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
송복 지음 / 시루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세월호 참사 사건을 보면서 우리나라 리더들의 사명감을 생각해 봤다. 군사독재 정권이라고 욕을 하지만 그 당시 리더들은 최소한의 상무정신은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면서 리더들은 월급쟁이로 변했다. 정치쟁이들은 다음번에 한번 더해 먹을 궁리나 하고 관료들은 5년만 적당히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각종 규제 양산으로 슈퍼 울트라 갑질을 하며 국민들을 착취할 생각만 하고 있다.

 

사회의 리더는 어떠한가? 세월호 선장은 진도 VTS와의 교신에서 해경이 언제 오느냐고만 묻고 있다. 승객들에게는 구명조끼 입고 선내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서는 오로지 혼자 살아 나갈 궁리만 한 것이다.

 

이 책은 1975년부터 20028월까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는 정치사회학자인 저자 송복씨가 명과 왜의 전쟁터가 된 조선의 치욕스러운 역사의 현장에서 전시수상(영의정)과 군 최고사령관 격인 도체찰사로서 조선 자강과 조선 독립을 위해 온몸으로 전쟁을 치러낸 류성룡의 리더십을 냉철하게 재조명한다.

 

저자는 징비록’ ‘진사록’ ‘서애전서에 나오는 보고서 형식 상소문 등 총 549건의 자료를 빠짐없이 분석해 정치사에 매몰돼 가려진 임진왜란 당시 사회경제사의 실상을 아프도록 날카롭게 드러낸다.

 

이 책을 통해서 백성이 즐겁게 따르게 해야 한다는 류성룡의 신념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의 모습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은 침략군에 맞설 힘이 없었기에 자신의 땅을 전쟁마당으로 내줄 수밖에 없었다. 왜와 명의 싸움에 제 나라 백성이 죽고, 제 나라 가축과 곡식이 강탈당하는데도, 왕과 신하들은 도망가기 바빴고, 장수와 무기조차 없는 병졸들은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율곡이 상소문에서 송곳처럼 지적한 대로 조선은 오랫동안 고치지 않고 방치해둔 만간대하萬間大廈로 기둥을 바꾸면 서까래가 내려앉고, 지붕을 고치면 벽이 무너지는 그런 형국이었다.

 

류성룡은 명과 왜의 4년에 걸친 조선분할 획책을 저지하고 식량이 완전히 고갈된 나라에서 식량을 모아 명군과 조선군에 군량을 대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저자는 하루 양식 지급량을 기준으로 명군의 1년 분 군량은 486000석이라고 계산한 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분투한 류성룡의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 류성룡은 국왕이 몽진한 뒤 명에 나라를 넘기려 했을 때 조선 땅에서 한발자국이라도 나가면 조선은 우리 땅이 아니다면서 강력히 반대했고, 명과 왜의 분할획책을 꿰뚫어보고 전투를 종용하며 이를 막아냈다. 저자는 바다에서는 이순신이 있었고, 육지에서는 류성룡이 있었다고 말한다.

 

책 중간에 보면 420년 전 류성룡이 남긴 지적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언제나 급합니다. 어찌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허둥지둥하다가 그만 일을 그릇되게 처리하고 맙니다. 그러다가 그 일이 지나고 나면 금방 해이해집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큰 폐단입니다.” 징비 없이 반복되는 위기 앞에 무릎 꿇기만 되풀이 해온 한국 사회. 그래서 더 류성룡의 리더십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