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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의 일대기에 대한 책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물고기의 일대기’에 대해서는 보지 못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대구> 라는 책이다.
‘대구’라는 물고기는 머리와 입이 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구’라고 부른다. 포항 영일만과 경남 진해만이 주 산란지라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이다.
이 책은 어부 집안 출신으로 대구잡이 저인망 어선에 승선했던 마크 쿨란스키가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 시절 취재한 것을 집대성한 책으로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1천여 년 동안 인류의 삶과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를 풀어내어 대구라는 한 어종을 둘러싼 역사, 문화, 위기, 보전 문제 등을 제시한다.
대구를 향한 인간의 욕망은 중세시대 이전부터였다고 볼 수 있다. 10세기의 북유럽 바이킹과 중세시대의 바스크인들은 잘 상하지 않고 영양가 높은 대구를 처음 발견해 유럽에 소개했다. 몸집이 크고, 개체 수가 많고,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에 얕은 물에 살아 잡기도 쉬워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으며, 대구 황금어장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유럽 바스크족은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저자는 “세계 역사와 지도는 대구 어장을 따라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캐나다 뉴펀드란드와 미국 뉴잉글랜드에 대규모 대구 서식지가 발견되면서 본격적인 대구 무역 시대가 막을 올렸다. 미국, 스페인 등 국가들은 앞다퉈 대구잡이 어선을 파견해 대구 사냥에 나섰으며, 초반에는 낚시에 의존하던 대구잡이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정확하고 정교해졌다.
1950년대는 아이슬란드와 영국이 대구 어업권을 두고 세 차례 '대구 전쟁'을 벌인다. 여기서 해양법상 매우 중요한 사건이 생긴다. 아이슬란드가 영해 인정 범위를 200마일로 제안한 것이 받아들여진 이후 각국마다 자국 영해 범위를 200마일로 선언했다.
이 책을 통해서 물고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나에게 인간과 대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일깨워주었다. ‘대구’ 때문에 전쟁과 혁명이 일어났으며 많은 국가와 지역의 경제가 좌지우지되기도 했다. 대구는 여러 나라에서 고유 음식의 주재료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인류만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 깨닫게 된다.
인간이 트롤선 등을 개발해 대구를 마구잡이로 포획하면서 개체 수가 줄어 캐나다 등 주요 국가마다 대구 어업을 금지하고 있다. 저자는 대구의 일대기를 통해 세계 역사에서 인류만이 주인공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또 한 시대를 쥐락펴락했던 대구가 잡기 힘든 생선이 되는 과정에서 인간과 자연의 '주고받음'을 성찰하게 한다.
바다에서 흔하게 건질 수 있었던 물고기였던 대구가 지금은 줄어들어 어부들에게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정해주어 어부들은 불만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은 대구를 통해서 시작된 탐험과 탐욕의 역사를 다양한 사례와 탄탄한 정보·자료를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므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대구 혀 스튜’와 ‘대구 차우더’를 포함해 중간 중간 곁들인 각국의 대구 요리법도 흥미를 더해준다. 역사와 요리,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