리스트>, <오뎃사 파일>, <수선공>, <아트 슈피겔만의 ‘쥐’> 등 유태인 학살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태인 대학살에서 독일인 오스카 쉰들러가 구해 낸 유대인 가운데 가장 어린 생존자의 이야기다. 폴란드에서 나고 자란 레이슨은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에 의해 죽음의 수용소에 갇히지만 쉰들러에 의해 구출돼 쉰들러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나치의 잔인함과 쉰들러의 인간적인 모습, 수용소에서의 절망과 가족들로 인해 놓지 않았던 희망을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들이 겪었던 고통은 인류사의 참혹한 비극이지만 이를 통해 인류가 깨달음을 얻어 결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춰 홀로코스트에 대해 써 내려간 한 소년의 이야기는 벅찬 감동과 함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안겨 줄 것이다.
저자는 특별한 기술이 없었고 키가 작아 담당하는 기계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상자 위에 올라가야 할 정도였다. 이 책의 제목인 ‘나무 상자 위의 소년’은 저자가 공장에서 일할 때의 모습을 뜻한다.
눈앞에서 끌려간 형이나 린치당하던 아버지의 무기력한 모습, 쉴 새 없이 죽어나가던 유태인들의 당시 사정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일지,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저자는 어른들도 버티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당시의 유태인 아이들이 느꼈을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는 쉰들러에 대해 “한 인간이 악에 맞서 현실을 바꿀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하면서 “내가 바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이 책의 띠지에는 “<안네의 일기>를 뛰어넘는 감동 실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책은 가슴 아프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치유된다. 홀로코스트와 인종 차별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불굴의 정신과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 야기 할 때 꼭 필요한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