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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와의 대화 - 현대 말레이시아를 견인한 이슬람 마키아벨리의 힘 ㅣ 아시아의 거인들 3
톰 플레이트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의 박정희’라고도 불린다. 1981년 총리로 취임해 2003년 자진 퇴임할 때까지 22년간 정부를 이끌면서 ‘말레이시아 현대화의 아버지’라는 찬사와 ‘경제 개발에만 치중한 독재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말레시아를 후진적 농업국가에서 전 세계 17위 무역대국으로 키워냈다. 또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를 내건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재정 대신 독자적 금리 인하와 고정 환율로 위기를 극복했으며, 서방세계와 제3세계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했으며, 뿌리 깊은 종족 간 갈등을 봉합하고 이슬람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 책은 미국 내 ‘아시아 정보통’으로 불리는 ‘LA타임스’의 전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가 마하티르 전 총리를 만나 네 차례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대담집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이자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기타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다. ‘과격파’ 이슬람 종교 정당도 버젓이 존재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마하티르가 통치하는 22년간 단 한 건의 테러나 소요 사태도 발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마하티르는 쿠란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비폭력을 강조했다.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을 대할 때 경제·정치 논리를 내세우지 않고 종교적 가르침으로 설득했다. 중국계에 비해 경제력이 떨어지는 말레이계의 폭동을 방지하기 위해 말레이 우대정책을 펴기도 했다. 저자는 “‘테러와의 전쟁’에 급급한 미국이 종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통제하는 마하티르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하티르는 거침이 없었다. 서구의 오도된 역사관을 공박했고, 강경 이슬람 세력을 비판했다. 가령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용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내건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절대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 그것은 10억명이 넘는 이슬람 전체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것이며, 이는 결코 당신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분쟁의 범위를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이슬람 전투부대를 공격할 때에도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독교 십자군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전체 이슬람 중 절반 이상을 당신들 편으로 만들 수 있다.”고 거침없이 날선 목소리를 냈다.
마하티르는 1990년대 말 아시아를 뒤덮은 외환위기 당시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유일하게 거부하고 독자적인 자본통제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대신 이슬람 금융 시스템을 고수했다. 이슬람 문화에서 금융 시스템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사회적 규범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은행은 이자로 배를 불려서는 안 되며, 부도덕한 혹은 율법에 반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돈을 빌려줘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 말레이시아의 경제는 다른 아시아권에 비해 작지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의 과거사와 현대사를 알 수 있었고, 아시아의 지도자 마하티르와 대화를 할 수 잇어서 매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