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자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누가 그랬던가. 외로움에 너무 익숙해져 외롭다라는 감정마저 느끼지 못할 마음의 상태가 되면 고독이라고. 내가 본 이 책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런 의미로 보자면 고독이다. 주인공이 그려내는 고독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언젠가 내 몫이 될지도 모를 고독의 공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지금, 외로움과 고독 그 사이의 어디쯤 서 있는 것인지를

 

누군가에게 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꺼려질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내 아픔을 보여주고 싶지 않고, 상대방에게 부담을 안겨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우울한 감정이 전염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진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털어놓아도 후유증이 없다.

 

세월호여객선 침몰사고로 우울해 있다가 만난 책이 <도토리 자매>라는 아주 귀여운 느낌이 드는 책이다.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작가로 알려져 있고 그녀의 신간이 출간되면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찾는다.

 

<도토리 자매>는 마치 변함없이 마음 편한 집 앞 골목처럼,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처럼, 항상 돌아보면 거기서 따스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온 저자가 외로운 모두를 위해 함께 이야기하기에 대해 써내려간 작품이다.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말 할 상대가 없을 때 메일을 보내면 반드시 답장을 해주는 도토리 자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소한 사건도, 의미 없는 사연도 함께 나누며 모르는 사람들의 고독을 다독이는 도토리 자매가 자신들의 고독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산부인과 병원 뜰에서 도토리를 주우며 딸아이들의 출생을 기다린 아버지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과 도토리라는 이름을 나눠 붙이자는 어머니,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돈코구리코자매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친척들과 생활한다. 삼촌과 숙모와 사는 것이 행복했지만 삼촌의 죽음으로 이모 집으로 옮겨온 자매는 힘든 시간을 보낸다. 고등학생 돈코는 동생을 두고 집을 나가고, 남겨진 구리코는 슬픔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병이 난다. 연락이 닿은 돈코는 구리코를 데리고 친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몸이 아프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할아버지의 유산과 돈코가 글을 쓰며 번 돈으로 생활한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아쉬운 이별의 시간을 지나 완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낸 도토리 자매는 함께 걷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이야기하고 낯선 풍경 속에서 매순간을 보석처럼 간직하며 자신들의 고독을 치유하며 고독한 사람들을 위해 답장을 쓰고 있다.

 

세상을 향한 순수한 애정, 그런 것이 내 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만 해도 위로받는 순간이 있다. 언제 어느 작품을 집어 들고 언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는 그러한 위로가 존재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도토리 자매의 언니 돈코가 치유를 경험하고 그 마음을 전하는 장소는 바로 서울이다. 언니의 남자친구가 한국 사람이라는 설정 때문에 한국의 음식, 덕수궁, 한국 배우들의 이름이 등장하여 더욱 친근감이 간다. 다정한 한국인 남자 친구와 함께 떠난 서울 여행에서 돈코는 자기 안의 슬픔을 위로받고 그 이야기를 자신들의 홈페이지인 도토리 자매의 메일 계정을 통해 가득히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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