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상 1 - 관상의 神 ㅣ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평점 :
영화 <관상>이 현재 850만 관객을 거뜬히 돌파하고 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관상’은 한 관상쟁이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운명, 그리고 그들이 다 함께 겪게 되는 역사적 사건을 한 데 묶어 그려내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가까운 극장에 가서 영화를 감상했다. 배우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조정석, 이종석 등이 출연하는 영화 ‘관상’은 조선시대 산 속에 숨어 살던 천재 관상가가 어느 날 기생에 의해 세상으로 나오게 되고, 왕위를 찬탈하려는 수양대군과 이를 저지하려는 김종서의 다툼인 계유정난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것으로 배우들의 적합한 캐스팅 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인해 기대감에 만족을 주었다.
소설 <관상>은 총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에서는 천재 관상가 내경은 처남 팽헌과 아들 진형과 함께 산속에 칩거해 살고 있다. 그런데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관상을 본 기생 연홍은 “바람처럼 휙 날아가는 인생을 언제까지 산 속에서 보낼 것인가?” 라며 도전한다. 이에 혹한 내경과 팽헌은 돈을 벌기 위해 한양으로 향한다. 부푼 기대와 달리 내경은 연홍의 기방에서 겨우 끼니만 연명하며, 관상 봐주는 일에 이용당한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용한 관상쟁이라는 소문이 한양 전역에 퍼지고, 우여곡절 끝에 김종서로부터 사헌부를 도와 인재를 등용하라는 명을 받는다. 궁으로 들어가게 된 내경은 수양대군이 역모를 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위태로운 조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각양 방법을 강구한다.
‘관상’이란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의 운명, 성격, 수명 따위를 판단하는 일이다. 신라 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전해지는 관상은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 가장 활발하게 유행하며, 관상학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상에 대한 관심은 비단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지금도 종교를 불문하고 관상을 믿고, 관상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두 관문인 결혼과 구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더 유능한 짝을 만나기 위해 좋은 인상을 가진 연예인처럼 관상 성형을 하기도 하고, 대기업의 최종면접 자리에는 유명한 관상가를 몰래 참여시킨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렇듯 관상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하나의 풍습이자 뿌리가 되어버렸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영화로 조선의 운명을 보았다면, 소설에선 당신의 운명을 읽으리라.’라는 띠지가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고 있었다.
‘관상’은 운명론적 세계관에 기초하고 있다. 운명론은 인간이 아무리 바동거리며 세상과 자신을 바꾸려 해도 결국은 운명대로 흘러가게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고, “인간은 운명을 거스를 수 없고, 관상이 곧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며 지속해서 운명론을 주입한다.
과연 인간의 운명은 결정되어 있고, 바꿀 수 없는 것일까? ‘관상’에서의 운명론은 통제 불가능한 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인간이 수동적인 피해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관상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불안감에 대한 증명이자, 고민을 해결하려고 찾는 불안한 인간의 또 다른 탈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