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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철학이란 무엇인가?
쇠렌 오버가르 외 지음, 김랜시 옮김 / 생각과사람들 / 2014년 5월
평점 :
철학이라고 하면 상당히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대학에서 철학공부를 할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철학 강의를 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만큼 철학은 부드럽지도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들 각자의 삶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부드럽고 단순하고 쉬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살림 걱정, 노후 걱정, 취직 걱정, 자식 걱정 등 우리 삶에는 어디 하나 무른 구석이 없다. 삶이란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다. 철학이 딱딱하고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은, 철학의 출발점이요 터전이라 할 우리의 삶이 바로 그러하기 때문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란 쉽게 말하면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을 밝히려고 노력하고 이와 같이 노력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말한다. ‘철학’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대학에서 배웠던 ‘철학’을 생각하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름과 대표적인 저서 또는 명언을 기억하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 분들 사상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지는 못한다. 철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보람 있는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등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은 코펜하겐 대학교의 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쇠렌 오버가르와 훌 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폴 길버트, 훌 대학교 인문학부 학장인 스티븐 버우드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영어권에서는 처음으로 ‘메타철학’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입문서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단순 물음에서부터, 인문학과의 관련성, 분석철학과 대륙철학, 진리의 추구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기초적이고 입문적인 면은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
서양 철학은 크게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나뉜다. 그 중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형이하학의 영역은 동양에 들어와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인문학의 근간이라고 일컬어 질 수 있는 형이상학에 대한 개론서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의 주요 목표를 “메타철학을 인식론 혹은 도덕철학과 같은 동등한 철학의 하위 분과로 소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명시적 메타철학’, 즉 철학의 본성, 타당한 철학적 방법론 등 명시적 철학논의라고 부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p.24)고 말했다.
저자는 메타철학의 주요 질문에 대해서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철학을 왜 해야 하는가?’ 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떤 딱딱함을 극복하기만 한다면, 우리의 삶에 있어 사유하는 모든 과정은 일반적 의미의 철학이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나에게 철학이라는 단어가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이유는 어쩌면 사유의 기회조차도 갖지 못할 만큼 복잡하고 여유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형이상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형이상학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