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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평점 :
중국발 스모그와 함께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고 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1㎛=1/100만 m) 이하의 입자를 말한다. 공기 중의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심장마비, 천식, 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심혈관계, 호흡기계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인간은 극심한 대기·수질 오염·중금속 등에 잘 적응된 유전자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은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신경생물학과 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UC 버클리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한 저자 리처드 C. 프랜시스가 새로운 21세기를 열 후성유전학이라는 학문을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가장 흥미롭게 설명해냈다. 후성유전학에 관한 기초적인 설명부터 단계별 설명과 흥미진진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다.
‘후성유전’은 DNA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는 DNA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화는 우리의 환경,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노출된 오염물질, 심지어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후성유전적 유전자 발현 조절에 관한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 ‘후성유전학’이다.
저자는 유전자와 그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하고 왜곡된 시각을 제시하는 전통적인 설명을 경계하면서 “유전자의 활동은 단백질 합성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고 게놈의 활동은 모든 세포 분화 과정의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 대기근을 통해 후성유전적 영향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2장 에서는 유전학이란 무엇인지에 관해 살펴본다. 3장에서는 유전자 조절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베트남 전쟁의 참혹상을 그린 영화 ‘디어 헌터’를 통해 ‘사회화한 유전자’에 대해 얘기한다. 5장에서는 태내 환경과 비만의 상관성에 대해 얘기하며, 6장에서는 후성유전적 과정들이 대를 이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7장에서는 세대를 초원한 후성유전적 유전에 관해 설명하며, 8장에서는 X염색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9장에서는 각인된 유전자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에 관해 설명한다. 10장에서는 전성설과 후성설의 시각에서 후성유전학을 바라보고 있고, 11장에서는 후성유전학과 암에 관해 다루고 있다.
후성유전학에서 일반적으로 화제가 되는 주제는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질병의 문제지만, 생물학자들은 그와는 다른 종류의 후성유전적 과정들을 더 근본적인 문제로 여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정란이 나나 당신과 같은 성체로 자라는가 하는 발생의 문제다. 발생의 문제는 몇 가지 하위 문제들로 더 나뉘는데, 그중 하나인 세포 분화의 문제에 관해서는 후성유전학이 이미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이 책을 읽어본 결과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요즘 ‘흥분을 주는 과학’으로 불리며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후성유전자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유전자 주변의 환상적인 세계와 진숙해지고, 후성유전학이라는 중요한 과학에 대한 입문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