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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섹스 -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
마리나 애드셰이드 지음, 김정희 옮김 / 생각의힘 / 2013년 12월
평점 :
부부간의 육체적인 관계는 정신적인 사랑 못지않게 두 사람의 사랑을 키워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원만한 부부관계가 이뤄지지 않아 밤마다 베갯잇을 적시는 분들이 있다. 마음은 답답한데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다.
이 책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인 저자 마리나 애드셰이드가 ‘섹스와 연애의 경제학’이라는 부제처럼 이성 관계를 경제적 관점으로 풀이한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다양한 상대와 섹스를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성적으로 더 문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여학생이 많은 학교가 더 문란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힘인 수요와 공급의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학생은 단기적인 관계보다 장기적인 관계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학에 여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 캠퍼스의 연애 시장은 남학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988년부터 대학생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캠퍼스 연애 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함에 따라 시장에서 여성의 희소성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여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전통적인 데이트만을 고집할 수 없게 되고, 남자 친구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도 일부일처제가 지속되는 현상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식의 미래 소득 수준이 자식의 기술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로서는 자녀를 조금 낳는 대신 교육을 많이 시키는 방법을 선호하게 된다.”(p.184)고 말했다. 결국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일부일처제가 지배적 결혼 제도로 유지되는 것은 질적으로 우수한 자녀에 대한 수요 증가가 역시 질적으로 우수한 여성의 시장 수요를 늘렸기 때문이며, 그래서 부유한 남성들조차도 한 명 이상의 똑똑한 아내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제학 논리에 따르면 결혼은 성행위, 자녀, 가사라는 3가지 `상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얻을 수 있는 거래다. 결혼이 제공하는 좋은 서비스는 섹스다. 미혼자들은 섹스할 기회를 안정적으로 누릴 수 없다.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잡힐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섹스를 사는 것은 결혼 생활을 통해 성관계를 갖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불륜은 무엇보다 진화의 결과이다. 남성이 다양한 상대를 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도 질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우수한 섹스 파트너를 찾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남성이 바람을 피우려면 상대 여성이 그에게 홀딱 넘어와 불륜을 저지를 만큼 매력이 있어야 하고, 상대 여성 쪽에서는 그 정도 괜찮은 유전자를 가진 남성이면 2세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해야 혼외정사가 가능해진다. 결국 여성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남성과 달리 자신에게 섹시한 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편의 가치가 혼외정사의 대상이 되는 상대방 남성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인의 성과 인간관계를 경제학을 통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므로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