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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큰 기업 -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
모종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사람들이 서울로, 대도시로 올라오던 시대에 이어 이젠 대도시 생활을 접고 소도시로 내려가 제2의 삶을 찾고자 하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복잡함, 획일화된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맑은 공기와 자연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은퇴이후 농촌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살고 싶다는 이들도 있고, 농부로서 새로운 인생 출발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들은 성장하면 자금문제와 더불어 인력문제,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과 사업관련 정보가 서울에 편중되어 있음으로 본사를 서울에 두려고 한다. 더 큰 성장을 위해 자본과 인재와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 그것도 화려한 도시의 중심부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소도시를 고집하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있다. 그렇다면, 돈과 인재와 인프라, 그 이상의 ‘무엇’이 소도시에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은 미국 코넬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 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1년 여간 미국, 영국, 스위스, 프랑스, 스웨덴, 일본, 호주 등 7개 국가의 11개 도시를 탐방하고 도시의 근간인 역사 및 문화적 배경을 분석해 지역 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밝혔다.
이 책은 스타벅스의 고향 시애틀의 커피 문화,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 알름훌트의 청빈한 실용주의, 교세라 본사가 있는 교토의 사색과 철학의 전통 등 글로벌 기업을 키운 작은 도시 10곳의 특징을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작은 도시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지역 경제를 책임질 큰 기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큰 기업’을 품은 작은 도시는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고, 이는 시민들의 가치관, 교육 및 문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자유로움과 새로움으로 재탄생한 미국의 도시들에 대해, 2부는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움을 간직한 유럽의 도시들에 대해, 3부는 전통을 계승하며 신문화를 창조한 아시아의 도시들을 다루었다. 저자는 각 대륙의 화려한 중심도시가 아닌 작은 도시를 찾아갔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시들의 특징을 개방성, 개성적인 라이프스타일, 세계화, 기업가 정신 4가지로 요약했다. 저자는 외국 도시의 사례에서 우리나라의 지역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고,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꽃피우는 도시들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각 장의 마무리에는 기업이 지역에 기반해 성장한 스토리와 지역산업문화를 꽃피운 과정이 요약돼 있다.
저자는 도시 규모가 작더라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한다면 얼마든지 인재와 자본을 유치할 수 있으며, 나아가 난관에 부딪힌 우리나라 지역발전의 실마리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 개의 도시를 살펴보고 한국의 작은 도시들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 잡는다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