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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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나라에서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 판금조치 되거나 심지어는 작가가 구속되는 사례가 있었다. 1950년 한국 전쟁이후에 반공 사상이 높아지면서, 월북 작가나 시인의 작품은 모두 묻혔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지용의 <향수>, 백석의 <사슴>, 이태준의 <복덕방>, 임화의 <우리 오빠와 화로>, 오장환의 <고향앞에서> 등 월북 작가 시인들의 작품은 도 1980년대 후반으로 가서야 해금 되었다.

 

또한 민주화의 열기와 맞물려 독재, 군부 정치를 비판하는 작품들이 역시 판금되는 수난을 겪었는데 대표적으로 김지하인데, 1970년대 그의 담시집 <오적>은 나라를 망치는 정치 세력을 풍자하고 비판했다고 하여, 시집이 철수되고, 그 역시 투옥되는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성윤리와 맞물려 음란성으로 판정받고 판금된 도서가 있는데 1960년대의 방영웅의 <분례기>를 필두로 하여, 1980년대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등이 모두 음란성을 이유로 필화 사건을 겪었다.

 

이 책은 대학에서 문학사와 예술사를 전공하고, 수년간 문학평론가로 일한 독일의 문학평론가인 저자 베르너 폴트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당대 큰 화제를 낳은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금지하는 것이 생각을 금지하는 것이라 여긴 독재자들과 교회 권력, 정부 세력가들의 금지에 대한 열망과, 아울러 체제에 불복하며 창작열을 불태운 수많은 작가들의 고단한 투쟁, 그리고 자기검열이라는 가장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작품들과 시대의 불운을 타고난 작품들까지, 역사 속 금지된 책에 관한 에피소드를 모아 재미있게 이어진다.

 

로마시대에는 철학적 토론이 이교(異敎)의 뿌리가 된다는 이유로, 경험적 지식은 창조론을 부정한다는 이유로 금지되면서 수많은 문헌과 책들이 잿더미가 됐다. 신앙교리와 일치하지 않는 내용의 모든 책은 이었다. 이성을 일깨우는 책을 불태우고, 심지어 성경책을 읽는 것조차 금지시킴으로써 독자적인 생각의 씨앗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종교권력은 강화됐다. 대제국을 건설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지은 무세이온 도서관이 보관하던 40만 편이 넘는 필사본과 9만 개의 두루마리 문서가 기독교 광신자에 의해 한꺼번에 불살라졌다.

 

<군주론>, <톰 아저씨의 오두막>, <닥터 지바고>, <신약성서>, <율리시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은 지금은 대표적인 고전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출간 당시에는 엄청난 탄압을 받는 금서(禁書)였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젊은 청년들에게 자살을 충동질한다는 이유로 금지 조치 됐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갖가지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독일 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다른 문화권에서도 번역됐고 연애 소설의 대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과 아랍세계의 금서들까지 모든 시대와 문화, 그리고 불멸의 작품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인간의 두려움이 몰살시킨 금서에 얽힌 인간사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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