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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사람은 재미가 있느니 없느니 말을 쉽게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한 후 쓰게 된다. 나는 몇 년 전에 그동안 내가 써왔던 ‘칼럼’을 묶어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한권의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책을 출판하는데 간단하고 정성도 없이 마구잡이로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장정일 씨는 독서일기를 무려 20년간이나 썼다고 한다. 일기도 매일 쓰기 어려운데, 그간 ‘장정일의 독서일기’라는 이름으로 일곱 권,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라는 이름으로 두 권이 출간되었다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가 처음부터 작가가 될 것을 예상하고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 좋아서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일기를 쓰듯 조용히 앉아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적응하느라 그럴 여유가 없다. 마음이 지칠 때면 뭔가를 끼적거리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직장에 다니고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110권이 넘는 인문, 소설, 정치, 고전,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해서 읽고 느낀 점, 깨달은 점, 그리고 서평을 쓴 것을 보면 저자는 상당히 장서가이고, 애서가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의 책만을 읽어왔기에 저자가 위대하게만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하고 찾아보니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 가운데 2011년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쓴 <폭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이 실려 있어 기뻤다. 저자는 폭력에 대한 지제크의 사유를 충실히 좇다가 “한국인들이 지금 개고생을 하는 것은, 명박산성을 넘지 않고자 그 앞에서 비폭력을 외쳐댔기 때문이야!”(p.79)라고 썼다.
2013년 김용규가 쓴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타계 직전 남긴 24가지 질문에 철학자 김용규가 답하는 신과 인간에 관한 근본적 통찰을 담은 책이다.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에서 시작하여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에 이르는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구나 품을 수밖에 없는 신과 인간에 관한 절박한 물음이다. 저자는 “어쩌면 이 책은 억만장자의 잘의서가 빌미가 되었을 뿐, 종교해악론과 종교말살론을 주장하는 새로운 무신론에 대해 지은이가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던 반론서이기도 하다.”(p.544)고 했다.
모든 책은 거의가 처음부터 읽어야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이 책은 어느 곳을 먼저 보든 상관없다. 책이 두꺼운 편이지만 이 책 한권으로 110권의 책을 읽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도 서평을 쓸 줄 모르는 분들에게 이 책은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