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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혁명사 - 자유를 향한 끝없는 여정 ㅣ 쿠바 바로 알기
아비바 촘스키 지음, 정진상 옮김 / 삼천리 / 2014년 4월
평점 :
오늘날 쿠바는 사회주의 국가의 앞날과 경제 발전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런가 하면 라틴아메리카의 변화를 주도하는 국가일 뿐 아니라, 무상교육과 생태농업의 종주국으로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이 책은 세일럼주립대학 역사학부 교수이자 이 대학 라틴아메리카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이며, 역사학자로서뿐 아니라 지구적 불평등 문제 해결과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실천하는 활동가인 아비바 촘스키 교수가 역사학자의 눈으로 쿠바혁명의 빛과 그늘을 가감 없이 드러낸 책으로, 쿠바 자체의 역사는 물론 20세기 미국, 소련, 동유럽 블록,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라는 폭넓은 맥락에서 쿠바 현대사를 살펴본다. 가장 큰 특징은 쿠바혁명을 정치사가 아니라 사회사, 문화사의 틀로 쓰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세계관이 창조한 쿠바의 이미지와 편견을 불식시킨다.
1959년 새해 벽두,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전설적인 게릴라 전투 끝에 부패한 풀헨시오 바티스타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1959년 1월 8일 마침내 카스트로의 군대는 시민들의 환영 속에 아바나에 입성하였다. 바티스타는 포르투갈로 망명을 떠난 이후였다. 20세기 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사회주의혁명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피델 카스트로나 체 게바라 같은 혁명 영웅들과 게릴라 부대의 탁월한 활동 등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그려진 것이다.
쿠바혁명이 일어나기 전, 부패한 바티스타 정권 아래에서 90만 명 남짓한 가장 부유한 쿠바인들이 나라 전체 소득의 4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툭하면 마이애미로 쇼핑 여행을 갈 수 있는 돈에다 에어컨이 있는 사치스러운 집에 살면서, 심지어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높은 수준의 안락을 누릴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에어컨, 전화기”를 갖춘 묘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혁명가들은 정치혁명뿐 아니라 사회혁명의 과제를 함께 실행에 옮겨갔다. 노동자의 임금은 인상되었으며 실업자는 일자리를 얻었다. 실질 임금이 약 15퍼센트 인상되고, 그에 따라 지주와 기업가들의 소득은 떨어졌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십만 명의 쿠바인들이 혁명의 성공에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주체가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쿠바혁명을 정치사가 아니라 사회사, 문화사의 틀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역사학자이면서도 쿠바의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종교 등 사회학적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쿠바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 준다.
체 게바라가 영원한 자유주의와 이상주의를 상징하는 혁명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체 게바라만이 유일한 혁명가는 아니다. 역사 속에는 레닌이나 카스트로, 마오쩌뚱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한 혁명가가 많다. 그럼에도 체 게바라는 사망한 지 40주년이 넘도록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이는 체 게바라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혁명가이기 전에 냉정함과 치밀함, 그리고 뛰어난 능력과 지성으로 가장 뜨겁고 멋진 인생을 살다 간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가 사랑했던 나라 쿠바의 속살까지 속속들이 살피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에서 쿠바의 민낯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