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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
복거일 엮음 / FKI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라고 하면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로, 때론 부의 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경제체제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민주화의 핵심 정책들이 모두 재벌개혁과 관계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반자유적인 정책이야말로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하락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다. 그동안 자유주의 덕분에 인류는 너무나 많은 풍요를 누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축복을 잊고, 부정적인 단면만을 보고 있다.
이 책은 소설가 겸 경제평론가 복거일 씨,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국내 대표적인 자유주의 학자 21명의 이념적 여정을 다룬 에세이집이다.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핵심은 사유재산권, 경쟁, 법 앞에 평등, 작은 정부이다. 스스로 번 돈은 떳떳하게 세금을 내고 자신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고,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전의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적 제품이 나오게 되고 이로써 인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을 누리게 되었다. 또한 권력과 재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법 앞에선 평등했기에 노력에 의해 계층 간 이동이 활발히 있을 수 있었고, 소외되는 이가 없도록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도록 해주는 정부가 있었기에 오늘의 경제를 이룩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복거일 씨는 “진보주의자들인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그렇게 적극적인 태도가 지금 우리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헤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자유주의자라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은 ‘가슴이 차갑다’고 하고, 심지어 ‘가진 사람들의 앞잡이’라고도 한다. 복 씨는 이 같은 시선을 거둬들이기 위해선 “모든 사물에 자유주의를 관통하고, 외연을 넓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에서 ‘자유주의’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선뜻 가고자하는 넓은 길이 아니다”며 “스스로 자유주의자임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영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교적 전통의 평등주의가 우세하기 때문에 서구의 개인주의에 입각한 자유주의가 자리 잡기 힘들다”며 “하지만, 진리는 자유주의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도 자유주의이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자유와 자유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는 최근 정치권의 ‘반값공약’을 지적하며 “평등 구호 뒤에 공짜 요구가 교묘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질투와 열등감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는 시도도 점점 빈발해 진다”며 “이런 사회 분위기라면 건강한 개인이 제 힘으로, 제 자유의지로 제 앞날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욕까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이영훈 교수는 ‘소걸음으로 돌아 자유주의에 이르다’는 제목의 글에서 20대 시절 마르크스주의에 빠졌다가 학자로서 사회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된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했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있는 “자유주의자로 산다는 건,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