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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홍수가 범람할 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다. 물이 넘쳐 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마실 물이 없어 식수를 애타게 찾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지금 사랑의 홍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TV를 틀어 봐도 소설책을 봐도 영화를 봐도 온통 사랑 타령이다.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결핍으로 치부한다. 그러다 보니 사랑을 만만하게 보다가 첫 사랑의 이별의 상처에 데고 나서야 사랑이 이렇게 아픈 것인가 하고 어리둥절한 사람들이 많다.
‘아플수록 사랑이 깊어진다고 착각 한다’ ‘사랑을 하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라 착각하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 한다’ ‘사랑은 쿨한 것이라 자조 한다’ 이런 것이 사랑에 대한 수많은 오해와 편견이 낳은 폐해들이다.
이 책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라는 소설로 23만 명의 청춘들을 울린 바 있는 ‘서정’의 달인이며 20여 년을 라디오로 호흡해 오면서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데일리 코너 ‘내 안의 그대’ 사연 중 송정연 작가가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만을 뽑아 정리하고, 각 이야기 뒤에 자신의 ‘리플 에세이’를 덧붙인 것이다. 34편의 스토리는 인생과 사랑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의 처음과 끝을 경험한 이들의 절절한 자기고백서이자, 좋아진 그날의 감정을 잘 유지해 온 이들의 소중한 추억담이다.
이 책의 ‘여는 글’에 있는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는 문구가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는 “사랑에는 해피엔드가 없다”란 헤밍웨이의 말에 반박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에는 해피엔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새드엔드가 없다고 말하면서 아파도 사랑하며 사는 게 낫다고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정의한 사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통해 사랑의 맨얼굴과 마주하게 한다. 사랑은 ‘나’와 ‘너’에 대한 고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사랑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우주 안에 새로운 ‘지구’의 탄생과도 같은 대단한 일이다. 상대가 태양이 되거나, 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태양이 된다면 나는 그 주위를 맴돌 것이고, 달이 된다면 그는 나에게 얽매일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동등한 존재로서 두 개의 지구가 공존하는 우주가 바로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모르고서야 연애 심리서나 가이드서를 아무리 읽어도 사랑의 마스터가 될 수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달이 되어 나의 사랑하는 태양의 주위를 맴돌면서 살아온 것 같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기보단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여 쫒아 다니다가 눈물만 흘렸던 흘리고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한 행복했다. 작가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인기의 원석을 가지고 있기에 사랑은 다시 온다. 사랑은 눈이 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내릴 땐 아름답지만 녹을 땐 질척거리고 추하다. 사랑으로 인한 슬픔은 다음 사랑으로 치유된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나 싱싱하다.”(p.129)고 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최고로 행복한 순간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할 때다’에서는 사랑을 먼저 줄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2장 ‘새드엔드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에서는 결말은 슬프지만 결코 새드엔드라고 하고 싶지 않은 헤어진 연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3장 ‘사랑을 하면 누구나 천국을 잠깐 훔쳐볼 수 이다’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삶의 크고 작은 행복을 맛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4장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되기도 한다’에서는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자신의 소신으로 씩씩하게 극복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을 돌아볼 때 기쁘든 슬프든 눈물이 없다면 그것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이 책은 사랑이 시작되었거나 진행 중이거나 혹은 연인과 이별한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치유서가 되어줄 것이다.
대부분 가슴 벅찬 사랑의 순간이나, 가슴 미어지게 아팠던 이별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항상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된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사랑이 이런 거였나’ 하는 충격과 혼란은 청춘의 상징과도 같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정작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은 스스로를 발견하고 인정하게 도와주는 것은 물론, 사랑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해준다. 사랑에도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
이 책은 화창한 봄날 읽으면 좋은 책이라 여겨지며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하며, 사랑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