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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퍼센트 우주 - 우주의 96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물질ㆍ암흑에너지를 말하다
리처드 파넥 지음, 김혜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9월
평점 :
밤하늘은 항상 매혹적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전래 동화부터 그리스 신화, 인디언 신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밤하늘의 별자리를 둘러싼 온갖 얘기들이 전해온다. 137억년의 역사를 지닌 우주의 96%는 칠흑 같이 어두운 암흑 물질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존재한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단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이 암흑 물질을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국제 우주 정거장의 알파 자기 분광계를 이용해 암흑 물질로 보이는 새로운 입자의 활동을 찾아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책은 미국 컬럼비아대 버나드칼리지 부교수인 과학전문 저술가 리처드 파넥이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인 이 신비의 암흑물질·에너지를 과학자들이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존재를 알아차리고 인정하게 되기까지 과학자들이 쏟은 엄청난 노력은 물론 그들 사이의 뜨거운 경쟁과 암투까지 생생하게 포착한다. 나아가 그들이 마침내 마주친 유레카의 순간과 끝내 도달한 막다른 골목 등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뒷이야기까지 자세히 공개한다.
우주는 약 137억 년 전 대폭발로 탄생했다. 우주는 마치 풍선이 부풀듯이 계속 팽창한다. 놀랍게도 팽창 속도도 계속 빨라지고 있다. 그런 가속 팽창의 원인은 ‘암흑 에너지’다. 이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약 72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우주의 약 23.3퍼센트는 ‘암흑 물질’이다. 원자와 같은 보통의 물질은 약 4.6퍼센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암흑물질은 모두 이론적이었다. 처음부터 그것에 대한 증거는 간접적이었다. 그것이 존재함을 ‘아는’ 까닭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에 그것이 영향을 미치는 방식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p.278)고 말했다.
저자는 로버트 디키, 애덤 리스, 베라 루빈 등 암흑물질·에너지 발견의 숨은 공로자들이 내세운 우주론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이들의 가설과 이론이 계속 부정되고 입증되며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우주의 구성 요소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 역시 정확한 명칭은 ‘미지의 에너지’이다. 이 암흑 에너지는 암흑 물질보다 그 정체가 더욱더 아리송하다. 그래서 심지어 어떤 과학자는 암흑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미지의 물질을 ‘제5원소’라고 부른다.
우리는 우주의 단 0.5퍼센트만을 파악하고 있을 뿐, 나머지 99.5퍼센트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감도 못 잡고 있다. 그런데 왜 상당수 과학자는 우리가 이런 ‘미지의 것을 정밀하게 안다’고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도대체 그들의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암흑물질에 대해 알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은 우주의 붕괴를 막는 미지의 존재를 ‘람다(Λ)’로 표시할 수밖에 없었다. 10여년 후 이 물질이 천체학자 허블의 우주 관측을 통해 발견된 우주 팽창을 가능케 하는 힘으로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을 통하여 과학자들이 앞선 과학자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고 이론을 어떻게 수정해 갔는지 과학자들의 선의의 경쟁과 좌절, 탄식 같은 인간적 면모와 만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