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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ㅣ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날이 드높아지는 한국의 위상, 위인전 속 멀게만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숨 쉬고 살아있는 우리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192개국의 대표로서, 세계 70억 인구의 리더로서, 세계의 대통령으로 한국인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이 책은 반기문 총장이 “누군가가 인터뷰나 사전 협의 없이 저에 관하여 쓴 책은 여럿 있습니다. 내가 직접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p.26)라고 공식 인정한 책이다. 한국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해 쓴 책만도 15권이 넘는다.
이 책은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전 「LA 타임스」 논설실장 톰 플레이트와 반기문 총장이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두 시간씩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대담과 각자 부인을 동반하고 사적으로 만나 나눈 여섯 차례의 대화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기문 총장이 2009년 방북 일자까지 확정한 상태에서 북한측 요청으로 회담이 불발된 사연과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어려운 관계에서 회담을 했으나 실패하자 외교통상부 차관에서 해임됐을 때의 심정을 털어 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UN 사무총장은 황금빛 왕좌에 앉아서 삶을 즐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관저는 생각보다 넓지 않다고 한다. 또한 때로는 이코노미 석도 마다하지 않고 비행기에 올라 긴급 재난국으로 이동해 40시간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수행 현장을 공개한다. 그는 “칠레로 가는 비행기에 정말 자리가 없더군요. 결국 포기해야 했어요. 그런데 당시 대통령 당선자였던 세바스티안 피네라 현 대통령이 도움을 줬습니다. 이미 예약되어 있던 여덟 자리를 취소시켰죠. 덕분에 칠레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p.53)라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서 유엔이라는 조직은 어떻게 되어 있으며, 사무총장이라는 직무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유엔은 다양한 국적이 모인 거대한 다자기구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오직 도덕적 힘과 권위, 그리고 회의 소집권만 있다. 모든 결정과 자원은 회원국에서 나온다고 한다. 분명한 한계 속에서 반 총장은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이라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시 휴전’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해 분주할 때, 그는 ‘동시 휴전’의 프레임을 탈피해 이스라엘의 ‘일방적’ 휴전을 성사시켰다. 남수단 독립, 코트디부아르 내전 종식도 이뤄냈다.
반기문 총장은 “저는 정직과 성실을 신조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살아왔고요.”(p.85) 라고 하여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코피 아난 식의 스캔들은 일어날 리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책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꿈많던 시절의 과거와 ‘세계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를 다룬 것이라면 이 책은 사무총장 그 후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24시간 전화 대기 중 몰려온 피로와 불면의 이야기, 40시간 뜬눈으로 일정을 소화하는 업무 수행 현장과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진솔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