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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동의보감 - 한의학개론 Dr. 백태선 새로 쓰다.
백태선 지음 / 글과생각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에 머리가 아파서 병원 신경과에 가서 상담을 하고, 영상의학과에서 CT 촬영을 하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웬만한 사람치고 병원이나 약국, 한의원이나 한약방 한 번 안 다녀 온 사람 없을 것이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양약을 처방 받았다면, 한의원에서는 침을 맞거나 한약을 처방 받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의학계와 한의학계는 오랫동안 대립해왔다. 그 결과 수많은 환자들만 피해를 입었다. 양대 의학계가 지식과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이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환자 또한 임의로 두 종류 이상의 약을 함께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의대 졸업 후 대한민국 최고 의료 기관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고, 현재 예풍한의원을 운영 중인 저자 백태선 교수가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오해를 풀고 전통의학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전하기 위해 한의학의 역사적 배경, 치료효과와 원리, 한의학에 스며들어 있는 사상과 철학 등을 현대의학을 곁들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대의학은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치료제를 발명했으며, 우리의 몸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곳의 어딘가를 들여다보기 위해, 그러니까 꽉 그러쥐고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실험적이다.”라고 하면서 “한의학은 철학적이며 주관적이고 경험적이다. 한의학은 파악보다는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의 몸, 그리고 그것을 괴롭히는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한의학은 음양오행과 같은 동양 철학 안에서 발전해왔다. 한의학은 질병 자체보다 그것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더 탐구한다.”(p.26) 고 했다.
일반인들은 한의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한의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음양오행과 신체적 구조 등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한의학과 현대의학에서는 ‘적당한 성생활’에 대해서 차이를 보인다. 한의학은 성생활의 최소화를 강조하는 반면, 현대의학은 적당한 성생활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인간 외에 다른 포유동물들을 보면 실제 성생활은 발정기에만 이루어지고, 그 목적 역시 ‘자식을 만들기 위해서’로만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서도 성생활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이제마의 사상의학’이었다. 특히 사상체질을 상세하게 정리한 도표는, 자신의 건강과 더불어 체질에도 관심이 많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몸과 대조해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한의학과 현대의학의 좋은 점과 문제점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한의학이 현대의학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내가 읽지 못하고 새기지 못하면 부뚜막에 놓인 소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집에 한권씩 보관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