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기적 - 죽음과 삶의 최전선, 그 뜨거운 감동스토리
캐릴 스턴 지음, 정윤희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는 매년 태어나자마자 파상풍으로 죽는 신생아가 14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집에 굴러다니는 철제 조각이나 더러운 칼로 아무렇게나 탯줄을 자르다가 파상풍균에 감염되기 때문이다. 파상풍은 간단한 백신 주사만 맞으면 치료할 수 있으나 이를 구비한 병원이 없어 많은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죽는다.

 

이 책은 유니세프 미국기금 회장 겸 CEO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캐릴 스턴이 세계 곳곳의 구호 활동 현장에서 굶주림, 가난, 질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7년 동안 걸어온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인가 눈물을 흘렸다. 가족에게 닥친 시련을 멈출 방법도 없고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는 현실에서 울부짖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 져야 하는 열 살 소년의 이야기, 내란과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전락하여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은 우리들의 가슴을 한없이 아프게 한다.

 

모잠비크에는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에이즈에 걸린 이가 수두룩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에이즈에 걸려도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어 아예 검사도 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산모들은 에이즈의 굴레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주사를 맞히고 약도 먹이고 싶어한다. 하지만 병원은 4시간이나 걸어가야 할 정도로 먼 곳에 있고, 글자를 몰라 약을 제때 먹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저자는 변화는 우리가 진심과 마음을 다하고 우리 손과 발이 직접 움직일 때에만 이룰 수 있다고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동 현장에 내몰리고 한 끼 식사 때문에 거리에서 몸을 판다. 강압에 못 이겨 군대에 끌려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제로의 기적은 기본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의 숫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유니세프의 목표가 담겨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소중한 생명의 꽃을 채 피우기도 전에 시들어 가고 있다. 앙상하게 말라 죽어가는 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굶주려 눈망울에 빛을 잃고 죽어간다면 우리의 마음이 어떠할까.

 

저자가 누빈 세계 구호 현장은 처참했다. 내전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도 갖추지 못하고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사는 난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제 갓 10살이 된 소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걸어 병원을 찾는 엄마 등. 하지만 그들은 살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는다.

 

유니세프를 지원하는 세계인들의 힘이 모여,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잠비크, 수단의 다르푸르와 시에라리온, 아이티, 페루, 방글라데시 등 이 지역에서 일어난 유니세프의 눈부신 활약을 담담히 기록한 8편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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