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양의 탈무드 장자
장자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인문학은 오랫동안 학문 중의 학문으로 존중 받아왔다. 그러나 대학의 시장화와 실용주의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고 있다. 취업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는 대학에서 인문학은 외면 받고 있다. 하지만 대학 밖에서는 오히려 일반 대중들 사이에는 인문학 열풍이 한창이다. TV 방송을 통해서도 대학교수들의 인문학 강의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나는 대학생 때 사서삼경과 장자ㆍ노자를 읽으려고 학교에 갈 때마다 가방에 넣고 다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친구를 기다리면서, 강의시간을 대기하면서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읽었다. 하지만 읽다가 말다가 하다가 끝내 다 읽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가끔씩 그 사서삼경이 포함된 ‘고전(古典)’이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동양의 탈무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장자>를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는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으로 고통과 상처에 신음하던 시대였다. 사상가들은 정체성 혼란과 삶의 혼돈 시대에 대항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방법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했다. 이때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삶의 규칙과 논리를 도모한 사상으로 나온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유가, 도가, 법가 이며 이때를 사상의 다양성이 발현되는 ‘제자백가’의 시대라고 말한다. 유교의 대표적 사상가는 공자와 맹자가 있고 도교의 대표적 사상가로는 노자와 장자가 있으며 법가로는 신불해, 한비자가 있고 묵가로는 묵자가 있다.
이 책은 그중 도가를 대표하는 <장자>라는 어려운 고전경전을 쉽게 풀이하였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간추린 책으로서 장자만의 독특한 여유와 지혜, 기발한 상상력과 기지가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는 우화들로 엮어져 있다.
이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 삶의 즐거움, 존재의 가치, 처세와 도리, 지혜의 본질, 자아의 확장, 인간 내면의 심리, 감성치유라는 항목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고, 현대인의 생활에 근접한 구절을 특별히 선정하여 원문과 해석을 함께 수록하여 장자의 사상을 쉽게 엿볼 수 있게 엮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속에 들어왔던 문장은 “먼저 자신을 안전하게 보전한 후에 다른 사람을 안전하게 보전했다.”라는 글귀였다. 현대인들은 일반적으로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은 나중에 생각해야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예전의 학자들은 자신을 위해 공부했는데, 지금의 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한다.
장자는 그 높고 깊은 학식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변변한 벼슬자리 하나 없이 곤궁한 삶을 살면서도 결코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세상의 고귀한 왕후장상들에게 당당하게 외쳤다. “너희들의 얄팍한 미끼로 나를 유혹하거나 묶을 수 없다고. 진흙탕에 꼬리를 질질 끄는 거북이로 살지언정 궁궐 속의 박제된 거북이로 살 수는 없다고….”
‘장자’라는 책이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장자’를 어렵게만 생각하고 읽어보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모든 분들에게 ‘인생을 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힘이 있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