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모른다
이우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속담에 열 길 우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필시 여자의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남편이 고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면, 현명한 아내라면 남편이 짜증을 내거나 화풀이를 하기 전에 남편의 기분을 바꾸어 줄 것이다.

 

아내는 가급적 상냥한 웃음으로 남편을 맞이하고 시원한 마실 것을 권하는 것이 좋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 아내가 천사같이 대하는데 어찌 남편이 짜증을 부리겠는가. 그런데 아내는 실제로 이같이 능동적인 천사가 되기보다는 가까스로 학대나 모면하기에 바쁘다.

 

이 책은 30대 중반의 남자이자 9년 째 남성 패션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시인 이우성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껏 남자 때문에 울고 웃는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서른넷의 자신을 투신해 남자의 속사정과 엉뚱한 속내, 무지와 자의식을 낱낱이 고백한다. 촌스럽고 권위적인 한국 남자와 더불어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한국 여성들에게 결코 쉽게 이해 받을 수도, 보편화될 수도 없는 존재인 남자에 대한 진실을 남자의 본질’, ‘’, ‘섹스’, ‘사랑’,‘가족’, ‘비주얼의 여섯 가지의 카테고리에 나누어 담았다.

 

저자는 남자를 정의하기를 남자라고 쓰고, 바보라고 읽는다.” 한국 남자는 촌스럽고 권위적이며 화가 나면 고함을 지르고 허세에 솔직하지도 않다는 데에 저자는 주저 없이 동그라미를 친다. 그런 남자와 사랑하고 결혼해야 하는 여자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남자의 속내와 본질은 혼자 보기 아깝다.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야동을 함께 보는 남자들, 운전하면서 욕을 하거나 길을 걷다가 시비를 붙는 남자의 속성, 축구를 좋아하는 단순한 이유, 어린 여자아이들을 좋아하는 까닭 모를 심리 등 적나라한 고백적 이야기가 여자들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남자가 첫눈에 반해 달아오를 적엔 여자가 신중하고, 막상 여자가 결심하고 다가서면 남자가 멈칫거리게 되는 사랑의 아이러니를 상기시키면서, 쉽게 열어도 끝나고 너무 끌어도 지쳐 포기하게 되는 연애의 속성을 조명해 놓았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섹스는 허무해졌다. 어느 날 그녀는 섹스만 하는 연애가 싫다고 말했다. 그러나 번번이 육체의 유혹에 진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p.113)

 

남편과 아내는 말로 대화하지 않고 눈으로만 말해도 되는 사이다. 이제 얼굴만 봐도 몸짓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한날의 생활에서 어떤 희노애락을 겪었는지 알 수 있는 사이다. 그렇지만 이런 무언의 소통 단계까지 이르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엇박자가 있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서 지금껏 남자 때문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해 본 여자라면 지금껏 궁금해 했던, 남자의 속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다정했던 내 남자가 왜 갑자기 싸늘하게 떠날 준비를 하는지, 왜 때로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 그 남자의 속성을 어느 정도 살필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