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너대니얼 호손 지음, 박계연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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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읽었던 <주홍글자>를 다시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읽으면서도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소설은 17세기 미국 청교도 사회를 배경으로 아더 딤즈데일 목사와 주홍 글자를 가슴에 단 헤스터 프린, 그리고 그녀의 남편 칠링워스를 통해 죄와 구원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치욕의 징표로 가슴에 단 주홍글자 ‘A’‘Adultery’(간통)의 첫 글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이 작품을 필독서로 지정할 것이냐를 놓고 적잖은 분란이 있어왔다고 한다. 도색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헤스터의 그런 상황이 과연 간통이 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 당시에는 물론 엄격한 청교도 시대라고 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오늘 우리 시대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간통죄가 성립되는 나라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제정후 간통죄에 대한 위헌논란은 그동안 계속 있어왔다.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네 번이나 간통죄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청교도란 17세기 미국으로 이민 온 자들로 화려하고 호사스런 사치를 멀리하고 청빈하고 검소하며 엄격한 계율을 지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향락적인 것은 배척하며 심지어는 소설, 연극, 음악 등도 금지하였었다. 즉 개인의 성실성이나 근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이나 존엄성을 억압하였던 것이다.

 

공동체의 질서를 문란하게 만든 혐의로 갇혔다가 젖먹이 아이를 안고 가슴에는 주홍글자를 달고서 감옥에서 나오는 헤스터는 처음부터 타고난 위엄과 강인함을 가진 여성으로 소개된다. “젊은 여자는 키가 크고 남다른 우아함을 갖추고 있었다. 풍부하고 윤기 나는 흑발은 햇빛에 반사되어 빛났으며, 이목구비가 정돈된 아름다운 얼굴에 단정한 이마와 깊고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p.15)

 

하지만 불운하게도 그녀는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는 늙은 학자와 결혼하고 남편보다 먼저 신대륙으로 건너온다. 그러고는 젊은 목사 딤스데일과의 순간적인 사랑으로 딸을 낳는다. 딸아이는 그녀에게 신의 축복이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주홍글자였다. 헤스터는 혼자서 딸을 키우며 오랜 소외와 인내의 삶을 살아간다. 과연 다른 삶을 살 기회가 그녀에겐 주어질 수 없는 것일까.

 

이 작품은 당시 인간에 대한 무한정한 사랑이 아닌 비정함과 형식에 치우친 청교도적 신앙의 타락, 그로 인한 인간 사회의 비극과 죄의식에 얼룩진 인간 영혼의 모습이 그려졌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청교도가 지배했던 19세기의 신정 일치의 식민지 사회의 억압된 모습을 비판적으로 표현했으며, 유토피아적 신세계를 건설하려는 청교도인들의 불완전한 모습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 소설은 음란하다기보다 매우 도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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