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황후
이채윤 지음 / 큰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요즘 나는 MBC ‘기황후’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던 드라마이기에 기황후와 고려 말 역사를 어떻게 어떤식으로 왜곡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마음도 있고, 또한 쌍화점을 통해 고려왕의 역할을 이미 연기했던 주진모씨가 충혜왕을 어떻게 표현하실 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동아시아에서 동유럽까지 세계 역사상 전례 없는 넓은 영토를 소유했던 칭기즈칸이 건설한 대제국 원나라의 마지막 황후, 기황후는 실존인물로써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시대의 희생양으로 ‘공물로 바치는 여자’로 끌려와서 처음에는 말도 글도 통하지 않는 구중궁궐에 갇힌 채 자기 한 몸 추스르지 못하던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원나라 황후까지 되었다.
궁에 들어가 차 심부름을 하는 궁녀가 되어 황후 다나슈리의 투기로 모진 채찍질을 당하면서도, 그녀는 몽골족이 아니면 황후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규칙을 깨고 대제국 원의 황후가 되었다.
몽골은 고려에 다양한 내정 간섭을 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공녀’ 요구였다. 공녀란 ‘공물로 바치는 여자’라는 뜻이다. 공녀 차출은 일반 백성뿐 아니라 권력 있고 문벌 좋은 집안의 처녀들도 빗겨갈 수 없었다. 특히 원은 공녀의 조건으로 ‘동녀’를 뽑았는데 즉 어린 여자를 요구했다. 이에 시대의 희생양으로 기자오의 딸 기씨(기황후) 역시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원나라에 끌려가게 된다.
30년간 원나라 전체를 휘두르는 실권을 행사하며 자신이 낳은 아들을 황제의 자리에 올리기까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역사란 밝고 자랑스러운 역사만 부각시키는 것만이 올바른 역사 인식이라고 할 수 없다. 공녀와 같이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히 우리 조상들의 삶의 자취이니 역사에 눈을 감으면 절대로 안 된다. 공녀는 우리 민족을 대신하여 금수 같은 공녀 사냥꾼들의 마수에 걸려 희생된 자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아픔을 보듬어야 할 유산이다. 병은 자랑해야 고친다는 말이 있다. 상처도 역시 감춘다고 낫는 것이 아니며 떳떳하게 드러내 놓고 치료할 때 힐링의 길이 열린다고 본다.
기황후를 통하여 보게 되는 원제국의 마지막은 지혜와 현명함이 아닌 권력다툼 속에서 나오는 어리석음의 연속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