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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14년 1월
평점 :
가정은 생활공간이면서 동시에 학습의 장이다. 가정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배운다. 이 배움이 있기에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습은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요즘 세태를 보면 ‘아버지’가 실종된 것 같다. 가족에 아버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다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돈벌이에 매여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버지들, 물리적으로 자녀들과 함께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아버지들, 자녀에 관한 모든 것을 일찌감치 아내에게 위임하고 뒤로 물러선 아버지들, 아내와 자녀를 외국에 보내 놓고 쓸쓸한 세월을 탓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기러기 아버지들……. 이렇게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자기 자리를 잃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몹시 안쓰럽다.
나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 때뭄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별로 좋지 못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경제적으로 극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배고픈 가난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두 집 살림을 하며 가정을 거의 버리다시피 했던 아버지의 끊임없는 폭력이었다. 나의 유년 시절은 아버지라는 존재가 차라리 없었으면 하고 바란 순간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집은 참 잘살았다. 동네에 TV 있는 집이 우리 집밖에 없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면서 집안은 엉망진창이 됐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오시면 늘 어머니와 싸우셨다. 인간의 행복이란 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이 책은 현재 청주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박성희가 역사 속 인물 중 아홉 명의 삶을 통해 아버지의 원형을 찾아냈다. 역사에 훌륭한 이름을 남긴 인물, 자손들을 잘 키워 낸 인물, 오늘날에도 통하는 아버지상을 갖춘 인물, 인용할 자료가 충분한 인물 등을 아홉 명으로 선정하여 소개한다.
우리 역사 속에 온 가족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다채로운 색깔로 영롱하게 빛나는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아버지가 되는 원리를 배워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불어 정말 훌륭한 아버지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매력적이고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시대 필요한 아버지의 상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엄부자모(嚴父慈母)라고 하여 아버지는 항상 엄하고 가부장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거나 밥상을 함께하는 것을 꺼리는 게 선비의 전통이었다. 이제 전통적인 아버지의 위상은 사라지고 대신 ‘프렌디’라고 하는 부드럽고 자상한 아빠가 등장했다. 부부 맞벌이에 따른 공동 가사, 공동 육아로 생활 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아버지들과 미래의 아버지가 될 분들이 꼭 읽으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